[긴급점검 `퀄컴`무엇이 문제인가](1)불공정 관행 개선하자

독점적 외국기업과 상생 모색할때

국내 휴대폰 업계가 심각한 CDMA칩 구득난과 이에 따른 제품 생산에 막대한 차질을 빚게 되면서 지금까지의 비즈니스 관행은 물론 독점적 지위를 확보한 다국적기업을 제대로 보자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퀄컴을 냉철한 시각으로 다시 보자는 휴대폰 업계의 주장은 더욱 뼈아프게 들린다. 최근 부상한 퀄컴 칩과 로열티 문제를 집중조명하고 상생(相生)의 대안을 모색해본다. <편집자>

 

 <글 싣는 순서>

 1. 불공정 관행 개선하자

 2. CDMA 칩 멀티 벤더시대 열자

 3. 로열티 대란을 막아라

 4. 윈윈 모델 만들자

 

 “퀄컴 본사까지 가봤지만 칩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해 휴대폰 생산시설을 풀 가동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중견 휴대폰 기업 관계자)

 “퀄컴측은 말로는 한국을 최혜국 대우해 준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중국보다 유리한 것이 결코 없습니다.” (대기업 관계자)

 국내 업계 관계자들의 이구동성이다. 세계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은 갈수록 높아가고 있지만 CDMA 칩 벤더인 퀄컴 앞에만 서면 주눅이 든다. 선주문 후공급 방식으로 퀄컴 칩 공급계약을 체결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업체들이 공급받는 물량은 당초 계약분의 70∼80% 가량에 불과하다. 이같은 물량만이라도 받을 수만 있다면 감지덕지다. 공급이 달리는 상황에서 지난 10년간 조정 한번 못해본 로열티 문제를 꺼내기는 더욱 어렵다. 최혜국 대우가 어쩌고 하는 얘기가 허울뿐이라는 주장은 그래서 더욱 설득력 있게 들린다.

 비교적 구매력(Buying Power)을 갖췄다고 하는 삼성전자조차도 예외는 아니다. 다만 껄끄러워질 것을 우려해 말을 아낄 뿐이다. CDMA 신화의 최대 수혜자로는 당연히 퀄컴만이 있을 뿐이다. 중견업체인 A사는 최근 로열티 및 최혜국 논란과 관련 “우리는 최혜국 대우를 해달라거나 로열티를 깎아 달라는 것이 아니라 단지 계약대로만 이행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계약 조건에 따라 해석을 달리할 수 있는 부분으로 들어가면 퀄컴의 입장이 일방적으로 반영되기 일쑤다. 계약에 명시돼 있지 않은 카메라모듈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퀄컴 측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 당초 계약서상에도 없는 카메라모듈 가격에 로열티를 부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칩 수급 역시 마찬가지다. 국내 업체들이 CDMA시장 성장을 예측해 주문을 내더라도 그들만의 ‘예상 수급량’을 내세우면 그만이다. 계약 당시 주문 물량과 공급 물량이 차이가 난다는 것은 명백한 계약 위반이지만 하소연조차 할 수 없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5000만개의 칩을 주문해도 퀄컴의 수요 예측이 4000만개라고 결론이 나면 국내 업체들의 의견은 묵살된다”고 전했다.

 퀄컴의 이중 논리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로열티의 경우 기업 대 기업의 문제라고 우리 정부의 개입을 원천적 봉쇄하면서도 무선인터넷 플랫폼인 ‘브루’ 문제로 들어가면 상반된 논리로 압박한다. 퀄컴이 미국 정부에 로비를 했는지 어쨌는지는 모르지만 한국 정부를 향한 미 정부의 압력은 엄청나다.

 또 한국 표준이 CDMA이고 퀄컴이 독점 공급하고 있는 판에 이 문제를 기업 대 기업의 문제로 풀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 중국의 경우 유럽식(GSM) 사업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차원에서 퀄컴과 로열티 계약을 직접 체결한 바 있다.

 무엇보다 국내 휴대폰 로열티 문제가 단순히 퀄컴 하나로 그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GSM도 그렇고 MPEG4·음원칩·DMB·휴대인터넷 등 차세대폰이 모두 해당된다. 퀄컴의 불공정 관행을 개선하지 않고는 모두가 공염불이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