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성장동력 테크노 좌담회](8)차세대 전지 분야 발전 전략

차세대성장동력포럼이 주관하고 과학기술부와 전자신문이 후원하는 ‘제8회 차세대 성장동력 테크노 좌담회’가 지난 7일 오후 서울 리츠칼튼 호텔에서 ‘차세대 전지 분야 발전 전략’을 주제로 산·학·연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됐다. 연세대 재료공학부 김광범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좌담회에서는 건국대 신소재공학과 김화중 교수, 퓨얼셀파워 신미남 사장,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이원용 박사, 삼성SDI 정복환 상무,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조병원 박사 5명의 산·학·연 전문가들이 토론을 벌였다. 좌담회 내용을 간추려 소개한다.

 

참석자:

사회 김광범 교수(연세대 재료공학부)

패널 신미남 사장(퓨얼셀파워)

정복환 상무(삼성SDI 중앙연구소 상무)

조병원 박사(한국과학기술연구원 나노환경연구센터장)

이원용 박사(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저온연료전지연구센터장)

김화중 교수(건국대학교 신소재공학과)

 ◇사회(김광범 연세대 재료공학부 교수)=차세대 성장동력 사업으로 추진중인 차세대 전지 분야의 중요성과 기술동향·기술 개발 전략 등을 순차적으로 논의해 보자. 우선 차세대 전지의 중요성과 발전방안에 대해 말해 달라.

 ◇이원용(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저온연료전지연구센터장)=연료전지가 차세대 전지로 선정된 것은 10년 후 원유 등 에너지 고갈 예측에 따른 대체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정부가 기업체에 지원 성과물을 급하게 요구하다 보니 원천기술인 소재 분야가 취약한 상황이다. 이러다 보니 껍데기만 개발하는 결과를 초래,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

 ◇정복환(삼성SDI 중앙연구소 상무)=2차 전지·연료전지 등 차세대 전지를 육성하기 위해선 한국이 어떤 위치에 있는 지를 파악하고 무엇을 개발할 지를 논의해야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을 통해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신미남(퓨얼셀파워 사장)=차세대 성장 동력 선정 목적은 일자리 창출이다. 이를 위해선 원천기술 확보를 방법론이 중요하다. 차세대 전지 중 시장 형성시기가 빠른 것과 규모의 시장 파이가 큰 것을 선정해 집중적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본다.

 ◇이원용=연료전지의 응용 분야는 매우 광범위하다. 모든 분야에서의 1등보다는 가정용·자동차용·발전용 등 특정한 분야에서 1등이 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복환=모든 기술을 갖추기 어렵다. 주요 아이템을 선정, 육성해야 한다. 2차 전지의 모든 기술을 확보할 수 없다. 국제화 시대에 걸맞게 핵심기술 중 일부는 아웃소싱하고 우리가 확보할 수 있는 기술에 집중,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사회=이 자리에 계신 분들은 연료전지· 2차 전지 분야 전문가들이다. 전문가 입장에서 차세대 전지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의견을 개진해 달라.

 ◇이원용=기업이 차세대 전지에 대한 기술개발 프로그램 의도권을 가져야 한다. 국가는 핵심소재 개발에 돈을 지원, 기업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정복환=2015년 2차 전지 기술 세계 1위 달성 목표는 너무 안이한 생각이다. 10년 내에 일본 기술을 추월하지 못하면 영원히 뒤처진다. 특히 전지하면 일본만을 생각하는데 중국을 무시해선 안된다. 지금 싸구려 제품을 팔고 있지만 몇년 후면 모든 면에서 한국을 능가할 수 있다. 질질 끌면 2차 전지 분야에서 세계 시장 1위를 놓칠 수 있다. 연료전지 시장은 무궁무진하다. 근데 가격이 비싸다. 따라서 생산원가를 5년 안에 100분의1로 낮춰야 한다. 특히 사용자 요구가 강한 모바일 연료전지에 집중해야 한다.

 ◇김화중(건국대 신소재공학과 교수)=차세대 성장동력 사업은 10개년 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균형적인 산·학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기업과 마찬가지로 연구소와 학계가 원천 기술을 확보할 수 있도록 장기간 지원해야 차세대는 물론 차차세대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 특히 학계를 지원해야 우수한 젊은 인재들이 대거 나올 수 있다.

 ◇사회=차세대 성장동력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데 개선 사항을 논의해 보자.

 ◇신미남=2차 전지·연료전지 등 무엇이든 간에 소재부터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그러나 장치산업이어서 시간이 오래 걸리고 위험이 많다. 학계에서 원천기술 확보해줘야 하고 이를 기업에 이전, 시스템·부품 중 잘하는 것부터 집중 육성해야 한다. 특히 산·학·연의 범주를 넓히자. 기술적으로 역량 있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산·산·학·연 협력 구축이 매우 중요하다. 또 산·산·학·연 협력을 위해 정부 차원의 인센티브 제공도 필요하다.

 ◇정복환=기업들은 연구소와 학교에 대한 불신이 많다. 위탁과제 계약을 하면 연구 성과물이 거의 없다. 학교와 연구소를 보면 전해질 등 한 분야에서 전문가가 없다. 정부도 푼돈 형태로 학교와 연구소를 지원해선 안된다. 개발 과제수를 줄이고 한 대학 내지는 연구소에 자금을 집중, 전문가 양성을 지원해야 한다.

 ◇김화중=현실적으로 대학이 한 개의 과제만을 갖고 선 견딜 수 없다. 정부의 과제도 장기가 아닌 단기 성격을 띠다 보니 여러 개의 과제를 동시에 수행, 한 분야의 전문가 배출이 쉽지 않다. 선진국 연구개발 능력이 우수한 것은 정부가 핵심 기술이라고 판단하면 돈과 상관없이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소재 산업 중요성에 대한 언급을 많이 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이는 미진한 부문이 있기 때문인데 세부적으로 논의해 보자.

 ◇이원용=연료 전지가 5∼10년 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한다. 규모의 경제 탓에 기업이 연료전지에 매달릴 수 없다. 영국의 경우 정부가 연료전지 기술 로드맵을 작성, 기업과 연계해 주고 가이드북을 만들고 있다. 이러한 정부 역할이 필요하다.

 ◇조병원(한국과학기술연구원 박사)=기업이 독자적으로 기술 개발 계획을 세우고 학교와 연구기관이 이를 보고 개발 여부를 확인하고 진행하면 성공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

 ◇신미남=5년 안에 목표달성을 하려면 팀을 짜서 정부가 집중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연료전지를 어떤 부품과 소재가 필요한 지를 파악하고 일반인들이 부담없이 살 수 있는 가격대에 양산할 수 있게 전략을 짜야 한다. 일본은 그리드 형태의 연료전지를 개발하는 등 나라마다 고유의 개발 로드맵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는 일본처럼 해선 안된다. 우리나라 특성에 맞는 연료전지를 개발해야 한다.

 ◇이원용=모바일용·가정용·자동차용이 우리나라 특성에 맞다. 발전형 연료전지는 우리나라에 맞지 않다.

 ◇정복환=멤브레인기술·촉매 등 몇몇 기술이 한국 정서 수준에 맞으면 정부 자금을 집중해야 한다. 나눠선 안된다. 여기 저기다 조금씩 나눠주면 개발 성과가 없다. 촉매합성기술·멤브레인기술·바이폴라기술을 우리나라가 확보하지 못하면 일본과 중국에 뒤질 수 있다.

 ◇사회=목표 지향점을 위해 선택과 집중해야 한다. 연구·기술 등 인적 자원 수급 문제를 논의해 보자.

 ◇정복환=쓸만한 우수 연구·기술 인력이 없다. 학교·연구기관이 전문 인력 양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 학교·연구기관이 우수한 인력을 보유하고 있으면 기업들은 인력 달라고 졸라댈 것이다. 그런데 학교 인력을 채용하면 기업의 3개월 수준 밖에 능력이 안돼 재교육해야 한다. 따로 돈을 줘서 인력 양성하기 힘든 실정이다. 정부의 체계적인 인력 양성 정책이 필요하다.

 ◇신미남=인력은 크게 두 가지 형태가 있다. 일례로 연료전지에 능통한 인력과 기본 역량이 있는 인력이 있다. 대부분의 인력은 후자다. 기업에 와서 스스로 커갈 수 있는 기본역량이 있는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하루 아침에 키워지는 게 아니다. 정부는 교육은 몇년 뒤 어떤 산업이 유망산업으로 떠오를 지를 판단하고 이를 지원해야만 자연스럽게 인력이 양성된다. 또 중소기업은 경력사원 채용에만 치중하지 말고 인력에 대한 투자를 해야 한다. 물론 직원도 자기 개발에 게을리해선 안된다. 정부가 이공계 인력 1만명을 양성한다고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정책 개발이 매우 필요할 때다.

 ◇정복환=정부의 홍보가 필요하다. 차세대 에너지 분야가 전망이 시장성이 크니까 공부하면 취직 잘 될 거다. 미래산업이니까 이를 전공하면 비전이 충분하다는 점을 정부가 홍보해야 한다. 무조건 만명을 양성하겠다는 식은 실효성이 없다. 우리나라 주력 산업이 뭐가 될 것이란 점을 국가에서 제시해야 한다. 무조건 이공계 살리기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분야에서 화공·재료 계통의 인력이 몇명 필요하니까 취직이 잘된다는 식의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해야 한다.

 ◇신미남=기업도 반성해야 한다. 기업들이 취업시 영어·상식만으로 평가하니까 굳이 학생들이 전공을 열심히 공부하지 않는다. 일례로 화공과 인력을 뽑는다면 취업 시험에 열역학 과목에 대한 문제를 출제, 전공 공부를 열심히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사회=끝으로 차세대 전지 분야 프로그램의 성공적인 진행을 위한 제언을 해달라.

 ◇조병원=연구 개발시 정부 자금이 내 돈이라면 과제에 성공하기 위해 많은 신경을 쓴다. 그런데 일부는 이를 눈먼 돈으로 생각하는데 이러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

 ◇정복환=좋은 생각이다. 이제까지 인간 관계 위주로 과제가 진행됐다. 학교·연구기관이 기업의 요구 사항을 수행하지 못하면 과욕을 부리지 말고 과감히 포기하고 능력있는 다른 곳에 넘겨야 한다. 그래서 학교·연구기관은 전문화돼야 한다. 국책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면 포상하자. 과제에 실패하면 도중에 또 지원하는 것은 지양하자. 지원할 때 연구소·학교가 ‘최선을 다할 것이냐’ ‘돈을 받기 위한 것이냐’에 대한 철저한 평가를 내려야 한다.

 ◇신미남=차세대 전지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프로젝트 진행 도중에 새로운 경쟁기업 출현·신기술 출현 등 다양한 돌발변수가 있기 때문에 세부 프로젝트 내용을 환경 변화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 고착된 프로젝트는 실패할 수 있다. 프로젝트 컨소시엄에 가입하지 않는 학교·연구기관·기업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채널을 만드는 등 다면적인 평가 채널을 조성해야 한다.

 ◇조병원=급변하는 상황에서 타깃은 필요에 따라 변해야 한다. 사업단 구성원도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교체해야 한다. 지금은 사업단에 참여하지 못한 인력들은 영원히 참여하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는데 이를 개선해야 한다.

 <정리=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