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에 난립한 단체들의 ‘통합’을 내건 한국게임산업협회(가칭)가 출범도 하기 전에 정체성 논란에 휩싸였다. 처음부터 장르와 규모, 기존 협단체 소속 등을 떠나 게임업계의 다양한 구성원을 완전 통합해야 한다는 ‘통합기구’론과, 일단 출범후 이해관계가 다른 구성원들을 결속해 가야 한다는 ‘주도기구’론의 대립이 그것이다.
‘통합기구’론의 경우 최근 예비 창립총회 참석업체 면면을 봤을 때 일단 현실적 한계가 있어 보인다. 다양한 장르와 단체의 명실상부한 통합을 내걸고 있지만 실제로는 초대 회장사에 내정된 NHN을 비롯, 네오위즈·플레너스 등 대형 게임포털과 웹젠·넥슨을 포함한 온라인게임 업체들이 중심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면면은 모바일게임과 비디오게임 등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 기업들로부터 “포털과 온라인게임업체들의 단체에 불과하다”는 비난의 근거가 되고 있다. “일부 대형업체들의 이익만 옹호하는 ‘또 하나의’ 협회가 새로 생기는 것밖에 안된다”는 지적이다. 오성민 한국모바일게임협회 회장은 “최근 회원사들이 모여 참여여부에 대해 논의를 벌였으나 한국모바일게임협회와 공통점을 찾을 수 없는데다 방향도 달라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같은 온라인게임 업체간에도 대형 업체와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중소기업들의 간극도 눈에 띄고 있다. 이승섭 싸이미디어 사장은 “결국 대형업체들이 주도하게 될 통합협회에 대해 별다른 기대감도 갖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안팎의 진통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서도 통합협회 창립의 의미와 방향성을 적극 옹호하는 ‘주도기구’론의 입장도 활발히 제기되고 있다. 처음부터 모양새를 갖춰 완벽한 기구를 출범시키는 것도 좋지만 현실적으로 업계가 여러 장르와 단체들로 나눠져 있어 우선 준비된 조직부터 띄우고 외연을 넓혀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게임산업개발원 김민규 산업정책팀장은 “개별기업과, 업계간 현실적인 고려가 우선시되면서 통합이라는 당초 취지가 약화된 것은 사실”이라며 “그렇지만 준비된 업체부터 먼저 나서고 협회의 골격과 활동영역을 강화해 간다면 통합은 자연스럽게 이끌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형오 게임브릿지 사장도 “대형 게임업체들끼리도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이 업계 현황이었다”며 “우선 구심점을 마련한 다음 차차 살을 붙여나간다면 게임업계를 대변하는 명실상부한 기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출범자체의 의미에 힘을 실었다.
한편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예정대로 오는 28일 창립총회를 갖고 정식 출범할 예정이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