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기획예산처 재정기획총괄심의관 진영곤 국장(원형 테이블 오른쪽 첫번째)은 최근 한국과학기술정책연구원이 개최한 정책포럼에서 새로운 과학기술부는 R&D 통합 조정업무 외에 강력한 예산 기획기능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학기술부를 경제기획원과 같은 형태의 새로운 조직(가칭 기술기획원)으로 바꿔야 합니다.”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과기부를 ‘기술기획원’으로 전환해 그 조직과 역할을 새로 규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해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진영곤 기획예산처 재정기획총괄심의관 (국장)은 최근 한국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이 개최한 정책포럼인 ‘정부 연구개발(R&D) 투자의 효율화를 위한 정책과 과제’를 통해 “새로운 과학기술정책기구에 각 부처의 R&D사업 총괄 조정기능 부여 외에 국가 R&D 전체의 전략적 투자(예산)방향에 대한 강력한 기획기능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총선이후 과학기술부 총리가 예고되고 있는 상황에서 과기부를 기술기획원의 형태로 전환하는 문제를 사실상 처음으로 공론화했다는 점에서 새삼 과기계의 주목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진 국장은 특히 “과기부를 기술기획원으로 전환하면 현재의 인력 절반 이상을 교체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국가 R&D 관련 부처의 대대적인 조직개편이 검토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과기계 인사들은 이같은 구상이 성사될 경우 가히 메가톤급 핵폭탄에 맞먹는 폭풍이 올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예상되는 부분만 해도 △과기부와 외청·산하기관이 수행해 온 기초과학진흥사업 △ 21세기 프론티어 R&D사업 △차세대 성장동력사업 등 실무·응용기술 관련사업 등이 모두 타 부처로 이관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는 과기부가 기술기획원(가칭)으로서 예산편성과 R&D기획을 총괄하고 실무 사업을 산업자원·정보통신·보건복지·교육인적자원부 등에 맡겨놓는 구조로 전환된 이후 예상가능해지는 구도다.
기획예산처는 최근 국가재정운용 5개년 계획을 통해 △부처 R&D 예산 편성시 국가과학기술위원회(국과위)의 사전 검토를 거치고 △국과위의 검토결과를 최대한 반영하도록 했다. 이는 범국가 R&D 예산을 편성하기 전에 총액과 부처별 지출한도를 결정하기 위한 ‘R&D 총액배분 자율편성(Top-down)권한’을 기술기획원과 같은 조직으로 이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과기부 장관이 기술기획원의 수장으로서 국과위 부위원장을 겸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국과위와 기술기획원이 차세대 성장동력, 바이오, 나노 등 국가 전략목표에 연계된 100억원 이상의 대형 사업을 거시적으로 조정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진영곤 국장은 한국 과학기술 행정 체계의 문제점으로 △국가 R&D의 거시적·전략적인 기획기능이 미흡하고 △국과위의 사업평가 및 사전조정결과의 일관성이 부족하며 △각 부처의 역할 다툼에 따른 중복으로 비효율적 투자의 소지가 있는 점을 지적했다. 따라서 과학기술정책 조정기구(기술기획원)가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과기부 외청과 산하기관이 관리중인 실무·응용기술 관련사업들을 모두 타 부처로 이관, 국가 R&D 예산조정과 기획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 맨체스터대학의 고영주 박사는 “현재 과기부 인력과 조직으로 기획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기술기획원과 같은 형태의 조직개편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STEPI 관계자도 “과기부는 그 직위와 위상에서 도약의 기회를 맞이했다”며 “새로운 기능과 업무 이관으로 불안해하는 모습보다 스스로 변화의 중심이 되려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재권기자 gjac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