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과기인 모시기`정책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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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15 총선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각당이 발표한 이공계 공약에 대한 비교·검증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과학기술과 IT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믿을 만한 공약이 무엇인지 확인해보자는 것이다. 차별성이 부각되기보다는 오히려 서로 ‘과학기술·IT를 집중 육성하겠다’는 지킬 수 없는 약속만을 내놓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각 정당이 내놓은 공약 중에서는 일부 실현가능성이 있거나 추진해 볼 만한 것들도 있다는 점에서 옥석을 가리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본지는 지난 9일부터 13일까지 한나라당·민주당·열린우리당·민주노동당 등의 선대위원장과의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구체화된 각 당의 과학기술 및 IT분야 공약을 최종 점검한다. <편집자주>

◇한나라당

- 자본금 10조원 규모의 신산업투자은행 설립

- 10만명 규모의 이공계 병역특례제도 부활

- 지역 R&D 활성화 위해 특구법 제정

한나라당은 지난 12일 ‘과학기술로 선진한국을 열겠다’는 취지로 과학기술 분야의 공약만 별도로 세부화시켜 다시 발표했다. 이는 △선진국 수준의 연구개발활동 지원 △국방연구개발사업을 대학과 민간기업으로 확대 △기업의 연구개발투자에 대한 세제지원확대 △과학기술자 우대정책 등으로 요약된다.

한나라당의 공약 중 가장 차별화된 것은 자본금 10조원 규모의 ‘신산업투자은행(가칭)’을 설립하고 내년까지 완전 폐지키로 한 이공계 병력특례제도를 부활시키겠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이를 위해 총선 후 세미나와 공청회 등을 통해 ‘산업투자은행설립법’ 제정을 공론화하고 추진할 계획이다. 또 10만명 규모의 이공계 병역특례제도를 부활해 연차적으로 2001년 수준인 3만 5000여명으로 환원하도록 추진할 예정이다.

전문연구요원의 복무기간을 4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고 이공계 처우개선 목표제를 도입하고, 5년간 현재 급여수준을 50% 증액하는데 이어 여성 취업할당제를 도입해 여성이 이공계 진학과 과학기술계 취업을 도울 계획이다. 특히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 지역 R&D활성화가 시급하다고 전제, 대덕밸리, 대구 테크노폴리스, 광주첨단과학단지를 R&D 특구로 지정할 수 있는 근거법률인 특구법 제정을 추진할 것이다. 168만평의 대구 테크노폴리스 조성을 위해 7640억원에 이르는 재원조달 방안도 마련했다.

또 중소기업 자금난 해소를 위해 매출채권보험의 인수규모를 현재 1조원에서 1조 2000억원으로 20% 증액한다는 공약도 내놓았다. 정부지원기관에서 1만명을 신규로 채용하도록 하는 등 청년 실업문제 해소에도 주력하기로 했다.

◇새천년민주당

- 부품소재와 디자인 부문 육성 강화

- 발명 수익금 30% 발명가에 환원

- IT복지국가 및 통일 IT시대 추진

민주당은 IT정책의 핵심을 IT강대국으로써의 위상을 자랑하는 인프라를 기존 산업과 통일, 복지 부문 등과 접목하는데 두고 있다. IT복지국가 건설, 통일 IT시대, 전통제조업의 IT화 등을 추진하는 것이 이런 맥락이다.

민주당은 우선 남북간 전자상거래 및 IT협력사업 추진으로 남북간 정보화 격차를 해소하는 등 통일 IT시대를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북한과 아태지역 빈국 등에 1만여 정보화평화봉사단을 파견해 실업 해소의 효과도 노리고 있다. △사이버정보보안군 창설 추진 △통합 개인정보보호법 제정 △독립적인 개인정보보호 감독기구 설립 추진 등은 정보화 사회가 가져올 인권 침해 등을 막기 위한 IT복지국가 건설을 위한 공약이다.

민주당은 이어 오는 2007년까지 전 제조업의 IT 등 신기술과의 접목을 통해 인프라 활용능력을 극대화하고, 세계 1등 기술 100개를 집중육성해 세계 5위권의 IT강국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또 산업경쟁력에서 주목 분야를 부품소재와 디자인으로 꼽고 △M&A활성화와 표준 규격 보급 △중소, 중견기업에 1사 1디자이너 체제를 구축 등의 공약을 내놓았다.

민주당은 이공계 육성을 위해 과학고 졸업생과 수학,과학 성적 우수자는 특별전형으로 대학 입학시 우대하겠다는 공약도 내놓았다. 또 직무발명과 관련한 수익금의 30%가량을 발명자가 가져갈 수 있도록 하는 제도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열린우리당

- 2008년까지 R&D 예산비율 8%로 증액

- 통신·방송 융합형 서비스 도입 위한 법, 제도 마련

- 벤처 창업지원자금 1조원 규모 확충

열린우리당은 오는 2010년까지 4대 산업강국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비율을 현행 전체 예산의 4.8% 수준에서 8%로 늘리고, 전국을 5개 권역으로 나눠 IT·BT 등 전략산업을 육성할 광대역 산업클러스터를 조성해나가기로 했다. 기초 연구비도 19%에서 30%이상으로 확대해 기초과학 5대 강국 수준의 역량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와함께 IT분야 국제표준활동 강화를 통해 오는 2007년까지 관련분야 생산 380조원, 수출 1100억달러를 달성하는 내용의 정보통신 정책공약도 제시하고 있다. 내수기반 확충을 통해 통신과 방송의 융합형 서비스를 도입할 수 있도록 관련법 및 제도 등을 마련하는 것은 차별화된 공약이다. 이와 관련해 휴대인터넷, 텔레매틱스, 품질보장형 인터넷 음성전화 서비스 등도 조기 도입하고, 유선·무선 방송망을 통합한 50M∼100M bps급 광역 통합망 구축계획을 앞당길 예정이다.

이공계 육성책으로는 우선 이공계대학에 대한 집중투자로 세계 수준의 대학연구소를 20개 이상 육성하기로 했다. 이어 정부·공공기관 신규인력 채용시 이공계를 일정비율 이상 채용토록 하고, 과학기술계 국공립연구소 등에서의 여성인력비율도 30% 이상이 되도록 채용목표제를 도입키로 할 계획이다. 기술력 있는 벤처기업이 도약할 수 있는 지원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창업지원자금을 1조원 규모로 확충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이밖에 우리당은 차세대 성장동력 본격 육성을 내세우고, 정부가 제시해놓은 지능형 로봇, 미래형 자동차 등 10개 분야별 기술개발, 인력 양성 등의 로드맵을 수립·추진하기로 했다.

◇민주노동당

- 현 차세대 성장동력 사업 재조정

- 중소기업 활성화 차원 1조원 자금 지원

- 정부 출연연구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민주노동당은 현 정부의 차세대성장동력사업, 동북아중심 허브 구축 등의 사업등이 정부, 기업, 노등 등 다양한 참여자가 구성되지 않은 채 만들어졌다고 전제, 틀을 새로 짜자는 것을 과학기술·IT분야의 주된 공약으로 걸고 있다. 특히 △국내 중소 부품소재기업과의 능력을 높일 수 있는 산업 △산업연관효과를 높일 수 잇는 산업 및 제품 △고용효과 고용파급효과가 높은 산업 등을 기본 판단기준으로 재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주도해야 할 분야로는 핵에너지와 화석에너지 이후 이후의 에너지산업을 들었다.

또 클러스터의 특징인 적절한 수준의 개방성과 협력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전제, 자금유치계획이 아니라 각 지역수준에서 건전하고 능력있는 지역개발기구(RDA)의 형성과 지역개발기구들의 역할을 재정립하는데 중점을 두기로 했다.

중소기업 분야에서는 핵심 부품산업분야가 발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기술부족의 어려움을 해소시켜주기 위해 공단별로 중소기업, 핵심부품 R&D 센터를 설립하고 1조원 가량의 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지역 제조업을 살리기 위해 중소기업 R&D센터도 설립하기로 했다.

과학기술인 사기진작을 위해서 주요 연구인력인 대학원생의 복지문제와 지방대학의 대학원 문제를 해결하는데 초점을 두기로 했다. 또 정부 출연연구기관의 50%에 달하는 비정규직 연구원들을 대거 정규직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특별취재팀>

김종윤기자<팀장·jykim@etnews.co.kr> 이병희기자 김유경기자 김원배기자 김용석기자 손재권기자 윤건일기자

◆각당 공약 차별성이 없다

 4·15총선에서 이슈화되고 있는 과학기술·IT 부문을 포함한 이공계 공약을 비교해보면 각 당마다 차별화를 찾기가 쉽지 않다. 그 어느 때보다 과학기술 및 IT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지만 여전히 이전에 내놓았던 공약을 재탕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공약도 있어 과연 과학기술·IT부문에 대한 비전을 갖고 있는 지 의문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일단 제시된 공약가운데 ‘할 수 있는 일’부터 먼저 시작해야 한다의 의견도 적지 않다. 각 당마다 일부 정책에 대해 비슷한 의견을 보이고 있는 만큼 일을 추진하는데 있어 수월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각 당의 공약 가운데 유사한 것이 있다면 당장 실현가능하도록 입법화하거나 법을 재개정하자는 움직임도 보인다.

가장 당장 두드러진 사례가 ‘전문 연구요원들의 복무기간 단축’이다. 현재 정부 일부 부처에서 전문연구요원 복무기간 단축을 고려하고 있는 시점에서 한나라당이 ‘3년이하로 최대한 단축’이라는 공약을 내놓았다. 또한 과기부의 위상 제고가 시급히 해결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 뿐만 아니라 한나라당, 민주당, 열린우리당 모두 공통적으로 과학기술부의 위상을 높이자고 여러 의견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기초 및 기반기술 육성 분야에서 기초연구투자비율도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현행 약 19%에서 30%로 늘리는 방안을 내놓았기 때문에 당장 추진해도 큰 무리가 없을 부문이다. 게다가 대덕 및 지방연구단지 등 첨단과학단지를 연구개발(R&D)특구로 지정하는 것도 한나라당, 민주당, 우리당 등이 적극 지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 3당의 공약대로 벤처기업의 인수합병(M&A)활성화 지원 정책과 기술벤처 세제지원 문제 등에 대한 논의도 시급히 이뤄져야 할 문제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내놓은 부품소재에 대한 신뢰성 보험 등도 추진할만한 공약이다.

가장 많이 중복되는 또 다른 공약은 ‘과학기술인에 대한 처우개선’이다. 이공계 기피현상에 대한 해결이 그만큼 선거 이슈로 떠올랐다는 것이다. 각당 모두 과학기술인의 공직사회 진출 문호확대를 추진하기로 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지켜볼 만하다. 한나라당은 5년간 급여수준을 50%증액 해주기로 했으며 여성취업할당제도 고려하기로 했다. 우리당 역시 여성인력비용을 30%이상 채용하는 등 채용목표제를 실시하기로 돼 있어 과학기술계에 서는 이 문제부터 시급히 해결되도록 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