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단의 순간들­](7.끝)양덕준 레인콤 사장

지난해 12월 코스닥 등록 전후로 레인콤과 아이리버가 세인들의 관심을 끌게 되면서 많은 이들이 성공요인을 묻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동안 회사를 꾸려가면서 결단을 내려야 하는 순간들이 많았다. 많은 이들이 최고경영자가 내리는 순간의 판단이 회사의 운명을 결정 짓는다고 말하곤 한다.

엔지니어링 사업을 그만두고 MP3플레이어 제조업체로 전환했을 때나 ‘리오’ 브랜드와 결별하고 아이리버 독자브랜드로 해외시장에 진출했을 때, 크래프트 가격을 얼마로 정할까 등을 결정해야 했을 때 등등.

사내의 많은 임직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 끝에 결정한 사안들이었지만 그 결정들이 최선이었는지는 당시로선 알 수 없었고 지금도 잘 모른다는 게 솔직한 나의 고백이다. 물론 결과에 근거해 돌이켜보면 올바른 결정이었다고 결론지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은 지금의 레인콤이 있기까지는 잘된 결정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라고 섣부른(?) 판단을 내리는 것을 많이 봐왔다.

그러나 아이러니한 것은 그 결정들의 결과가 좋지 않았다면 그 결정들이 바로 실패의 요인으로 지적되었으리란 것이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엔지니어링 회사에서 제품 메이커의 변신, 자가 브랜드로 전환 등이 무모하게 회사를 위기에 빠뜨린 결정이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일련의 결단은 결정하는 나의 몫이 아니라 그 결정들이 성공하도록 ‘열정’과 ‘노력’을 쏟아 넣은 모든 임직원의 몫이다. 지금도 나는 많은 결정을 해야 하고 또 더 많은 결정이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그 결과를 예측하기는 여전히 불가능하다.

내가 결정을 해야 할 순간에서 고민할 때 유일한 결정의 지침은 어느 쪽이 정도(正道 )인가다. 흔히 말하는 도덕적 개념에서의 정도가 아니라 이 사업의 본질적 측면에서 궁극적으로 가야할 길을 택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결정단계에서 마음이 편해지고 결과에 대해 후회가 없게 된다. 모든 결정과 판단에 있어 빠뜨릴 수 없는 나의 확고한 기준은 ‘브랜드를 키워야 한다’는 분명한 명제에 있다. 아무리 현실적 필요성이 있더라도 브랜드를 희생하는 길은 결단코 택하지 않는다.

한때 세계를 물량으로 주름 잡았던 우리의 섬유 산업과 포터블 오디오 산업이 마치 당연한 듯이 사양사업으로 치부되어 버린 오래지 않은 역사를 우리는 가지고있다.그래서 나는 아이리버의 진정한 경쟁자는 이탈리아 명품 ‘조르지오 알마니’나 캐주얼 시계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스와치’라고 공개적으로 이야기한다. 브랜드만이 살 길이라고 나 자신에 대해 끊임없이 상기시키고 독려하는 의미다.

올해부터 브랜딩에 막대한 금액을 투자하기로 한 결정은 그렇게 내려졌고 이번의 결정도 모든 임직원의 열정과 노력이 모아져서 또 하나의 성공의 결단으로 승화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