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산업노조(위원장 이정원)는 13일 무분별한 외국 자본 유치로 국내에 진출한 투기 자본의 횡포가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금융당국 등에 대응책 마련을 촉구했다.
증권노조는 이날 증권거래소에서 브릿지증권 노조, 대안연대회의 등과 공동으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주장하고 최근 브릿지증권 대주주인 BIH(옛 KOL)의 경우를 구체적인 예로 들었다.
증권노조는 “BIH가 지난 98년 3월에 2000억원 규모로 국내 시장에 진출한 이후 대규모의 배당(99년 이익금의 70%)·감자 등으로 600억원 가량을 이미 회수했으나 다시 유상 감자와 건물 매각 등으로 1200억원을 추가로 빼돌리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브릿지증권 노조는 대주주가 회사의 존속마저 어렵게 하면서 자금을 유출하고 있다며 지난주 관련주주와 경영진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런 외국계 자본의 횡포와 관련, 증권노조는 투기 펀드에 금융기관의 대주주 자격을 부여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감독기관이 외자기업 특별기구를 설치해 경영 상태를 수시로 감시하는 등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업가치가 훼손되기 이전에 적극적 대처가 필요하다는 것.
대안연대회의 이찬근 교수는 “외국계 투기자본이 고배당·탈세·감자를 통한 유보금 탈취(국부 유출)는 물론 단기 수익성 위주의 경영으로 정리해고와 파행적 인사관리까지 자행하고 있다”며 “선진 금융기법·경영기법 등을 강조하고 있지만 국내 증시에 투입된 외국 자본의 95%는 단기성 투기자본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 “칼라일 같은 대형 외국계 자금이 IMF 이후 국내시장에서 1조원 이상의 이익을 얻었지만 세금은 전혀 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증권산업 노조는 △타이거펀드의 SK텔레콤에 대한 그린메일링 시도 △소버린의 SK지분 매집과 적대적 M&A 시도 △브릿지증권·만도기계·OB맥주의 감자를 통한 유보금 탈취 등에서 외국계 투기자본의 비행이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
표. 증권노조에서 제시한 외국계 투기자본의 주요 관심사례
대상회사 내용
SK텔레콤 타이거펀드의 SKT 그린메일링 시도
SK 소버린의 SK 지분 매집과 적대적 M&A시도
외환카드 론스타의 외환카드 인수과정에서 시장교란(현금서비스 중단 등)
브릿지증권·만도기계·OB맥주 감자를 통한 회사 유보금 탈취, 대주주에게만 이익
LG카드 외국계 은행들의 수수방관적 행태
한미은행 시티은행의 한미은행 인수와 상장폐지계획(국내 저축의 해외이탈 및 이윤 빼돌리기 가능성)
한투·대투 외자 인수시 주요 기업에 대한 적대적 M&A 가능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