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통신 CSMO(Chief Sales&Marketing Officer 고객부문장)인 오정택 부사장(48)은 경력의 대부분을 학교와 연구소에서 보냈다. 일리노이 주립대 경영학 박사 취득후 싱가포르 국립대에서 경영전략 담당 교수로 일하다가 95년 귀국하며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서 기획조정실장으로 일해왔다.
그는 그러나 원만한 대인관계와 강한 추진력으로 오히려 마케팅에 더 잘맞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른바 책상머리 스타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목이 잠길법한 아침인데도 한 시간여 인터뷰 내내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학교나 연구소에 있을 때부터 기업에 가 직접 시장을 보면서 일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해왔습니다. 시장을 직접 경험하니 연구소에서 자료로 접해온 것과 또 다른 점이 많더군요.”
오 부사장의 책상에는 매일매일 시내전화, 초고속인터넷 가입과 해지 실적을 취합한 자료가 올라온다. 그는 하루단위 성적표를 받아가며 가입자 확보전과 이탈방지 전쟁을 진두지휘한다.
CSMO로 선임된 것은 지난 해지만 사실상 오 부사장의 활동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지난 해 말 외자유치와 경영권 분쟁으로 정상적인 마케팅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 위협적인 존재로 떠오르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대응전략을 세우고, 신규가입자 확보보다는 기존 가입자의 만족도를 높여 이탈을 방지하고 평균이용료(ARPU)를 높이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고객관계관리(CRM) 솔루션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고객의 이용패턴을 분석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단기적으로는 이탈의 징후를 감지해 이를 방지하는 것이 목적이죠.”
올해의 목표는 가입자 이탈률을 1.4%까지 낮추는 것. 고객센터와 콜센터의 전문성을 키우고, 하나로드림 인수나 다음, 야후와의 제휴를 통해 콘텐츠 서비스를 확충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오 부사장의 스타일은 현장과 활동을 중시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는 선임 이후 4개 지역에 설치된 지사가 자체 영업전략을 세워 실행할 수 있도록 했다. 본사에서 자료로 파악하는 것과 현장에서의 현실은 차이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또 조직의 빠른 결정과 이를 행동으로 옮기는 신속한 대응력을 강조하고 있다. 두 달에 걸쳐 각 지사를 방문하면서 쌓은 현장의 경험에 따른 판단이다.
“권한을 나눠주되 책임을 확실히 묻는 체제를 확고히 하려는 생각입니다.”
하나로통신은 올해 하반기 제2의 도약기를 준비한다. 시내전화 번호이동성제도가 서울, 부산지역에서 시행되고 인터넷전화(VoIP) 제도화도 완료되기 때문이다. 중대 국면을 맞아 회사가 오 부사장에 거는 기대는 더욱 커졌다. 임원 회의도 마케팅 부문을 가장 중시하고, 가장 치열한 논의를 벌인다.
“시내전화 번호이동 고객 확보로 현재 4.4%에 머무는 점유율을 5∼6%포인트까지 끌어올릴 계획입니다. 신규고객 확보라기 보다 기존 초고속 가입자 등을 대상으로 만족도를 높이고, 가입자당 평균 이용료도 함께 높이는 윈윈 전략을 추진하겠습니다.”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
사진=고상태기자 stk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