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이사람]부산 ­동원전산 엄종선 사장

‘골수 영업맨’은 외형적으로 티가 난다.

우선 얼굴이 검다. 적지 않은 시간을 바깥에서 보내기 때문이다. 또 주로 정장차림이다. 다양한 사람을 접하는 사람들의 최소한의 예절이 옷입는데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부산 연산동 한창정보타운에 위치한 전산소모품 전문업체인 동원전산의 엄종선 사장(36)은 확실한 영업맨이다.

그의 얼굴색은 차라리 농부의 그것과 비슷하다. 여기에다 피곤함으로 인한 입술 옆의 상흔(?)은 그가 얼마나 열심히 현장을 쫓아다니는지를 웅변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양복도 마찬가지다. 그는 매장에서 평상복을 입지 않는다. 처음 유통분야에 들어왔을 때부터의 철칙이어서 지금도 이변이 없는 한 지킨다. 실제 푸른색 계통의 넥타이에 감색 스트라이프 양복은 청바지에 면티셔츠보다 편해 보일 정도다.

엄 사장이 ‘얼치기’ 영업맨이 아니라는 것은 다른데서도 알아 차릴 수 있다. 그는 말이 많지 않다. 허세를 부리거나 쓸데 없는 말은 가급적 하지 않는다. 고객들이 필요로 하는 것 이외의 부연은 그야말로 잘 해야 ‘사족’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엄 사장이 전자유통 분야로 뛰어든 때는 91년. 이 분야 15년 경력의 고참이다. 그는 이것저것 손대는 대신 말 그대로 ‘한우물’만 팠다. 전산소모품 유통에 뛰어든 이래 지금은 어느 정도 기반을 다졌고 따라서 다른 부문으로 확장할 만도 하건만 오로지 전산소모품만 다루고 있다. 삼성·HP·엡손·캐논의 잉크와 토너, 로지텍과 마이크로소프트의 마우스, 크리에이티브의 스피커, 삼성소프트의 공CD 등 3000여 종이 그의 손을 거쳐서 부산·울산·경남지역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이런 엄 사장이 지금도 자랑하는 것 가운데 하나는 부산 최초로 전산소모품 소비자 매장을 열었다는 점이다. 과거나 지금이나 전산소모품 유통에서 소비자를 대상으로 판매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품목이 많아지면 안아야 할 재고부담도 그만큼 커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불과 2∼3년 전만 해도 전산소모품은 도매가 대부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 사장은 99년 독립과 함께 소매 부문을 확대해갔다. 현재는 매출의 30% 정도가 소매에서 나온다.

물론 도매, 도도매도 모두 사업범위다. 소매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도매나 도도매로 돌려 일종의 포트폴리오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이와 함께 최근에는 지역 대형 할인점 영업에 주력하고 있다. 엄 사장은 당장의 회사 매출은 물론 지역 전자유통의 ‘살 길’이 여기에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요즘 들어 엄 사장은 ‘큰 그림’을 그려 본다. 거창한 것은 아니고 업계가 살아갈 방안을 찾고 있는 것이다. 엄 사장은 무엇보다 ‘협력’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밝힌다. 경쟁을 최고선으로 삼던 1세대와 달리 지금은 이 지역 전자유통 분야에서 협력이 중시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엄 사장은 경기가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어려운 시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전산소모품 수요는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어 종사자들 스스로가 어떻게 처신하느냐에 따라 상황을 긍정적으로 풀어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는 “감히 남들에게 충고할 위치는 못 된다”고 전제하고 “다만 동료나 후배들이 서로를 신뢰하고 의지하면서 개척정신으로 무장하고 시장에 나서면 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부산=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