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디지털음악, 네티즌에게 물어봐’
IT의 급속한 발전과 함께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지만 유료화모델의 정착에는 시간이 걸리고 있다. ‘인터넷은 무료세상’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네티즌은 유료 콘텐츠를 무료로 사용하는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 음악은 용량도 크지 않고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편법 이용의 주 타깃이 되고 있다.
◇MP3폰은 좋은 먹이감=최근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MP3폰은 이런 점에서 좋은 먹이감이 됐다. 삼성전자의 동영상폰(모델명 SCH-V420)에 음악 파일을 담아 청취하는 방법이 등장한 것은 대표적인 사례. 이 휴대폰은 동영상 재생을 위해 MP4라는 포맷을 사용한다. 같은 엠펙(MPEG) 계열의 압축기술을 사용한다는 점에 착안해 사용자들이 MP3 파일을 MP4 포맷으로 변환해 듣고 있는 것이다. 같은 회사의 MP3폰(모델명 SPH-V4200)도 동영상 재생 기능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MP3 파일의 편법이용이 가능할 지 네티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LG전자의 MP3폰(모델명 LP-3000) 역시 음원권리자들과의 협의가 안됐다는 이유로 MP3 기능을 막은 채 출시됐지만 다음날 바로 구버전 프로그램으로 MP3 음악을 자유롭게 들을 수 있었다. 한 네티즌이 제조회사의 사이트서버에서 파일경로를 유추해 프로그램을 다운로드 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MP3 원음 벨소리도 마찬가지. 원칙적으로는 돈을 내고 벨소리를 다운로드해야 하지만 네티즌은 휴대폰 서비스센터에서 사용하는 ‘폰매니저’라는 프로그램을 구해 자유롭게 MP3 원음벨을 만들어 쓰고 있다. 최근 LG전자가 단말기 업그레이드를 통해 ‘폰매니저’를 사용할 수 없게 만들었지만 네티즌이 언제 또 이를 풀어낼 지 모른다.
◇온라인서비스 업계의 골칫거리=온라인사이트에서 스트리밍서비스 방식의 음악을 내려받을수 있다는 사실은 이제 새롭지 않다. 물론 정상적인 방법은 아니다. 스트리밍 방식이라도 어딘가에는 음원이 저장돼 있다는 점에 착안해 네티즌이 이 경로를 찾아내는 것이다. 네티즌은 이를 이용해 음악사이트에 접속하지 않고도 자신의 게시판에 배경음악을 깔거나 특별한 프로그램을 사용, PC로 곡을 다운로드한다. 음악 사이트들은 경로를 수시로 바꾸거나 암호화시켜 침입을 막고 있지만 네티즌들의 집중공략 앞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경우가 많다. 한 음악서비스 업체 관계자는 “광고수익이 네티즌의 사이트 방문횟수에 따라 결정된다는 점에서 방문없이 음악을 듣는 행위 자체도 큰 손실로 작용한다”며 “서비스 신뢰도에도 타격을 입을까 두렵다”고 토로했다.
◇네티즌과 콘텐츠 제작사의 끝없는 싸움=네티즌의 이 같은 편법 이용은 콘텐츠 제작사에게 해를 끼치려는 의도보다는 단지 무료로 편리하게 사용하겠다는 마음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로 찾기 프로그램을 개발한 한 네티즌은 홈페이지를 통해 ‘편리함을 주기 위해 만들었지만 콘텐츠 제작자의 항의가 있을 경우 곧 삭제하겠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같은 편법 이용이 결국엔 우리 콘텐츠 산업의 기반 자체를 흔들어놓는 주범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무료 음악을 이용하려는 네티즌들과 이를 막으려는 콘텐츠 제작사들 사이에 앞으로도 끝없는 싸움이 펼쳐질 전망이다.
<정진영기자 jych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