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연구개발(R&D) 사업은 범부처 수준의 사전조정이나 이론적 체계없이 개별 부처의 필요에 의존해와 중복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같은 사실은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원장 최영락)이 최근 발표한 ‘정부 R&D사업의 체계·구조분석 및 정책제언’ 보고 결과 나온 것이다.
이에 따르면 현재 많은 정부 R&D사업을 수행하는 부처와 청일수록 각기 사업을 추진해 복잡한 체계와 구조를 가지면서 효율성을 떨어뜨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STEPI의 보고서는 △특정 기구나 기관을 중심으로 R&D사업을 단순화하고 △개별 사업이 아닌 범국가적인 프로그램 평가가 절실하다는 내용 등으로 요약된다. 보고서는 결론적으로 과기부 중심의 정부 R&D 기획 및 예산 배분권 등에 대한 이론적 배경을 제공하고 있다.
◇기존 정부 R&D사업 체계 및 구조=정부 R&D사업을 사업비 측면에서 보면 부처별 사업과 하부 사업들의 수준이 달라 범부처 차원의 체계화가 미흡한 것으로 지적됐다. 총 20개 부와 청에서 실시되고 있는 211개 정부 R&D사업 1개당 평균 투자 규모는 240억원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산림청 특정 R&D사업의 규모는 1억원인 데 비해 정보통신원천기술개발은 2978억원의 사업 규모를 보여 약 2900배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정부 R&D사업 투자 금액이 지속적으로 증가했음에도 프로젝트 수만 많아지고 프로젝트당 연구비 규모는 투자에 비해 미미한 것으로 지적됐다. 이런 체계가 R&D에 직접 사용되는 비용보다는 사업의 기획·관리·평가 비용만 증대시키는 결과를 초래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국가 R&D사업을 조정하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는 점도 제기됐다. 국과위가 조정과 통합역할을 하더라도 각 부처가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제재를 가할 효과적 수단이 없어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개선책=R&D사업 평가를 실시할 때 부처 수준에서 개별 정부 R&D사업들을 평가하기 보다 범부처 수준의 큰 틀에서 주요 정부 R&D사업을 종합·주기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또 국가과학혁신체계를 만들기 위해선 부처별·사업별 하부사업 및 단위사업들의 연구 성격과 규모를 고려해 정부 R&D사업의 단순화가 절실한 것으로 보고됐다. 한 프로젝트에 가능한 동질적인 성격을 가지는 사업들로 구성해 사업을 체계화해야 한다는 점이 보고서의 제안요지.
보고서에는 각 부처들의 R&D사업들을 기획 단계에서부터 범부처적 차원에서 공동으로 기획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과기부의 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산자부의 산업기술평가원(ITEP), 정통부의 정보통신연구진흥원(ITA) 등 각 부처별 정부 R&D사업 관리기관을 통합해 유사 기능을 축소하고 조직을 간소화해야 해야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에 대해 엄천일 KISTEP 전문 위원은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를 볼 때 연구 과제간 중복을 피해 효율성을 높이는 것에 동의한다”고 전제하고 “하지만 모든 중복 과제를 없애는 것이 능사는 아니며 과제간 경쟁을 유발해 개발을 촉진하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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