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무선인터넷 플랫폼 ‘위피(WIPI)’가 모바일 콘텐츠산업의 ‘봄’을 부르고 있다.
현재 미국 정부와의 통상마찰 이슈로까지 번지고 있는 위피 문제가 원만히 타결되고,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이동전화사업자, 단말기 등에 탑재되기 시작하면 모바일 콘텐츠 산업도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될 전망이다.
콘텐츠업체들도 위피 플랫폼에 맞는 경쟁력 있는 콘텐츠 아이템을 한발 앞서 내놓기 위해 치열한 각축전을 전개하고 있다. 위피가 무선인터넷 표준 플랫폼으로 채택될 경우, 콘텐츠업체에 주어지는 파급 효과에선 개발비용의 감소가 가장 두드러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지금까지 SK텔레콤망을 통해 콘텐츠를 제공하려면 GVM, SKVM 등과 같은 플랫폼에 맞는 콘텐츠를 개발해야 했고, 같은 콘텐츠를 KTF망에 실어 서비스하려면 브루(BREW) 플랫폼으로 다시 만들어야했다. LG텔레콤용으로는 또다른 KVM이나 자바로 준비해야만 했다. 하나의 콘텐츠 개발에도 이통3사의 각기 다른 플랫폼에 맞도록 3개의 제품을 만들어야 하고 그만큼 비용이 늘어났다.
이에 반해 위피 플랫폼이 자리잡을 경우, 이통사마다 약간씩 다른 프로토콜만 손질하면 어디에든 그대로 가져다 쓸 수 있는 표준화가 자리잡게 된다. 콘텐츠업체들은 위피라는 계기를 통해 개발비용 부담을 덜고, 이통사별로 적용되는 콘텐츠 규격이 ‘통용 환경’으로 변화되길 기대하고 있다.
최종호 이오리스 사장은 “위피가 당초 개발 취지를 충분히 살려, 이통사의 표준플랫폼으로 자리잡게 되면 모바일게임 등 콘텐츠 개발사들의 부담은 현저히 줄어들 것”이라며 “국내 콘텐츠산업의 육성 및 경쟁력 강화라는 측면에서 표준화는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콘텐츠업계가 입게 되는 ‘위피 효과’의 또다른 하나는 콘텐츠 유통구조의 개선이다.
지금까지 모바일 콘텐츠 유통구조는 절대적으로 콘텐츠업체가 이통사에게 끌려가는 구조로 일관돼왔다. 콘텐츠 관련 수익중 이통사가 1을 갖고, 나머지는 콘텐츠업체가 가져가는 이른바 ‘9대1의 수익배분 비율’로 인해 일면 콘텐츠업체가 자율성을 가진 것 같지만, 이통사가 절대적 주도권을 쥐고 있는 형국이다.
콘텐츠업체들은 위피 도입으로 인해 이같은 콘텐츠 유통구조가 건전하고, 수평적인 수요·공급관계로 완화될 것으로 크게 희망하고 있다. 이같은 콘텐츠 유통질서의 선진화는 역으로 고품질의 세계적 우량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근본 토양으로 작용할 것이란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마지막으로 위피 플랫폼의 정착은 곧 국산 콘텐츠의 수출 다변화와 함께 토종 플랫폼의 세계화를 위한 단초가 될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브루, 자바플랫폼으로 만들어진 국산 콘텐츠가 주로 해외에 팔려나갔지만, 앞으로 위피 플랫폼의 우수 콘텐츠가 발굴되고 이것이 해외시장 확산에 들어간다면, 콘텐츠와 함께 위피 자체도 수출효과를 톡톡히 거둘 수 있다.
콘텐츠 수출이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앞당기는 선봉이 되기 위해서는 △세계시장에도 통하는 독자적 플랫폼 확보 △경쟁력 있는 콘텐츠 △상용화 사례의 축적과 운영 노하우 등 3박자가 고루 맞아떨어져야 한다. 위피가 그 ‘첫단추’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모바일 콘텐츠업계는 최근 진통을 겪고 있는 위피 문제가 우리 콘텐츠산업의 밝은 미래를 준비하는 방향에서 전략적으로 결정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진호기자 @etnews.co.kr>
◆모바일 콘텐츠 수출 열풍
모바일 게임을 비롯해 벨소리·통화연결음 등 대부분의 콘텐츠가 해외시장에서 ‘최고의 상품’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이동전화가입자 3500만명에, 무선인터넷 이용자 3200만명이 말해주듯 무선인터넷 이용자 비중에서 압도적 세계 1위에 올라선 우리나라가 콘텐츠로서도 다시금 그 위력을 재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모바일 콘텐츠업체들도 국내에서 수많은 업체가 경합하는 출혈경쟁으로선 희망이 없다고 보고, 앞다퉈 세계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 가운데 모바일 게임업계의 진격 속도가 가장 빠르다.
게임종주국으로 통하는 일본시장에까지 당당히 진출해 독자적 영역을 확대하고 있으며, 게임 신천지 중국시장에서도 속속 성과를 쌓아가고 있다. 모바일게임 선두업체 컴투스는 유럽, 북미지역 등을 묶어 세계 20여개국에 자사 모바일게임을 수출해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 올해 200억원 안팎의 매출 목표액중 절반 가량을 해외에서 벌어들일 계획을 잡는 등 ‘잰걸음’을 놀리고 있다.
한국산 모바일게임의 우수성이 해외에 알려지면서 모바일 게임의 해외 퍼블리싱이라는 독자적 사업영역도 생겨나고 있는 추세다. 모바일 게임업체 엠닥스는 자체적인 모바일게임 개발과 함께, 국내 게임업체들이 만든 모바일게임을 중국에 퍼블리싱하는 사업을 벌이고 나섰다.
모바일 게임이 통신사업자와 연계하는 측면이 강하다는 측면에서, 해외 이통사들과 수년간 사업경험을 쌓아온 업체들을 중심으로 이같이 국산 모바일 콘텐츠를 중계하는 비즈니스모델이 큰 폭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벨소리 등 음악관련 콘텐츠업체들의 해외시장 공략속도도 더욱더 빨라지고 있다.
벌써 3∼4년전부터 국내 업체들은 벨소리를 상품화하고 통화연결음을 수익화하는데 성공했지만, 해외에선 이제야 본격적인 산업화 계기를 맞고 있다. 특히 이동전화 보급 성장율이 가파르고, 음악이라는 동양적 정서가 강한 중화권과 동남아를 중심으로 벨소리 관련 콘텐츠산업은 하루가 다르게 급성장하고 있다. 이에 국내 벨소리 등 모바일 콘텐츠업체들은 이미 중국, 대만, 인도네시아, 태국 등에 진을 치고 현지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콘텐츠업계의 자발적인 해외공략 의지가 정부까지 움직이기에 이르렀다. 정부가 나서서 국산 콘텐츠의 해외 수출지원을 위한 ‘모바일 테스트베드’를 잇따라 설립한 것이다. 해외와 똑같은 통신환경과 단말기를 구비해 놓고, 수출이전에 콘텐츠 품질 및 운용 테스트를 완벽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형태다. 이미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과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에 각각 모바일테스트 1,2호가 만들어져 운영중이다.
전문가들은 지금이 바로 정부와 업계가 힘을 합쳐, 모바일 콘텐츠분야의 세계적 아성을 구축할 수 있는 절호의 시기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진호기자 @etnews.co.kr>
◆기고-박성찬 한국콘텐츠산업연합회 의장(다날 사장)
‘내용물’,‘속알맹이’라는 뜻의 ‘콘텐츠’가 이제는 생활 구석구석 파고들어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흔히 콘텐츠 산업으로 분류되는 음악, 영화, 출판, 게임 등은 과거에는 각각의 산업으로 간주되거나 문화산업이라는 범주로 통합되어 불리곤 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과 디지털화의 진전에 의해 이들 산업은 ‘콘텐츠’ 범주에 새롭게 묶였다.
바로 이 ‘콘텐츠’에 날개를 달아준 영역이, ‘정보의 바다’로 대변되는 인터넷과 ‘이동성’과 ‘개인성’으로 대변되는 이동통신이 결합한 무선인터넷이다. 무선인터넷 시대의 콘텐츠산업, 즉 모바일 콘텐츠 산업은 그 효용성이나 사회적 파급효과 측면에서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한 산업이 될 것이다. 이는 이미 각 이동통신사업자들이 무선인터넷 서비스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음과 국가 정책적인 면에서도 디지털콘텐츠산업 육성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으로도 입증되고 있다.
최근의 네트워크 환경은 CDMA2000-1X에 이어 CDMA2000-1X EVDO가 상용화되고 2004년에는 비동기식 IMT2000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날이 갈수록 발전하고 있으며 단말기의 성능 또한 이른바 ‘컬러폰’, ‘카메라폰’, ‘캠코더폰’, ‘MP3폰’ 등으로 급속한 발전을 이루면서 과거 유선인터넷으로만 얻을 수 있었던 모든 형태의 콘텐츠들을 무선인터넷을 통해 휴대폰 단말기로도 향유할 수 있게 됐다.
현재는 벨소리, 캐릭터, 통화연결음 등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관련 서비스 이용빈도가 60∼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IMT2000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멀티미디어, 실시간 방송, 금융, 위치정보, 광고 등으로 서비스 분야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들 영역에서 다수의 비즈니스 기회들이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즉, 국내 모바일콘텐츠 서비스 영역은 네트워크 기술 고도화에 따라 문자정보 기반의 소용량 데이터서비스에서 VOD, MOD를 비롯한 대용량 멀티미디어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현재 국내 모바일 콘텐츠 산업은 빠르게 진화하는 이동통신 환경에 맞춰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고 있으며 한국 경제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강력한 키워드로 주목받고 있다. 모바일 콘텐츠 산업은 일반 콘텐츠와는 달리 이제 막 태동하고 있는 잠재성 높은 분야이며 수년이상의 수준차이와 개발격차가 있는 기존 분야와는 달리 우리나라가 선도자 역할을 하고 있다.
2000여개에 이르는 콘텐츠 관련 업체와 이동통신 사업자들의 노력으로 지난 3∼4년 동안 국내 모바일 콘텐츠 시장은 지속적으로 확대 및 발전해왔다. 이는 그동안 관망자세만을 유지하던 유럽이나 중국시장에서는 금방 따라오기 힘든 ‘고유의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불모지에 뿌린 씨앗이 푸른 묘목으로 자란 국내 모바일 콘텐츠 산업을 울창한 숲으로 키워야하는 시점에 서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며 여기까지 온 것도 대견한 것이지만, 정작 지금부터 모바일 콘텐츠산업을 무한가치의 국가경쟁력 기반으로 만드는 전쟁이 시작됐다.
개개 업체의 노력은 물론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과 이동통신사업자와의 긴밀한 유대관계, 그리고 공동의 목표를 향해 전진하는 업계의 단합된 모습으로 급속한 변화의 물결을 헤치고 당당하게 세계속에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매진해야 할 것이다. 모바일 콘텐츠 산업은 정보 기술과 문화가 융합된 종합산업으로 문화 산업 전 분야를 통해 이윤을 창출하는 지식 기반 경제의 핵심 산업이 될 것임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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