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은 ‘필수’, 모바일 콘텐츠는 ‘홍수’.
손안의 멀티미디어 기기로 발전하고 있는 휴대폰이 모바일 콘텐츠라는 차세대 황금산업의 둥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벨소리·통화연결음 등으로 새 밀레니엄을 열었던 모바일 콘텐츠 산업이 이제 모바일 게임, 음악(MP3), 캐릭터, 주문형비디오(VOD), 위성디지털방송(DMB), 모바일뱅킹, 위치기반서비스(LBS) 등을 아우르는 21세기형 디지털산업의 핵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
IT조사기관인 IDC코리아에 따르면, 국내 모바일 콘텐츠시장 규모는 지난 2002년 1조3000억원에 불과하던 것이 오는 2007년에는 7조원 규모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그것도 연평균 성장율이 40%에 육박하는 급상승 코스를 그릴 것으로 보인다. <표참조>
음성통화에 덧붙여 ‘재미 삼아’ 주고받던 콘텐츠가 SK텔레콤, KTF, LG텔레콤 등 국내 이동통신 3사의 평균 1년 매출액과 맞먹는 수준으로 껑충 자라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따라 모바일 콘텐츠시장의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관련분야 경쟁주자들의 각축전도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통사는 이통사 대로 지금까지 현금원(Cash Cow) 역할을 해왔던 음성통화가 지속되는 요금인하 압박과 이용자수 정체에 따라 답보상태로 돌아선데 따라, 무선인터넷 및 그 기반에서 유통되는 모바일 콘텐츠를 차세대 핵심 수익원으로 책정하고 본격 경쟁에 돌입했다.
이통사와 함께 모바일 콘텐츠산업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콘텐츠제공업체(CP)들도 제각기 서비스 장점과 아이디어 차별성을 내세워 경쟁자를 따돌리기 위한 열전에 나섰다. 수천개로 추정되는 업체수가 여전히 시장구조 조정의 절박성을 드러내고 있지만, 그동안 치열한 시장경쟁속에서 이미 경쟁력이 검증된 우수업체들이 다수 발굴되고 육성된 것은 또다른 긍정인 면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통사-CP간의 경쟁축에 포털들도 새로운 축으로 등장하고 있다. 무선망 개방이 본격화되는 올 하반기부터 이통사도 여러 무선 포털중 하나의 역할로 돌아가게 된다. 절대강자가 없는 유무선 무한경쟁의 구도가 형성될 것이기 때문이다.
NHN, 다음커뮤니케이션 등 대형 포털들은 자체 유선시장에서의 트래픽, 방문자수, 페이지뷰 경쟁은 그것대로 벌여나가면서도 무선망 개방 본격화에 대비한 모바일 콘텐츠사업 준비에 한창이다.
◇이통3사 “주도권은 내가 쥔다”=SK텔레콤은 ‘가입자 기반’을, KTF는 ‘유무선 확장성’을 모바일 콘텐츠 부문 사업강점으로 적극 활용하고 나설 태세다. LG텔레콤은 상대적 열세를 인정하면서도, 규모의 경제를 살린 ‘틈새 서비스’를 승부수로 내세웠다.
이들은 제각기 모바일 콘텐츠가 향후 자사 수익의 주력이 될 것임을 직시하면서, 콘텐츠 주도권이 향후 통신시장의 경쟁력 우열로 이어질 것이란 점에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2005년 이통사간 완전 번호이동성제가 시행되면,이동통신시장은 지금까지의 요금·통화품질의 경쟁에서 전혀 새로운 단계인 콘텐츠의 경쟁시대에 들어갈 것이란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전망이다. 이에 따라 콘텐츠를 축으로한 이통사간의 시장경쟁도 올해를 출발점으로 더욱 달아오를 것이 분명하다.
◇모바일 게임 ‘폭발적’ 성장기대감=모바일 콘텐츠중 단일 분야로는 처음으로 지난 99년 가장 빨리 산업적 가능성을 내보였던 모바일게임이 앞으로도 뚜렷한 성장력과 발전 비전을 가질 것이란데는 이견이 없다.
모바일게임의 자체 사용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과 함께, 모바일게임의 장르도 예전 테트리스나 벽돌깨기, 오목 등에서 최근에는 롤플레잉, 대전격투, 시뮬레이션 팬터지까지 순수창작물과 대작게임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IDC코리아측은 국내 모바일 게임시장 규모가 지난해 2100억원에서 오는 2007년 5500억원 규모로 2.5배이상 급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모바일게임이 특히 주목받고 있는 것은 국내에서의 우수한 상용화 노하우와 여러 플랫폼에 대한 응용기술 등이 인정받으면서 유럽, 북미, 남미, 중국 등 세계시장으로 날개돗친 듯 팔려나가고 시장점유율을 키워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모바일게임 분야 상위권 주요업체들의 국내와 해외 매출비중은 올해를 기점으로 50대 50수준으로 빠르게 자리잡아나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가운데 해외시장에서의 국산 모바일게임 매출까지 합치면 2007년 전체 시장규모는 1조원을 훨씬 웃돌 것으로 보인다.
◇포털들 “모바일콘텐츠, 포털에서도 다운받으세요”=지난해까지 이통사가 운영하는 무선인터넷을 통해서만 다운받을 수 있었던 모바일 콘텐츠가 이제 유선 포털에서도 다운받을 수 있게 됐다. 앞으로 이 추세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통사가 독점하다시피했던 시장구도가 포털에게도 활짝 열리게되는 셈이다. 이에따라 NHN, 다음, 네오위즈, SK커뮤니케이션즈 등 주요 포털들은 앞다퉈 모바일 콘텐츠 전략을 수립하고, 자사 방문자를 효과적으로 모바일 콘텐츠 수요자로 끌어들이기 위한 행보를 서두르고 있다.
특히 이들 포털들은 이미 방대하게 구축돼있는 자사의 온라인 콘텐츠를 보다 효과적으로 모바일 이용자에까지 연결시키기 위한 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다음은 자사의 성장축이 됐던 커뮤니티와 메일을 모바일과 연계하고, NHN과 네오위즈는 자사의 게임콘텐츠를 효과적으로 모바일에 붙이려하고 있다. 명실상부한 포털 3강으로 뛰어오른 SK커뮤니케이션즈도 자사의 강점인 커뮤니티서비스와 유무선 통합 환경을 모바일 콘텐츠에 연계시키려는 움직임을 본격하고 있다.
◇PDA·휴대인터넷 등 새 플랫폼 ‘콘텐츠산업의 엔진’=모바일 환경이 PDA·노트북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것은 모바일 콘텐츠산업이 근본적으로 산업의 내용을 키우는 전기가 될것으로 전망된다. 휴대폰상의 제한적인 디스플레이와 음향 등이 PDA와 노트북 등으로 개선·확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2.3㎓ 휴대인터넷이 상용화되면 콘텐츠산업의 기반 자체도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수준으로 뛰어오를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때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콘텐츠를 즐기려는 산업이 휴대폰에서 시작했다면, 모바일에서도 거의 완전한 수준의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질적 변화가 도래하는 것이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