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대외 사업 확대 및 발굴에 집중해 온 시스템통합(SI) 업체들이 그룹 내부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대우정보시스템·CJ시스템즈·아시아나IDT·대상정보기술 등은 최근 그룹 계열사 중심의 내부 프로젝트 발굴 및 착수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특히 이들 업체들의 그룹 내부 프로젝트는 재무·인사·고객관리 등 기간시스템을 재구축하고 그룹웨어·데이터웨어하우스·고객관계관리·지식관리시스템 등 신규 IT 인프라 기반 구축을 위한 전사적자원관리(ERP)에 집중되고 있다.
◇배경=그룹 내부로의 시선 이동은 계열사 프로젝트 물량으로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하는 한편 이를 기반으로 향후 관련 분야 시장 공략을 위한 채비를 갖추려는 다각적인 포석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실제로는 대외 시장 포화와 공공 및 민간 부분 SI 사업의 축소·연기, 기존 선발 업체와의 경쟁 등으로 인해 정체된 경영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의도가 짙은 것으로 보인다.
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경쟁업체에 비해 앞서 발굴해 새로운 수익 구조를 창출하기보다 그룹 계열사의 IT 서비스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선회하는 게 대외 시장에서의 위험을 최소화하고 일정부분 수익성을 개선하는데 필요한 요소라는 판단도 커다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삭된다.
◇현황=대우정보시스템(대표 박경철)은 대우조선해양과 대우캐피탈 등에 최근 대우자동차판매 ERP 구축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대우정보시스템은 대우자동차판매 ERP 프로젝트를 계기로 옛 대우그룹 계열사에 대한 ERP 구축을 확대하는 한편, 기술과 경험을 기반으로 ERP 패키지의 완성도를 높여 대외 사업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CJ 홈쇼핑과 CJ GLS의 ERP 프로젝트를 수행한 CJ시스템즈(대표 정흥균)도 그룹 전체 계열사를 대상으로 자체 개발한 ERP 솔루션 ‘드림ERP’ 구축에 본격 착수했다.
이미 지난해 CJ의 미국·유럽·일본·홍콩 판매법인의 ERP 프로젝트를 완료한데 이어 지난 2월 인도네시아 생산법인 ERP 프로젝트에 착수한 CJ시스템즈는 내년까지 국내외 전 계열사에 대한 ERP 프로젝트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대상정보기술(대표 이문희)도 지난해 대상사료의 ERP 프로젝트 수행을 계기로 다른 계열사들로의 확대 기회를 찾고 있다. 대상정보기술측은 “대상그룹 계열사들이 ERP 도입을 위한 타당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에 대비해 업무설계 분석 등 ERP 컨설팅과 개발을 담당했던 인력을 중심으로 ERP 관련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망=대외 사업에서 이렇다 할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는 SI업계의 이같은 변신은 그룹 지배 구조 변화나 계열사 프로젝트 물량 감소와 같은 환경 변화에 영향을 쉽게 받을 수 밖에 없는 구조로 편입된다는 점에서 위기를 극복하기보다는 미봉책에 불과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비록 그룹 계열사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외형 성장 및 수익을 일정 기간 올릴 수는 있지만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경쟁에서도 처질 수 밖에 없어 저성장과 저수익 구조를 되풀이하는 악순환을 반복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삼성SDS나 LGCNS 등 대형 SI업체들이 이 같은 흐름에 동참하기 보다는 오히려 탈그룹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따라서 그룹의존형 사업구조는 결국 해당 기업 자체의 대내외 경쟁력과 자생력의 약화를 앞당기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마저 내포하고 있어 이들 중견 SI업체들의 향후 위상의 변화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