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은 한국민속촌이 갖는 사회적·국가적 의미보다 영화촬영, 혹은 수학여행 장소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이는 한국민속촌이 오프라인 측면에서만 접근 가능하다는 접근성의 제약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민속촌은 민속촌의 중요성을 바로 알리기 위해 인터넷 활용을 극대화하고 있다. 인터넷이 정보 획득의 주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 홈페이지를 전면 개편하고 한글인터넷주소를 이용한 홍보전략을 펴고 있는 것.
올해로 개장 30주년을 맞는 한국민속촌은 지난 74년 10월 경기도 용인에서 30여채의 전통 가옥을 이전 또는 개축해 개관됐다. 현재 전국 각지에서 보존가치가 있는 가옥들을 수소문하거나 제보를 통해 민속촌 경관 지구로 옮겨 지방색에 맞는 민속을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또 가족공원 등 할아버지로부터 손자에 이르기까지 3대에 걸쳐 함께 할 수 있는 테마파크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민속’이나 ‘전통’이라는 용어에 대해 무감각한 반응을 보이고 있고, 어린 학생들은 용어 자체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한국민속촌의 판단이다. 사람들이 가장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홍보수단으로 인터넷을 택한 배경이다. 한국민속촌은 올 초 홈페이지 1차 개편 작업을 단행하고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 해 나가기로 했다.
인터넷을 이용한 홍보전략으로는 한글인터넷주소 ‘민속촌’이 활용되고 있다. 올 초 한글주소 사용 이후 사이트 접속률이 크게 늘었다는 게 한국민속촌 측의 설명이다.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들의 숫자만 봐도 그동안은 하루 평균 3∼5건의 고객 문의 수준에 머물렀지만, 올 들어서는 하루 평균 30∼40건의 질문과 건의 등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어린이들의 참여가 많아졌다는 점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이는 게시판에 아이들의 질문이 부쩍 늘어난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대부분 학교에서 내준 과제를 위해 방문한 것이지만, 인터넷을 통해 접근성이 높아진 데다 입력하기 쉬운 한글인터넷주소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민속촌과 한걸음 더 가까워진 것이다.
한국민속촌은 현재 전통마을·민속마을·민속촌 등 민속 관련 한글도메인을 7개나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옛날집’ 등 한글인터넷주소를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다. 이미 ‘한국민속촌’이라는 이름을 한 로또 사업자가 선점해 인터넷주소로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조만간 본래 이름을 찾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기로 했다. 한국민속촌은 특히 이를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 현재 계열사에 의존하고 있는 홈페이지 유지·보수 역할을 내부로 끌어들일 계획도 가지고 있다. 민속촌 내부에서 학예팀이 관리자 역할을 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민속촌은 현재 한글 외에 영어·중국어·일본어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한글사이트는 내방객을 늘리기 위해 마케팅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외국어 사이트는 한국의 멋을 보여줄 수 있는 콘텐츠 중심으로 개편해 나갈 예정이다.
한국민속촌은 한글인터넷주소 ‘민속촌’이 정보 접근의 용이성을 이용해 그 의미와 가치를 현세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온라인문화지킴이’로서의 역할을 담당해 나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별취재팀>
*삼성에버랜드의 한글주소 마케팅
삼성에버랜드의 입장객 수는 지난 2001년 6월 8일을 기준으로 1억명을 넘어섰다. 이를 하루 평균으로 계산해 보면 25년 동안 매일 1만958명이 에버랜드를 찾았다는 결론이 나온다. 당시 입장객 기준으로 국내 테마파크로는 유일하게 세계 5위를 기록했다. 이는 5개 테마존에서 4계절을 시즌화 한 페스티벌을 실시해 365일 동안 고객들로 하여금 만족할 만한 축제의 기쁨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가능할 수 있었다는 게 에버랜드 측의 설명이다.
이처럼 에버랜드는 국내 테마파크 문화를 선도하는 입장에 있으면서도 한 가지 해결해야 할 문제를 안고 있었다. 야외무대라는 외부조건으로 인해 겨울이 되면 저녁 6시에 문을 닫아야 했던 것이다. 이러한 겨울철 비수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크리스마스 환타지 페스티벌’에서 찾았다. 지난해 11월 7일부터 12월 25일까지 실시된 ‘크리스마스 환타지 페스티벌’은 에버랜드의 페스티벌월드를 ‘크리스마스 특별시’로 선포하면서 시작됐다.
여기에 주요한 홍보수단으로 사용된 것이 ‘크리스마스 특별시’라는 한글인터넷주소이다. 각 영업장에서 운영되는 500여개의 POS 화면과 모든 영수증에 “주소창에 ‘크리스마스특별시’를 입력하고 산타의 선물을 받으세요!”라는 문구를 넣었다.
에버랜드 리조트사업부 브랜드 홍보팀 문진기 과장은 “특별시는 영어로 ‘Metropolitan’인데 한글인터넷주소를 ‘http://크리스마스특별시’가 아닌 ‘http://www.christmasmetropolitan’과 같은 영문주소로 썼다면 온라인 이벤트의 홍보효과는 현재와 상당한 차이를 보였을 것”이라며 한글인터넷주소를 이용한 홍보효과를 설명했다.
현재 에버랜드는 용인에버랜드·사계절축제의나라·튤립축제·자연농원·크리스마스특별시 등 총 13개의 한글인터넷주소를 보유하고 있다.
문 과장은 “최근 많은 기업들이 한글인터넷주소를 사용해 홍보나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며 “에버랜드도 한글인터넷주소를 통합마케팅의 일환으로 계속 사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인터뷰: 한국민속촌 이병진 학예팀장
“한국민속촌을 인터넷을 통해 알리는 작업은 다른 곳에 비해 시기적으로는 많이 늦었지만, 늦은만큼 이용자들의 편의성을 위해 남들 보다 두세 걸음씩 빨리 걸어나가겠습니다”
별다른 홍보 없이 그저 사이트를 가지고 있다는 데만 의미를 두어왔던 한국민속촌이 홈페이지를 개편하며, 사이트 홍보에 열을 올리게 된데는 이병진(40) 학예팀장의 역할이 컸다. 그는 원래 미술 온라인 데이터베이스 전문가였다. 외국 미술을 국내에 소개하는 사업을 했던 그의 목표가 바뀐 것은 지난해 한국민속촌으로 직장을 옮기면서 부터이다.
이 팀장은 “해외 미술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해외 콘텐츠를 국내에 제대로 알리고 싶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외국인들이 가장 알고 싶어하는 서민의 삶의 흐름을 해외에 알리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 과정에서 알게된 것이 한글인터넷주소이다. 다양한 한글주소를 이용해 우리나라사람들의 민속에 관한 낮은 인식을 환기시키겠다는 것이 그의 목표다. 또 중국어·일본어 등 외국어 사이트에서도 ‘민속’ 등과 관련된 자국어인터넷주소를 보유해 외국인들도 한국 문화를 제대로 알게하겠다는게 이 팀장의 생각이다.
앞으로는 홈페이지에 전통관련 이미지 공유를 시작으로, 커뮤니티를 활성화해 고유문화를 많은이들이 공유하기 쉽게 만들 계획이다.
하지만 이 팀장은 아직도 한글인터넷주소에 대한 기업들의 낮은 인식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좋은 기업명과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기업들도 한글인터넷주소를 다른 기업이나 개인이 선점하도록 내버려두는 경우가 많다”며 “한국민속촌도 ‘한국민속촌’이라는 인터넷주소를 놓치고 나서 ‘자기 브랜드는 자기가 지켜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이과정에서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다’는 사실도 비로소 깨달았다”고 말했다.
*미니캠페인
‘로그인(log-in)→ 들어가기, 로그온(log-on)→접속시작, 로그아웃(log-out)→벗어나기’
인터넷에서 가장 많아 쓰이는 말 중의 하나가 ‘로그인’이다. 로그는 컴퓨터의 처리 내용이나 이용상황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기록한 것, 또는 기록하는 것을 말한다. 또 메일 등 통신이용의 기록을 로그라 하고 그 파일을 로그파일이라고 한다. 온라인상에서 이미 로그라는 영어단어는 표준화된 상태지만 순 우리말로 변환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로그인은 들어가기, 로그아웃은 벗어나기 식으로 순 우리말로 바꾸어도 의미의 어색함이 없다. 특히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제품을 개발할 때 로그인, 로그아웃 대신에 ‘들어가기, 벗어나기’ 식으로 바꿔 표현한다면 자연스럽게 IT언어의 우리말 확산이 이루어 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