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새벽 3시 30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종합상황실에서 4·15 총선 개표 작업이 마무리됐다는 보고를 받은 윤석원 SK C&C 공공사업부문 상무(46)는 긴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
총선 사상 처음 도입된 전자개표 시스템 운영 총괄 책임자였던 그는, 오후 6시 투표가 종료된 이후 개표가 끝날 때까지 선관위 종합상황실에서 전국의 개표 상황을 수시로 체크하며 새벽까지 자리를 지켰다. 입후보자만큼 개표에 신경을 썼던 탓인지 그는 평소보다 야위어 보였지만 기분만은 최고조에 이른 듯했다.
윤 상무는 “개표 작업이 시작된 직후 몇몇 개표소에서 전원장치 과부하와 운영요원의 조작 미숙 등으로 전자개표 시스템 운영이 중단됐다는 보고를 받고 가슴이 철렁 내려 앉기도 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그의 지휘 아래 일사 분란하게 조치를 취해 개표소 대부분에서 15분 내에 개표 작업이 재개될 수 있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전자개표 시스템을 이용한 개표 작업이 이상없이 100% 완료됐다는 최종 OK 사인을 받고 나서야 윤 상무는 지난 두 달여 간 주말과 휴일을 잊은 채 개표원 교육과 수차례의 전자개표 시스템 사전 시뮬레이션 작업에 매달리느라 고생한 직원들의 얼굴을 떠올렸다.
“전국 247 개표소에서 각종 사고 및 장애 발생 신고건수가 지난 2002년 대선에 비해 80% 이상 감소하는 등 개표 작업이 순항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직원들 덕분입니다.”
서강대 외교학과 출신인 그는 지난 82년 ㈜선경(현 SK네트웍스)에 입사한 이후 90년 선경정보시스템(현 SK C&C) 시스템사업팀장을 시작으로 SK와의 인연을 20년 넘게 이어오고 있다. SK C&C 전략영업본부와 공공영업본부 등 핵심 부서에서 요직을 두루 거친 그는 올해부터 공공·금융사업본부장을 맡아 어깨가 한층 무겁다고 토로한다.
새로운 직책을 맡은 그가 역점을 두는 부분은 ‘현장’과 ‘고객’이다. SKC&C 임원 가운데 출장이 많기로 정평이 나 있는 그는 현장을 찾아 직원들에게 ‘고객을 리드하는 건 현장에 있는 여러분의 몫’이라는 말을 빼놓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장에 가면 고객도 한 번 더 만나고 직원들도 격려하고 경쟁사 동향도 파악할 수 있는 등 여러가지 이점이 있다”는 그는 전자개표 시스템 성공 사례는 잠시 잊고 또 다른 성공 신화를 만들기 위해 새로운 각오로 임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kr
사진=정동수기자 dsch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