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터넷 쇼핑몰 업체의 관심사는 ‘화장품’이다. 이전에 화장품은 쇼핑 아이템의 구색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쇼핑몰의 효자 상품으로 부상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인터넷으로 판매된 화장품 규모는 4660억 원으로 전년에 비해 67.9% 가량 늘었다. 이는 쇼핑몰 전체 거래 규모 증가세가 17%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4배 가까운 성장 규모다.
이 때문에 화장품 취급에 소극적이었던 메이저 쇼핑몰까지 앞다퉈 이 시장에 뛰어 들고 있다. 무료 배송에 최고 75% 할인 등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서비스와 가격을 무기로 한 프로모션이 줄을 잇고 있다. LG이숍은 국내 화장품 브랜드 8000여 개 품목의 가격을 소비자가 대비 최고 70%까지 내렸다. 인터파크도 이에 앞서 품목별로 인기 상품 100개를 선정해 최고 75%까지 싸게 파는 상설 할인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명품 브랜드를 단독 판매해 온 쇼핑몰까지 할인 경쟁에 가세했다. 명품 화장품은 그동안 본사에서 직접 제품을 받는 롯데·현대·신세계 등 백화점을 끼고 있는 인터넷 쇼핑몰에 국한됐다. 그러나 전문 몰을 중심으로 병행 수입된 제품의 할인 판매가 늘면서 끝이 보이지 않는 가격 경쟁을 벌이고 있다. H몰이 명품브랜드 할인전에 나선 데 이어 롯데닷컴도 가세했다. 옥션·알라딘 등 화장품이라는 아이템과 다소 거리가 있는 쇼핑몰도 화장품 판촉전에 나섰다. 여인닷컴은 아예 화장품 전문 쇼핑몰을 표방하며 화장품 유통의 새 강자로 부상한 상황이다.
이처럼 화장품 가격 경쟁에 앞다퉈 뛰어드는 것은 화장품이 인터넷의 주요 고객인 젊은 여성을 끌어모으는 미끼 상품 역할을 톡톡히 하고 판매자가 최종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오픈 프라이스’ 제도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그 만큼 화장품 가격의 거품이 심했음을 보여 준다. 유통 구조 역시 어떤 상품 보다도 복잡했다는 방증이다. 하나의 상품이 소비자에 손에 가기까지 생산자, 총판, 대리점, 도매상, 소매상 등 무려 4, 5 단계를 거쳐야 했다. 게다가 화장품은 비싸야 팔린다는 속설이 시장에서 통했다는 다소 가슴 아픈 이야기다.
쇼핑몰에서 화장품의 가격 파괴는 인터넷을 통한 유통 혁명의 이미 시작했음을 보여 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