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만한 아우는 있다.’
자동차 업계의 전유물로만 여겨져 온 ‘애프터마켓(after-market)’ 비즈니스가 가전·사무기기 업계서도 뜨고 있다. 이른바 ‘청출어람(靑出於藍)형’ 제품으로 불리는 잉크카트리지(프린터), 필터(공기청정기, 정수기), 메모리카드·포토용지(디지털카메라), 테입(캠코더)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들 제품의 시장규모는 본체 판매량에 절대 비례한다. 프린터가 잘 팔려야 잉크카트리지가 잘 나가고, 공기청정기 수요가 많아야 필터를 찾는 손길도 잦다는 얘기다.
흔한 생각으로 당연히 본체 값이 훨씬 비싸고 이들 소모품의 값은 저렴할 듯 하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본체 메이커들은 본체는 무상 또는 헐값에 판매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장기적으로 애프터마켓 비즈니스에서 이익을 창출하겠다는 노림수다.
이같은 현실에서 본체 제조업체들과 애프터마켓 전문 업체간 알력이나 다툼도 일어나곤 한다. 몇해전 리필잉크시장을 놓고 프린터 메이커들과 리필업체들이 정품사용 의무화 여부를 놓고 법정공방까지 불사하겠다며 사력을 다해 다툰 것도 결국 애프터마켓에 대한 주도권을 뺏기지 않겠다는 심사가 깔려있다.
물론 애프터마켓의 기본적 헤게모니는 본체 제조업체에게 있다. 하지만 게임컨텐츠나 프린터잉크처럼 전문업체의 독창적 아이디어와 특허로 새로운 사업영역을 개척할 수 도 있다. 잉크충전방 체인사업은 그 자체만으로 하나의 신종 비즈니스로 떠오르고 있을 정도다. 애프터마켓이 ‘무주공산’이라고 일컬어지는 이유다.
△소모품 교체, 메이커에만 의존말아야=지난해 한국소비자보호원 조사에서 정수기 사용자의 52.5%가 ‘필터교체 비용이 비싸다’고 답했다. 정수기업체들은 소비자들이 직접 필터를 교체할 수 있는 제품인데도, 설명서에 교체 방법을 안내하지 않거나, 무조건 애프터서비스를 요청하도록 표시한 경우가 많았다.
장수태 소보원 상품거래팀장은 “정확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하는 바람에 소비자의 42.2%는 업체가 권유한 시기에 필터를 교체했고, 35%는 렌털 계약이나 유지관리 계약을 맺고 있었다”고 말했다.
잉크카드리지 교환도 궂이 메이커의 정품을 쓰기 보다는, 리필형 제품으로 바꾸면 유지비용 부담이 훨씬 적다. 예컨대 HP의 흑백 정품 잉크의 가격은 3만6000원. 이 회사의 잉크젯 프린터 가격이 15만원이니, 카트리지를 다섯번만 교체하면 본체값이 넘는 셈이다. 하지만 리필 전용 잉크는 1만원 내외면 구입이 가능해 한번 손수 교체시 2만원 가량을 절약할 수 있다.
△소모품 교체, 어떻게?=카트리지에 리필 잉크를 주입하는 방법은 리필제품 설명서에 따라 주사기 주입 등의 방법으로 직접 교체·사용이 가능하다. 이같은 방식이 낯설고 어렵다면 가까운 잉크충전방을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
잉크 충전방 프랜차이즈인 굳웰의 황홍섭 사장은 “잉크가 굳으면 카트리지의 노즐(미세한 구멍)이 막힐 수 있기 때문에 잉크가 완전히 바닥나기 전 충전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정수기 필터는 서울 을지로 공구 상가 등지에서 1만5000원선이면 구입할 수 있다. 탁한 물을 걸러주는 고탁도필터, 침전(sediment)필터, 카본 필터, 역삼투압(멤브레인) 필터 등 소비자들이 이해하기 힘든 이름으로 불리지만, 각 가정에서 사용하는 필터의 제품명과 규격 번호를 확인해서 필터 제조업체에 문의하면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아예 처음부터 필터 구입이 쉬운 제품을 구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공기청정기 필터는 먼지·솜털·보푸라기·꽃가루 등 비교적 큰 입자를 걸러주는 프리필터, 박테리아·곰팡이를 제거하는 항균필터, 유해가스와 각종 냄새를 없애는 활성탄필터, 미세먼지를 걸러주는 헤파필터 등으로 구성돼 있다. 대개 프리필터는 3∼4개월에 한 번 청소하고, 헤파필터와 활성탄필터는 1년에 한 번 정도 교체해야 한다. 최근엔 여러 가지 필터를 한꺼번에 사용하는 복합청정방식을 이용, 헤파필터의 교체 주기를 혁신적으로 늘린 제품도 나오고 있다.
에어컨 필터도 하루 8시간 가동할 경우 일주일에 한번씩은 청소를 해줘야 한다. 하루 3∼4시간 가동한다면 2주일에 한번꼴로 청소해야 하는 셈. 에어컨 필터에 불순물이 많이 붙어있으면 공기의 흐름을 막아 냉방효율도 떨어지고 전기요금도 많이 나온다. 에어컨 내부의 필터가 깨끗하면, 불필요한 전력 소모를 줄인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