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롤플레잉게임, 묻지마 레벨업에 비판

`일단 불리고 보자` 전문판매상도 등장

‘묻지마 레벨업 문화 이대로 좋은가.’

 게임사용자와 개발자들 사이에 ‘무조건 레벨업=지존’이라는 온라인롤플레잉게임(MMORPG)문화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레벨업’이란 온라인게임에서 자신의 캐릭터가 가진 능력과 수준(레벨)을 올리는 게임상의 활동을 말한다. 최근 엔씨소프트가 아이템 현금거래의 불법화를 주장하면서 유명 게임 커뮤니티 게시판에서는 ‘레벨업’ 문화에 대한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레벨업’을 강요하는 단선적인 게임 시스템이 ‘묻지마’식 문화를 낳았고 이것이 아이템 현금 거래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게이머들의 ‘도전적’ 성향에 게임업체들이 편승함으로써 아이템 현금 거래 문화가 생겼다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논쟁도 벌어지고 있다.

 ◇무차별 레벨업=게이머들 사이에는 레벨업을 위해 하루 10∼15시간씩 게임 플레이도 마다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아이템을 현금으로 주고 사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시간이 걸려야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을 현금으로 사면 손쉽게 레벨업을 할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으로 게임을 플레이해주는 각종 프로그램과 마우스도 등장했다. 게이머가 없어도 24시간 레벨을 올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특히 ‘뮤’용 오토마우스의 인공지능은 상상을 초월한다. ‘리니지’는 오토리니지라는 자동 아이템 판매 프로그램으로 인한 사기 극성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묻지마 레벨업 유저들을 위해 일명 ‘사무실’을 차리고 캐릭터를 대신 키워주거나 아이템을 사고파는 전문판매상도 생겨났다.

 ◇ 변화시도한 ‘WOW’와 ‘마비노기’ 성공할까=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를 개발한 미국의 블리자드는 최근 신규 패치 ‘피로도 시스템’을 내놓았다. 이는 게이머들이 일정시간 이상 게임을 즐길 경우 샤냥을 통해 얻는 경험치가 줄게 만든 시스템이다. 과도하게 온라인게임에 몰입하는 것을 막고 유저간 밸런싱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통상 6시간 정도 이상 플레이하면 평소 받는 경험치의 50%만 받을 수 있다. 다양한 퀘스트와 파티플레이 시스템도 국산 온라인게임과는 많이 다르다.

넥슨의 ‘마비노기’도 ‘2세대 온라인게임’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신선한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기존의 핵앤슬래시(때려잡기)위주의 게임플레이에서 벗어나 게이머들이 풍부한 모험을 겪고 행동할 수 있도록 구성하고 있는 것이다. 넥슨 측은 “핵앤슬래시에 지친 게이머들이 찬사의 말을 아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성공 가능성에 대한 전망은 반반이다. 게임업체의 한 관계자는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가 3D 그래픽 혁명을 가져왔지만 게임문화 변화에는 별다른 바람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며 “게이머들의 성향이 이미 레벨업 문화에 길들여졌기 때문에 이들 게임의 성공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제는 게임문화 선진화를 거론할 때=우리나라가 온라인게임 강국이라는 데에 이견을 달 사람은 없다. 그러나 게임은 수출해도 게임문화까지 수출할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하는 이는 적다. PC게임 ‘스타크래프트’가 활성화되면서 e스포츠라는 용어가 생겨났지만, 온라인게임 문화와는 거리가 멀다. 한 게임 유저는 “레벨업 지상주의 때문에 게임 내 분위기가 험악해진다”면서 “(몬스터를 잡기 위한)치열한 자리싸움과 남의 아이템을 훔쳐가는 비매너 플레이 때문에 기분 상한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게임업체 이원술 손노리 사장은 “인간의 무한한 욕망을 자극하는 현 MMORPG 시스템과 문화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류현정기자 dreamsho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