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PDP 기본 기술을 침해했다며 후지쯔가 삼성제품을 상대로 제기한 수입금지신청을 일본 도쿄 세관이 받아들이기로 결정함에 따라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에 적지 않은 파장이 일고 있다. 사진은 삼성SDI가 최근 발표한 세계 최대 크기의 80인치 HD급 PDP(1920x1080mm)
일본 도쿄 세관이 20일 전격적으로 삼성SDI의 PDP모듈 세관 통관을 보류키로 해 그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세계 디스플레이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은 PDP모듈에 그치치 않고 TV업체까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여 관련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파장 어디까지 확대되나=이번 일본 정부의 수입 금지 조치는 실질적인 피해보다는 파장 확대여부가 관건이다. 삼성SDI가 일본에 직수출하는 PDP는 월 3000대에 불과하다. 전세계 월 총 수출물량(5만∼6만대)의 3∼4% 미만이다. 삼성SDI의 PDP모듈을 수입하고 있는 일본의 소니, 도시바, JVC, 후지쯔 제네럴 등의 PDP TV생산이 주로 해외 생산기지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삼성SDI의 PDP모듈을 사용하는 세트 기업들에는 심리적인 압박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번 사례는 후지쯔가 이미 소송을 제기해 놓은 미국에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전면 배제할 수는 없다.
게다가 일본 TV업체들의 우회적인 지원도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석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예전에 마이크론이 하이닉스를 제소했을 때 미국 PC업체들은 이를 반대했지만 일본 정부의 의중이 담겨있다면 일본 TV메이커가 나서기는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면전뿐이다=삼성SDI는 지난 20일 경영설명회에서 사상 최대의 PDP 판매 실적을 발표하자마자 이 같은 조치가 전격적으로 취해졌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후지쯔가 견제를 위해 총력전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상황이 상황인만큼 삼성SDI는 말 그대로 전면전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일본 세관의 조치에 대해 곧바로 이의 제기를 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WTO 제소까지 검토하고 있다.
삼성SDI 측은 “모조·모방품의 수입을 금지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일본의 개정 관세정률법 21조로 인해 세관에서 특허침해와 관련된 수입 금지 조치를 내린 사례는 없었다”며 사실상 표적 조치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와 비슷한 미국의 국내산업 보호 제도인 ITC(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는 수입 금지 신청 수리후 확정까지 최소 1년 정도의 기간을 두고 있는 데 반해, 일본 관세정률법은 단 한달의 기간을 두고 있어 국제 무역법에도 맞지 않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어떤 결말 지을까=이번 사태의 발단이 후지쯔의 특해 침해 주장과 삼성SDI의 맞제소였던 만큼 법원에서 어떤 판결이 날지가 결정적 변수다. 하지만 아직 타협의 여지는 남아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PDP업계의 공통된 위기의식이 실마리다. 업계 한 관계자는 “PDP업체 간 경쟁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LCD업계와의 싸움”이라며 “LCD업체들이 수십조원을 투자해서 PDP시장을 파고 들고 있는 상황에서 PDP업체 간의 싸움은 결국 LCD업계에 좋은 일 시켜주는 셈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후지쯔가 로열티를 요구하고 있고 삼성SDI는 이것이 과다하다고 보고 맞제소에 들어갔지만 서로 위험부담이 큰 법정싸움 이전에 타협점을 찾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후지쯔의 자회사인 후지쯔 제네럴도 삼성SDI의 PDP모듈을 구매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원천기술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서울대 황기웅 교수는 “일본이 상용화를 시작한 96년에 우리는 연구를 시작했다는 점에서 초기 원천기술은 일본 업체에 밀릴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차세대 성장동력, 프런티어 사업에서는 원천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