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세관이 20일 후지쯔가 제기한 플라즈마디스플레이(PDP) 모듈 수입금지신청을 전격적으로 받아들이자 삼성SDI가 즉각 통관보류조치 철회를 요청하는 한편 세계무역기구(WTO) 제소까지 검토하는 등 강력 대응에 나섰다.
특히 일본은 그동안 총 11건의 수입금지조치를 내렸지만 대상품목이 모조·모방품이었으며 이번처럼 특허침해여부와 관련해서는 처음이고 한국 정부 역시 ‘의외이며 향후 사태전개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어서 양국간 특허전쟁이 통상마찰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일본 도쿄 세관은 PDP 기본기술을 침해했다며 후지쯔가 제기한 PDP모듈 수입금지신청을 받아들이기로 했으며 이는 특허침해소송 재판결과가 나올 때까지 제소자측의 피해가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20일 밝혔다. 이로인해 삼성SDI의 PDP모듈 제품은 21일부터 일본 세관에서 통관이 금지됐다.
삼성SDI는 21일 비상대착회의를 갖고 일본 정부에 통관보류조치 철회를 요청키로 했다. 또 법원이 최종 판결도 내리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통관을 보류한 것은 국제무역 관례를 벗어난 것이라며 WTO 제소도 검토키로 했다.
삼성SDI측은 “양측의 의견을 모두 듣고 난 후에 수입금지 신청을 받아들여야 하는데도 이번 건은 삼성SDI의 의견도 제대로 듣지 않은채 이루어져 법률적으로도 하자가 있다”고 밝혔다.
산업자원부도 일본 정부의 이번 결정을 의외로 받아들이고 추이를 지켜보며 필요한 경우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정준섭 산업자원부 생활산업국장은 “삼성SDI가 후지쯔 주장과는 달리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는 상황에서 발생한 이번 결정은 의외”라며 “일본이 자국 법에 따라 취한 조치여서 향후 사태를 지켜보고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이며 이를 통상 이슈화할 것인지는 좀더 검토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일본 세관이 특허침해를 이유로 수입금지 신청을 받아 들이기까지는 통상 신청일로부터 6개월이 소요되는데 반해, 이번 결정은 불과 보름만에 이뤄져 PDP산업에 대한 일본의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본 관세정률법에 따르면 세관은 수입금지신청을 받아들인 즉시 통관보류 조치를 취하게 되며 동시에 해당 제품의 권리침해여부에 대한 심사에 착수하게 된다. 심사에는 1개월 정도가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심사결과 침해소지가 없다고 판단되더라도 제소자(후지쯔)가 특허청 장관의 의견조회를 요구하면 피제소자(삼성SDI)는 장관이 회신(30일 이내)한 날로부터 10일후까지 공탁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사실상 최장 2개월이상 수입금지조치가 연장되게 된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