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업계 "돌다리도 두드린다"

신규 프로젝트 수주 사전평가팀 맹활약

‘우리를 시스템통합(SI) 업체 별동대라 불러다오’

 SI업계의 고질적 병폐를 한가지만 꼽으라면 마구잡이식 프로젝트 수주를 지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실제로 IT시장의 축소로 인해 타사는 물론 영업조직 내부에서조차 프로젝트 수주에 과다경쟁이 만연하면서 영업력 낭비와 수익성 감소라는 심각한 문제를 낳아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사마다 일종의 별동대를 마련, 프로젝트별 수익성을 사전에 평가해 참여여부를 결정하는 등 면밀한 사전검토작업을 거치고 있다. 일명 ‘VRB(Value Review Board)’ 혹은 ‘수주평가협의회’가 그것이다.

 ◇가치창출 프로세스로 자리매김=삼성SDS의 VRB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유효석 전략구매 담당 상무는 “VRB를 통해 사업참여 검토 단계에서부터 영업, 개발, 법무, 재무, 투자관리, 품질관리 등까지 모든 단계에서 사업의 가치를 검토하고 있다”며 “일종의 가치창출 프로세스인 셈”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삼성SDS는 VRB를 단순한 1회성 검토회의가 아니라 사업기회 포착에서부터 착수 이전까지 영업프로세스의 한 부분으로 확실히 자리매김시켰다. 특히 최근들어 검토대상을 전 프로젝트로 확대하고 회의 참석자의 레벨도 팀장급에서 사업부장급으로 격상시켜 관리체계를 강화했다.

 또 VRB시스템 구축을 통해 위험요소에 대한 정보공유를 정형화하고 결정사항은 반드시 준수토록 내규화했다. 기존에 영업이 담당하던 계약서와 원가계산서 작성업무를 각각 법무그룹과 개발에서 담당토록 한 것도 큰 변화. 검토 단계도 다단계 방식에서 핵심과 서브 프로세스로 구분해 차별적으로 운영되도록 해 비효율을 줄였다.

 ◇리스크 지킴이 역할 톡톡=SK C&C 박재모 사업지원본부장은 “IT 프로젝트가 급증하고 기술적으로도 점점 더 다양해지는 현실에서 기업의 질적인 성장과 위험성 없는 프로젝트의 수주는 절대절명의 과제”라며 “수평협은 일종의 리스크 지킴이인 셈”이라고 잘라 말한다.

 SK C&C는 수주평가협의회(이하 수평협)를 통해 프로젝트의 위험성을 사전에 검토한다. 자금·구매 담당자들까지 참석하는 수평협은 주요 프로젝트의 제안서 제출에 앞서 두 차례에 걸쳐 위험도를 분석, 해결책을 제시하고 매출·비용·신용도·매출이익률·수행능력 등에 대한 평가도 담당한다. 특히 해당 프로젝트에 자체 보유 솔루션이나 기존 애플리케이션의 재활용이 가능한지도 검토해 적정 이윤을 확보하려는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LG CNS(대표 정병철)도 지난 93년부터 일찌감치 대외사업 참여를 위한 전사적 수주전략 검토회의체인 VRB를 구성, 운영해오고 있다. 사장과 사업본부장 및 각 영업팀장과 제안팀장 등이 참여해 사업참여 여부를 결정하고 수주전략을 논의하는 한편, 수익성과 리스크를 검토하는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PMS-F(Project Management System for Field)라는 시스템까지 개발, 조기경보체계로 활용하고 있기도 하다.

 ◇수익성·경쟁력 제고에도 기여=포스데이타 유광욱 기획실장은 “수주평가위원회는 영업활동을 합리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수주달성율을 증가시킬 뿐 아니라 저가 프로젝트 수주를 미연에 방지해 회사의 수익성과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강조한다.

 실제 포스데이타는 지난해 6월부터 사장·연구소장·사업부장 등이 참석하는 ‘수주검토위원회’를 운영, 특정 프로젝트의 기회손실을 예방하는 동시에 적자를 방지하는 노력을 벌이고 있다. 대외사업 경험이 짧은 포스데이타로서는 수주 적중율을 증가시킬 뿐 아니라 저가 프로젝트 수주를 미연에 방지해 회사의 수익성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는 취지다. 특히 영업관리시스템인 POM(Project Opportunity Management)에 수주평가위원회의 운영 프로세스를 접목시켜 모든 업무가 시스템으로 처리되도록 지원하고 있다.

 위험성 제거와 가치창출 및 수익성 제고라는 일석삼조의 기능을 하는 일명 수주평가위원회는 중견기업에서도 가동되고 있다. 현대정보기술의 ‘프로젝트리뷰보드(PRB)’, 대상정보기술의 ‘사전수주심의위원회’, 동양시스템즈의 ‘ORC(Opportunity Review Committee)’ 등도 마찬가지 역할을 수행한다.

 수주평가위원회는 SI업계가 더이상 수주에 목숨거는 주먹구구식 사업을 사양한다는 증거인 셈이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