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단의 순간들]유니와이드 김근범 사장(3)

미국 내 닷컴 거품이 꺼지면서 우여곡절 속에서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던 사업에 브레이크가 걸리기 시작했다. 거래를 하던 고객들의 경영환경이 어려워지면서 주문하는 제품의 물량이 줄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 내에서 가장 큰 고객이었던 시스코와 주로 하던 사업의 형태가 주문자부착생산(OEM) 형태였기 때문에 타격이 더 컸다.

 이 때 느낀 것이 자체 브랜드의 중요성이었다. 아무리 제품을 훌륭하게 만들고, 제품의 판매실적이 좋아도 자기 브랜드로 형성된 매출이 아니면 자기의 자산이 아니라 타인의 자산만을 형성시켜 준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자기 브랜드로 꾸준하게 제품을 판매해 형성해 온 브랜드 자산이 있어야 경기 변동에 대응하는데 있어 탄력적으로 기업을 운영할 수 있다는 점을 뼈 아프게 체험한 셈이었다.

 결국 자체 브랜드를 갖기로 결정 하고 브랜드의 이름을 어떤 것으로 할 것인가를 두고 내부에서 논의를 진행했다. 마음에 와 닿는 적절한 브랜드를 찾지 못해 안타까워하고 있던 중 미국에서 처음 회사를 설립할 당시 회사의 이름을 아프로인터내셔널이라고 명명했던 이유가 새삼 생각났다.

 아프로(APPRO)는 한국말인 ‘앞으로’의 발음을 영어로 표기한 것인데 미래에 대한 새로운 도전과 열정을 의미하는 나만의 단어였다. 새롭게 브랜드를 갖기로 결정한 이상 회사 이름인 아프로를 브랜드로 정하는 것이 어떨까 했다. 결국 이 때 결정한 아프로라는 브랜드는 아프로인터내셔널에서뿐만 아니라 유니와이드에서도 현재 사용하게 됐고, 이제는 아프로라는 브랜드를 서버시장에서 세계 속의 대표 브랜드로 성장시키고 싶은 더 큰 꿈을 꾸게 해주고 있다.

 자체 브랜드인 아프로라는 이름으로 성능이 향상된 신제품을 개발해 판매를 시작하며 마음가짐을 새롭게 잡았지만 다가온 경기침체의 그늘에서 자유롭기에는 늦은 감이 있었다. 생존하기 위해서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러나 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상태에서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홀로서기보다는 동반자적 관계에서 역할분담을 통해 함께 설 수 있는 파트너가 필요했다.

 이왕에 동반자적 관계의 파트너를 찾을 것이면 고국의 기업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한국에 들어와 협력관계에 대한 의사타진을 진행했다. 그러던 중 미국의 아프로인터내셔널과 동일한 형태의 서버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유니와이드가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돼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할 수 없게 되면서 기업이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됐다. 당시 유니와이드 대표이사였던 장갑석씨로부터 경영권 및 지분양도에 대한 의사가 담긴 제의를 받게 된 것은 2002년 초였다.

 좋은 기회일 수도 있다는 판단이 들기는 했지만 솔직히 어떻게 해야 할 지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는 않았다. 당시의 유니와이드는 사업을 다각화하면서 기업의 경영상태가 악화되어있는 데다 기업의 이미지가 실추돼 회생의 가능성이 희박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쩌면 내게 사업가로서 나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는 또 다른 도전이 다가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유니와이드와 인연을 맺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