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과 IT통상분쟁에서 한 발 뒤로 물러섰다’
중국정부가 오는 6월 1일로 예정된 자체 무선랜 표준규격(WAPI)의 적용기한을 연기하고 SW 불법복제에 대한 규제강화를 약속하는 등 미국측과 통상회담에서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였다고 C넷 등 외신이 21일 보도했다.
워싱턴을 방문한 중국 우이 부총리는 21일 도널드 에번스 상무부 장관, 로버트 졸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만나 양국간 무역현안으로 떠오른 WAPI표준과 지적재산권 보호문제에 관해 극적인 합의점을 찾았다.
중국은 이에 따라 인텔, 브로드콤 등 미국 IT기업들이 강력히 반발해온 WAPI표준의 도입시한을 무기한 연기하는 한편, 기존 와이파이의 보안상 결함문제는 IEEE 국제회의를 통해서 보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중국측은 또 미국정부가 집중적으로 비난해온 지적재산권 보호문제와 관련해서 국제기준에 걸맞은 새로운 법률체계를 제정해 CD, 영화, SW 등의 무단복제를 줄일 것을 약속했다고 미국음반산업협회(RIAA) 관계자가 밝혔다.
중국은 우선 국민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불법복제 방지캠페인을 벌이는 한편 인터넷을 통한 불법 콘텐츠유포에 대해서도 엄격한 형법을 적용할 예정이다. 우 부총리는 이어 미국 업체가 중국국영기업과 제휴없이 중국에 독자적으로 상품을 판매하도록 당초 계획보다 6개월 앞당겨 오는 7월 1일까지 관련 법규정을 개정하겠다고 약속했다.
당초 이번 양국간 통상회담은 여걸 우이 부총리가 이끄는 중국 대표단과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대중무역분쟁에 강경자세로 나온 미국 행정부가 서로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는 설전이 예상됐다. 그러나 중국이 미국과 통상회담에서 핵심사안인 WAPI와 저작권 문제에 대해 크게 양보함에 따라 양국간 통상위기는 한 고비를 넘길 전망이다. 그러나 중국 대표단은 수입산 반도체에 대한 차별적인 부가가치세 부과정책과 독자 3G 이동통신규격과 관련한 기타 통상현안에 대해선 기존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미국은 그동안 안보상 이유로 규제해온 반도체 생산장비 등 첨단제품의 대중수출제한을 완화하고 반덤핑 조사시 중국에 대한 차별조치를 시정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성의를 표시했다. 한편 지난해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사상최대규모인 1263억달러로 늘어났으며 양국간 무역에서 전자제품은 미국의 대중수출 1위, 중국의 대미수출 2위 품목을 차지하고 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