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이 게임을 중심으로 한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미래를 건’ 베팅에 나섰다.
KT·SK텔레콤·CJ·오리온 등 주요 기업들이 각 계열사 역량을 총 결집해 게임·영화·음악 등 엔터테인먼트사업 확대·강화를 위한 전략적 행보를 다그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총성 없는 전쟁으로 진행됐던 경쟁판도도 본격적인 몸집불리기·인수합병 등으로 표출되면서 실탄이 오가는 혈투로 바뀌고 있는 상황이다.
SK텔레콤은 자회사 SK커뮤니케이션즈를 통해 게임포털 ‘땅콩(http://ddangkong.nate.com)’을 오픈하고 게임포털 경쟁에 뛰어들었다. SK텔레콤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SK커뮤니케이션즈의 네이트닷컴이 1년이라는 단기간에 종합포털 3위권 진입의 신화를 이뤄낸 것을 감안할 때, 게임포털시장 판도에도 적잖은 파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KT도 이날 자회사 KTH의 유무선 통합포털 전략을 발표하면서 온라인 게임사업 및 음악서비스 강화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했다. KT는 KTH를 통해 유무선 통합포털사업에 1000억원 이상을 투자, 오는 2006까지 국내 포털업계 1위에 올라선다는 계획이다.
최근 플레너스를 전격 인수하면서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대기업 ‘빅뱅’을 촉발한 CJ그룹과 업계 라이벌 오리온의 한판 격돌도 점입가경에 이르고 있다. 특히 영화배급(CJ엔터테인먼트 : 쇼박스), 영화관(CGV : 메가박스), 미디어(CJ미디어 : 온미디어) 등에서는 사사건건 경쟁하고 있다. 이에따라 CJ의 이번 온라인사업 공략에 오리온의 ‘대응수’가 어떤 식으로 표출될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대성그룹도 최근 전경련을 주축으로 한 문화산업 특별위원회 활동에 적극성을 보이는 등 그룹차원의 엔터테인먼트 사업 진출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기업들의 잇따른 엔터테인먼트 사업분야 진출이 △시장의 급성장 △세계경쟁력의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반 확보 △정부차원의 다각 지원 등 ‘3박자’가 맞아떨어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대신증권 김병국 연구원은 “지난 95년 삼성그룹이 엔터테인먼트시장에서 철수한 것은 97년 IMF외환위기라는 돌발 변수, 일반 기업과 똑같은 정부 규제 등이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지만 이제는 달라졌다”면서 “네트워크와 자금력을 갖춘 대기업들이 일본 소니의 톱다운(대기업 주도형) 사업방식을 벤치마킹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고정민 연구원도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리스크가 커 대기업의 탄탄한 자금력과 배급망이 있어야 성숙할 수 있다”면서 “대기업의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중소기업과의 윈윈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기존 인터넷·엔터테인먼트 분야의 전문 포털·게임업체들도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면서도 시장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네오위즈 박진환 사장은 “이제 게임·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반도체에 견줄 만한 거대산업으로 커가고 있음이 확실해졌다”며 “대기업의 잇단 참여가 시장 파이를 키우고, 산업경쟁력 제고의 촉발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류현정기자 dreamsho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