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P3폰 저작권협상 `2라운드`

양측 입장 팽팽…LGT 행보가 변수로

‘이제부터가 시작’

 LG텔레콤의 불참으로 반쪽짜리 성과만 도출한 채 3주간 숨고르기에 들어갔던 MP3폰 저작권 협상이 23일부터 ‘제2 라운드’에 돌입한다. 음원권리자단체·이동통신사·단말기제조사 등 협상 주체들은 이번 협상이 중장기적인 저작권 보호 체계 마련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데에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소비자 납득시킬 방안 마련해야=한국YMCA전국연맹은 이번 협상에서 저작권 보호와 소비자 권리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한다는 판단하에 정확한 상황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연맹의 임은경 팀장은 “이른 시일 내에 다수가 공감하는 합의를 이끌어내 소비자들이 예비범법자로 몰리는 일을 막는게 우선 목표”라며 “저작권은 보호돼야하지만 사회 전반적으로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우선 소비자들이 납득할만한 가격과 음질수준을 찾아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동통신 3사를 구성하는 LG텔레콤 없이는 합의를 유지해나가기가 어렵기 때문에 LG텔레콤을 반드시 참여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YMCA전국연맹은 음원권리자들이 제시한 온라인 유료서비스 업체의 가격과 음질에 대한 조사결과를 토대로 소비자들이 용납할 수 있는 가격과 음질에 대한 분석에 돌입했다.

 ◇MP3폰과 MP3플레이어는 다르다=MP3플레이어 업계 대표로 참여하는 한국포터블오디오기기협회(KPAC)는 MP3폰과 MP3플레이어를 다른 관점에서 봐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기본 통신기능에 카메라, 캠코더, MP3 등 다양한 기능을 추가한 개념의 MP3폰은 MP3 기능에 약간의 불편함이 생겨도 소비자들이 구매할 여지가 있지만 재생용인 MP3플레이어에서 MP3 기능의 제약은 곧 국내 MP3 시장의 몰락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협회 안상규 사무총장(디지털웨이 이사)은 “국내 시장이 죽으면 기업 입장에서는 해외시장에 집중할 수밖에 없고 가까운 미래에 국내고객들이 해외에서 우리 제품을 사서 역수입해오는 웃지 못할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며 “MP3 유료화를 통해 콘텐츠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이통사, 제조사와 우리의 상황은 다르다”고 강변했다. 그는 그러나 “음원 유료화를 위해 MP3플레이어에 DRM을 탑재하는데에는 동의한다”며 “이미 오는 6월을 목표로 업계 표준 DRM업체를 선정중”이라고 말했다.

 KPAC은 이번 협의체에 참석은 하되 다음주부터 음원저작권단체들과의 별도 협상에 나설 예정이다. 정부도 일단 이번 협의체에서는 MP3폰 문제로 논의를 집중시키고 향후 사안을 확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LG텔레콤 불참의사=여타 이통사와 제조사 관계자들은 LG텔레콤 측의 합의안 거부에 대한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음원권리자측에게도 “이번 협상에 LG텔레콤을 참여시키지 못하면 생각을 바꿀 수 있다”며 은근히 압박을 가하고 있다. 때문에 LG텔레콤의 행보는 여전히 이번 협상과정에서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LG텔레콤은 합의안에 동의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무료MP3 전송이 가능한 공식 프로그램을 다음주에 배포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재 LG전자의 MP3폰(모델 LP3000)은 공식적으로는 MP3 기능이 막혀있고 구 버전 프로그램을 통한 무료 MP3파일의 편법전송만 가능하다.

 이에 음원권리자들은 LG텔레콤 사장 면담을 요청한 후, 성과가 없을 경우 제작자와 연예인이 참여하는 대규모 규탄 집회를 다음주중에 열고 본격적인 LG텔레콤 압박에 들어간다는 계획이어서 MP3폰 관련 협의가 순조롭게 진행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정진영기자 jych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