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호주에서는 파란색 카네이션이 개발돼 선풍적 인기를 모은 적이 있다. 보라색에 가깝기는 했지만 어쨌든 붉고 흰 카네이션에 익숙했던 사람들에게 블루 카네이션은 마냥 신기한 존재였다. 그 이후, 블루 카네이션을 개발한 호주의 생명공학회사 ‘플로리진’은 ‘파란장미’에 새롭게 도전하고 있다.
지금까지 파란 장미는 불가능의 상징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종류만 1만5000여 종이나 되는 장미지만, 유독 파란색 장미만은 존재하지 않는다. 1945년에는 파란장미 제1호 ‘그레이 펄’이, 1957년에는 ‘스털링 실버’가, 그리고 1964년에 ‘블루 문’이 등장했다. 그러나 이것은 실제 연보라색을 띠고 있어 파란색과는 거리가 멀다.
그렇다면 복제 양도 만들어내는 유전공학의 시대에, 이토록 ‘파란장미’가 만들기 힘든 이유는 뭘까? 그것은 파란색을 내는 색소 ‘델피니딘(Delphinidin)’이 장미에 전혀 들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리 교배를 반복해도 파란색이 나올 수가 없는 것이다. 또 이 델피니딘은 산도(pH) 6에서 7 정도의 ‘액포’속에서 생성되는데, 장미의 산도는 4.5에서 5.5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파란 색소도 없는데다가, 산도까지 다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파란장미는 불가능하다.
방법은 하나, 장미 속에 존재할 수 있는 ‘청색유전자(Blue Gene)’를 넣어 주는 것뿐이다.
블루 카네이션을 만들어낸 호주의 플로리진 사는 다른 꽃에서 파란색 효소의 합성을 이끌어내는 유전인자를 분리시켜 ‘청색유전자’에 대한 특허를 얻었다. 그리고 국내에서도 생명공학연구원이 연구에 진척을 보이고 있다. 이제 앞으로 남은 일은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이용하여 ‘청색 유전자’를 넣은 파란장미를 만들어내는 것뿐이다.
파란장미의 꽃말은 ‘불가능’이라고 한다.
불가능이라고 생각했던 파란장미. 오랫동안 꿈으로만 여겼던 그 꿈의 실현이 이제 눈앞으로 다가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