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눅스시장 외산 `싹쓸이`

국산 경영난 허덕…경쟁력 확보 시급

국내 리눅스 시장이 요즘만큼 분주한 적이 없다. 유닉스 업체들조차 ‘리눅스 경쟁 상대는 윈도가 아닌 유닉스’라는 전망을 내놓으며 리눅스 산업에 장밋빛 청사진을 내놓고 있다. 정부는 정부대로 공개 소프트웨어(SW) 육성 차원에서 리눅스 양성을 적극 지원할 의지를 밝히고 있다. 이미 공공 기관에서 시험적으로 리눅스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어 인위적인 시장 창출 전략도 가동될 분위기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긍정적인 시장 분위기에 불구하고 우울한 빛을 감추지 않는다. 심하게는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사람이 챙긴다’는 속담을 빗댈 정도다. 돌아가는 모양새만 보면 산업 성장에 따른 결과물이 외국 기업에 고스란히 넘어가버릴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시장은 이미 외산 독식=이 같은 우려는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레드햇 및 수세 리눅스 등 외산 리눅스 업체와 한컴리눅스·와우리눅스 등 국내 주요 리눅스 배포판 업체들의 실적을 비교해보면 대형 서버 업체들과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고 있는 외산 리눅스 업체들이 큰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있다.

 HP와 OEM 계약을 하고 있는 레드햇리눅스 OS는 통신·서비스 분야 40여개 업체에 공급됐지만 모두 라이선스당 200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서버용 리눅스 OS로 공급돼 있다. IBM을 등에 업고 있는 수세리눅스 OS도 포스코·성북구청·숙명여대 등 50여개 수요처에 공급됐다.

 물론 국내 리눅스 OS 대표 기업인 한컴리눅스는 YCN영남방송·드림씨티방송·현주숍·범창종합기술 등 30여개 곳에, 와우리눅스는 정부전산정보관리소·육군·통일원·행자부·증권전산 등 30여개의 수요처에 OS를 공급했다.

 판매사이트 규모만을 비교하면 국내 업체들의 배포판과 다운로드 사례는 수천 곳에 이르러 외산 리눅스 진영에 뒤지지 않지만 국내 업체의 배포판 가격이 외산 제품에 3%에도 못미치고 그나마 수익과 관련이 없는 무료 다운로드를 통한 공급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외산 업체와 질적인 차이를 보여준다.

 ◇대형 서버 업체까지 가세=최근 들어 레드햇이나 수세 등 주요 외산 리눅스 업체들과 본사 차원에서 협력을 맺고 있는 한국HP나 한국IBM 등 다국적 서버 업체들이 리눅스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설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서버 업체들의 움직임은 국내 리눅스 업계를 더욱 긴장시킨다. 기업 시장에서 OS가 서버와 분리될 수 없는 상황에서 서버 업체를 등에 업은 외산 업체와의 경쟁이 불러올 결과는 뻔하다. 특히 서버 업체들이 시장에 본격 나서면서 리눅스 확산에 걸림돌로 제기되고 있는 사후 서비스도 국내 업체와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란 우려다. 여기에 서버 업체들이 국내 리눅스 관련 솔루션 업체들까지도 포괄하면서 시장을 주도하고 있어 토종 리눅스 업체들이 발디딜 곳이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해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이 춘천시·강원대학교·한국정보통신산업협회·KIPA 등에 24억원의 예산을 들여 진행한 4개 기관 리눅스구축시범사업이 한국IBM의 장비가 공급되면서 리눅스 OS는 수세가 차지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업계에서는 진흥원이 올해 5개 기관에 대해 추가로 실시할 예정인 시범사업 역시 이와 같은 결과를 빚어낼 것이란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다.

 ◇국내 업체 경쟁력 확보 방안 시급=레드햇이나 수세리눅스 등 외국 대형업체들이 직간접적인 형태로 국내 리눅스 시장의 성장에 대비하고 있지만 당사자인 국내 업체들은 구경만 하고 있다. 오래 전부터 경영난에 허덕이면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중·일 리눅스 OS 개발 작업에 합류한 아이겟리눅스나 중국의 공창공개소프트, 일본 IPEX사와 공동으로 리눅스 데스크톱용 배포판을 공동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와우리눅스처럼 국내 시장으로 국한하지 않고 글로벌한 전략을 펼치는 것도 한 방법으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대형 SI업체로 리눅스 사업을 벌이고 있는 포스데이타가 수세리눅스를 인수한 노벨과 ‘한국형 기업용 리눅스 OS’ 공동 개발을 합의한 것으로 알려져 그 결과가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도 서버 사업 차원에서 리눅스 인프라를 강화할 수 있는 ‘전략적 판단’을 계획하고 있어 그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이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며 “특히 이왕 정부 육성책이 시행된다면 시장 확산뿐 아니라 토종 리눅스업체들이 대형 하드웨어벤더들과 연계할 수 있는 방안, 공공 기관의 역차별 금지 등에 대한 기준 등이 함께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