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단의 순간들]유니와이드 김근범 사장(4)

처음 인연을 맺을 당시의 유니와이드는 월드컵의 열기 속에 대한민국이라는 함성의 여운이 가득한 때였다. 그러나 회사는 전임 경영진의 불미스러운 사건 및 정보통신업계 경기의 깊은 침체 속에서 실의와 좌절의 수렁 속에 빠져있는 듯 했다.

미국에 있는 아프로인터내셔널과 함께 설 수 있으며 상호협력체계의 구축을 통한 동반자적 관계의 설정이 가능한 기업이라는 판단 때문에 유니와이드와 인연을 선택했지만 막상 지분과 함께 경영권을 인수하고 나니 기업인으로서의 책임감이 강하게 짓눌러오기 시작했다. 실추된 기업의 이미지와 신뢰성의 회복도 문제지만 사업다각화를 진행하면서 방만하게 운영돼온 기업 경영을 정상적인 상태로 되돌려 놓느냐의 문제가 시급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2002년 7월, 본격적으로 경영의 키를 잡게 되면서 유니와이드의 사업구조, 자원, 내부 핵심역량 등에 대한 분석 및 평가를 진행했다. 객관적인 결과를 토대로 내린 결론은 일단 투하자본 대비 이익실현이 희박하다고 판단되는 ASIC 및 UMS 사업 등은 정리하는 것이었다. 사업은 미국 아프로인터내셔널과의 실질적인 시너지 창출이 가능하며 시장에서 비교우위의 확보 및 성공 가능성이 높은 서버 및 스토리지를 주력으로 하는 것으로 결론지어졌다.

그러나 이같은 결정을 실행으로 옮기기가 쉽지는 않았다. 유니와이드의 경영환경을 정상적인 상태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하루속히 선택과 집중에 의해 주력사업을 선정하고 실적에 비해 과다한 인력구조를 최적화하는 동시에 조직구조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것이 시급했다. 그러나 오랜 시간 유니와이드에 꿈과 희망을 가지고 함께 했던 임직원들을 떠나 보내야만 한다고 생각하니 인간적인 고뇌와 갈등이 일 수밖에 없었다.

특히 한국의 노동시장은 미국과 달라서 유연성 측면에서 선진화 되지 못한 부분이 있고 사회안전망 확보의 측면에서도 부족한 부분이 있어 더욱 힘들었던 시기였다.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은 유니와이드뿐만이 아니었다. 미국에 있는 아프로인터내셔널도 유니와이드에 확보돼 있는 자원과의 객관적인 비교를 통해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되는 부분은 과감하게 정리했다. 두 개의 기업은 서로 다른 독립적인 법인의 형태로 존재하지만 실질적으로 하나의 유기체처럼 역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조직의 구조를 새롭게 재구성한 것이다.

작년 1분기를 지나면서 유니와이드 구조조정의 결과는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의 체질이 개선된 결과지만 어렵고 힘든 시기를 묵묵히 인내하며 노력해 준 임직원들이 없었다면 쉽게 얻을 수 없는 결과였기 때문에 더욱 값진 결실이라 자부한다.

이 때 얻은 배움은 기업이 치열한 경쟁과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영속성을 가진 기업으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구성원이 하나가 되고 위기의식을 공유하며 서로간의 벽을 허물고 조직내부에 생동감 있는 에너지들이 형성될 수 있는 기업 고유의 시스템을 갖추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평범한 진리였다.

사진; 유니와이드와 인연은 미국에 있는 아프로인터내셔널의 사업도 일대 정비하는 계기가 돼 아프로와 유니와이드는 관련 있는 유관사업을 중심으로 재정비됐다. 아프로인터내셔널을 방문한 고객 관계자들과 함께 한 김 사장(가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