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및 방송사,언론단체 등이 공동으로 구성한 ‘DTV필드테스트추진위원회’가 적극 검토중인 유럽의 휴대이동방송수신기술규격(DVB-H)에 대해 국가기간 방송사인 KBS가 “우리 실정에 맞지 않는다”는 잠정 결론을 내려 지상파 디지털TV(DTV) 전송방식 논란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KBS의 이같은 입장 정리는 이동성을 내세워 지상파 디지털TV 전송방식을 유럽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일부 방송사와 언론노조의 입지를 약화시킬 가능성이 커 전송방식 논란의 조기 종식으로 이어질 것으로 관측됐다.
KBS는 이달초 DVB-H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유럽 핀란드 헬싱키 소재 노키아 기술연구소를 직접 방문 조사하고 “위성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1년 후에나 적용 가능한 DVB-H를 도입할 경우 지상파DMB 서비스의 경쟁 자체를 포기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KBS의 한 관계자는 “DVB-H는 DVB-T 기반에서 개발된 기술이어서 현실적으로 우리 실정에 맞지 않다는 결론을 내부적으로 내렸다”며 “KBS는 이동수신을 위해 지상파DMB에 전력투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특히 노키아마저 미국의 지상파DTV 전송방식인 ATSC 방식에선 DVB-H 도입이 효율적이지 않다고 KBS측에 밝혀 우리나라의 DVB-H 적극 검토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보고서는 또 DVB-H가 세계 표준으로 자리잡으면 해외 시장 진출 가능성이 있지만 대부분 기술이 노키아 등 외국 리더그룹에 의해 개발된 탓에 지적재산권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산업 발전을 크게 해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노키아는 필립스·모토로라·소니 등 17개 통신 및 수신기 제조업체와 함께 ‘인터넷프로토콜데이터캐스팅(IPDC)’ 포럼을 결성, DVB-H 기술을 개발중이다. 이들은 하반기 도입 일정을 앞두고 DMB 단말기 개발에 총력중인 우리나라의 삼성전자, LG전자 등과 세계 표준 및 시장 선점경쟁을 치열하게 벌일 경쟁사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DTV필드테스트추진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정보통신부는 디지털TV전송 방식 조기 종식에만 매달린 채 언론노조측의 입장을 수용해 지상파DTV 고정수신은 미국의 ATSC, 이동수신은 DMB, 휴대이동수신은 DVB-H의 도입을 검토하는 쪽으로 한발짝 물러섰다. 방송위도 DVB-H 검토를 위해 방송정책실장을 비롯한 실무진이 25일 대거 유럽 출장길에 올랐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유병수기자 bjor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