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네트워킹, 유비쿼터스컴퓨팅, 전자태그(RFID) 등 차세대 IT 분야의 보급·확대로 개인정보침해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지만 관련기술 개발은 진척될 기미를 보이지 않아 대안 마련이 시급해졌다.
특히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들이 이른바 ‘프라이버시보호기술(PET:Privacy Enhancing Technologies)’ 개발에 앞다퉈 나서고 있지만 IT강국을 자부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이에 대한 대응이 과소평가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정통부 등이 ‘개인정보보호법(가칭)’의 입법을 서두르고,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도 이를 총괄할 기본법 제정에 나서는 등 지금이 PET개발에 나설 적기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5일 관련학계 및 및 기관에 따르면 정통부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이 1∼2년 전부터 준비했던 각종 PET 개발계획들이 취소되거나 시행되지 않고 있어 차세대형 개인정보 침해에 대한 우리정부의 대응이 오히려 세계 추세와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을 면치 못하고 있다. PET는 인터넷 사용자들의 정보보호제어 능력을 증진시키는 체계로, 국제 표준 플랫폼 P3P를 포함한 정책협상기술, 암호화, 필터링 기술 등이 포함돼 있다.
실제 ETRI가 한국정보보호진흥원(KISA)과 공동으로 지난해 9월부터 추진할 예정이었던 ‘한국형 P3P 플랫폼’ 개발 계획은 시작도 하기 전에 취소됐다. 이 연구를 처음 제안한 ETRI의 한 관계자는 “P3P 분야는 미국에서도 아직 실질적인 확산에 이르지는 못한 터라 국내에서도 개발이 보류된 상태”라며 “현재는 유해정보 차단솔루션 개발에 치중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정통부는 지난 2002년 마련된 ‘중장기 정보보호 기본계획’에 PET 활용을 강화하기 위한 기술지원센터 설치, 국내 표준P3P 채택 등을 명시했으나 현실적으로 지원이 가능한 내용은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와 함께 현재 추진중인 차세대 성장동력 발굴사업에서도 각 부문을 지휘하는 프로젝트매니저(PM) 가운데 PET를 포함한 개인정보보호 분야가 포함되지 않은 것도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한다는 지적이다.
임종인 교수(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장)는 “세계적으로는 IBM 등 기업들이 이미 상용 PET 개발에 나서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하루빨리 정부 중심의 선도연구에 착수하되, 무엇보다 우리 실정에 맞는 한국형 PET 개발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정부혁신지방분권위 전자정부팀 권헌영 연구원도 “기술 개발에 대한 지원은 정통부 등이 마련하는 민간 부문 법에 포함돼야 할 것”이라며 “혁신위가 마련하는 기본법에서는 개인이 제어 능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장치를 포함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