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인 IT 열풍에 힘입어 국산 SW 업계는 한때 화려한 꽃을 피웠다. 소위 ‘묻지마 투자’가 한창였던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 초 사이에 SW 산업은 말 그대로 황금 알을 낳는 거위로 대우받았다. 벤처의 기업의 대명사로 여겨지면서 코스닥에 등록한 국내 SW 업체들의 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그러나 화려한 시즌은 오래가지 않았다. 전세계적으로 닷컴 거품이 꺼지면서 국산 SW 업체들은 수직 추락했다. 매일 쌓여만 가는 눈먼 투자 자금으로 머니 게임과 마케팅 전쟁에 몰두했던 대다수의 SW 기업은 혹독한 환경 변화를 이겨내지 못하고 그대로 주저 앉았다. 한때 잘 나갔던 SW 등록 기업은 코스닥의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반대로 다국적 기업들은 막강한 자금력과 브랜드 인지도를 내세워 국산 SW 업체의 텃밭이었던 틈새 분야 마저도 하나씩 장악해 나갔다.
그로부터 몇년이 지난 현재 국산 SW 산업은 아직도 암흑기에서 벗어 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희망의 빛은 보인다. 정보보안과 BPM, ERP 등을 포함한 기업용 솔루션 분야에서 글로벌 SW 기업의 제품과 경쟁을 벌일 수 있는 제품들이 속속 출현하고 있다. 사무용 SW, 그래픽 SW 등 패키지 분야에서도 다국적 기업의 제품에 버금가는 토종 SW도 등장했다.
무엇보다도 그동안 끝없이 추락했던 국산 SW 업계가 화려한 비상을 위한 날개 짓을 하고 있다. 각 분야의 대표적인 SW 기업은 뼈 아픈 구조조정을 마치고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제대로 일궈지지 않은 국산 SW 텃밭에 단비도 내리고 있다. 국산 SW를 차세대 성장산업의 핵심으로 육성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정보통신부는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열기 위한 차세대 산업으로 SW를 적극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최준영 정통부 정책국장은 “소득수준 2만달러 이후의 산업을 책임지는 핵심 분야가 바로 SW”라며 텔레매틱스와 로봇 등 신성장 동력 관련 기술 개발과 시장 확대, 인력 양성 등 다각도의 지원 육성 정책을 펴나갈 방침을 밝혔다.
업계의 자율적인 노력과 함께 정부의 적극적인 육성 의지가 확인된 만큼 이제는 중지를 모아 세부적인 실천 방안이 필요한 때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도 “국내 모든 SW업체가 고사 위기에 몰렸다”는 위기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고현진 소프트웨어진흥원장은 “지금은 국내 SW 산업은 없고 SW 기업만 몇 개 있을 뿐”이라고 국산 SW 산업의 현실을 진단했다. 기술적으로 보면 일부 애플리케이션 분야에서는 나름대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기반 SW 기술력은 선진국에 비해 훨씬 뒤떨어져 있다는 지적.
고 원장은 “향후 발전 가능성이 높은 전자정부와 텔레매틱스 임베디드SW 디지털TV 관련 등 정보단말기와 이를 지원하는 서비스 SW 분야의 기술과 일반적 SW 기반 기술이 취약하다. 부품이 없으면 자동차의 엔진을 못만들듯이 SW에도 기반기술이 있어야 한다. 처음에는 애플리케이션을 육성하지만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로 성장하려면 기반 SW도 같이 발전시켜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또한 국산 SW 산업을 떠받쳐 온 중소 기업의 육성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우선 시장을 만들어 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동억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부회장은 “정부에서 펼친 정책 중 가장 성공 한 것이 3만개 중소기업정보화 사업이었다. 이것 때문에 ERP사업이 국제적으로 경쟁력을 가지게 됐다”며 중소기업에게 시장을 만들어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W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도 변화되야 한다. 소프트웨어 산업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에서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불법 복제는 결국 소비자의 의식이 바뀌어야 해결될 문제다. 또한 최근에 기업용 솔루션 업계에서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SW 유지 보수료 문제도 결국 소비자들의 인식에서 문제가 생겼고 그 해결의 단초 역시 소비자의 인식에서 출발할 수 밖에 없다.
백종진 한글과컴퓨터 사장은 “SW는 소비자들의 사랑을 먹고 자라는 꿈나무 같은 것”이라며 SW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이 가장 근본적이고 강력한 육성책임을 강조했다.
<이창희기자 changh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