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밸리에 인수&합병(M&A)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특히 이같은 움직임은 대덕밸리 중견 기업들이 주축이 돼 외국계 기업과의 M&A 추진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지역 업체들의 기존 M&A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도 큰 변화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대덕밸리 벤처 업계에서는 최근에 불고 있는 M&A 열풍이 그동안 낙후된 기업 지배구조나 자본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체질 개선의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6일 대덕밸리 벤처 업계에 따르면 최근 반도체 및 광통신 부품 관련 중소 벤처기업들을 중심으로 M&A를 했거나 추진중에 있는 기업이 10여개사에 달하고 있다.
정보통신기기 제조 전문 업체인 P사는 최근 캐나다 자동차부품 회사와 투자 협상을 마무리짓고 이르면 다음달 중 M&A에 따른 양해각서(MOU)를 교환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캐나다 업체로부터 자동차 페달 포지션 센서 개발 의뢰를 받고 제품 개발에 주력해 왔으나 최근 자본과 마케팅, 기술 측면에서 앞서 있는 상대 업체에 선 투자를 제시하고 M&A를 적극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 K 사장은 “M&A가 교환되면 회사의 펀더멘털이 전체적으로 바뀌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의 우수한 기술력과 상대방의 자본을 접목한다면 더 좋은 회사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광통신 부품 업체인 I사도 국내 대기업과 외국 기업 등 2∼3개 기업을 대상으로 M&A를 협상중에 있다.
이 회사는 사업 추진에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만큼 자금력을 가진 국내 대기업과의 접목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인식, 서둘러 M&A를 추진하고 있다.
이 회사 사장은 “회사가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면 굳이 M&A를 피할 이유가 없다”며 “현재 상대 대기업에서 검토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공정 장비 업체인 H사도 외국 기업과 M&A를 추진중에 있으며 거의 성사 단계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이르면 이달 중 M&A 체결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앞서 대덕밸리 최대의 반도체 팹을 보유하고 있는 B사도 지난 9일 한강구조기금을 운영중인 도이치뱅크 투자전문 회사에 전격 합병됐다.
지난해 8개월간의 ‘금융 디폴트’ 상황을 접고 회생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진 이 회사는 회사 내부의 강한 구조조정과 외부의 자금확보로 경영정상화 궤도에 타는 듯했지만 기업 생존을 위해 M&A를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M&A 추진 과정에서 당초 예상과는 달리 경영권 방어에는 실패,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덕밸리 관계자는 “M&A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며 “그러나 외국 기업들이 언제든 적대적 M&A에 나설 수 있는 상황이 됨에 따라 지역 기업들이 이에 대비해 경영 체질을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대덕밸리 벤처 업계에서는 지난 2002년 애크론정보통신이 외국 회사에 M&A된 바 있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