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단의순간들]유니와이드테크놀로지 김근범 사장(5)

기업이 살아가는 삶의 치열한 현장은 바로 시장이다. 기업은 개발, 제조, 마케팅 및 영업 활동 등의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통해 이익과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이를 이해당사자들에게 적절하게 보답한다. 동시에 지속적인 성장을 통해 경제의 원활한 흐름에 기여해야 한다.

 유니와이드가 놓친 것은 바로 이 같은 기업이 지녀야 할 평범한 진리를 망각한 결과였다. 이 때문에 유니와이드와 인연을 맺으면서 내가 가장 역점을 두었던 부분은 기업의 기본구조를 견실화하는 동시에 성장 잠재력의 확충 및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미국에서 사업을 진행하다가 한국에서 기업을 운영해 보니 느끼는 점이 많다. 미국 시장에서도 브랜드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제품의 성능이나 품질의 수준에 따라 비교적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 반면 한국은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상대적으로 높다.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자금력이 풍부한 외국계 다국적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뛰어난 기술력을 갖고도 시장의 여러 가지 한계 때문에 뜻을 펴보지도 못한 채 도태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유니와이드와 같은 중소기업은 특히 세계 시장에서 당당하게 경쟁할 수 있는 제품이 있어야 된다. 미국의 아프로인터내셔널을 통해 해외시장의 동향과 기업들의 요구사항을 조사하고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미국 정보통신업계의 장기적인 불황 속에서도 슈퍼컴퓨팅 시장으로 알려져 있는 하이 퍼포먼스 컴퓨팅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그 시장의 규모는 한국 시장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게 성장할 것이란 확신을 갖게 됐다.

 과연 유니와이드가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있었지만 실패가 두려워 포기하기에는 너무나도 강렬한 유혹이었다. 특히 고국에 돌아와 처음으로 시작하는 도전인 만큼 실패하더라도 떳떳하게 실패하자는 각오가 생겼다. 결국 우리는 세계 상위 몇몇의 기업들만이 보유하고 있는 블레이드 서버의 개발을 결정했다.

 두번째 결정은 AMD 서버 생산이었다. 당시 AMD 사업을 벌이는 것은 위험요소가 큰 결정이었지만 시장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쟁사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고유의 영역을 확보하지 않고는 힘들다고 판단했다. 결국 인텔 칩 기반의 블레이드 서버뿐만이 아니라 AMD의 x86 64비트 칩인 옵테론 칩 기반의 블레이드 서버 개발에 도전장을 냈고, 지난해 3월 독일의 하노버에서 열린 세빗 쇼에서 옵테론 기반의 블레이드 서버를 세계 최초로 출시할 수 있었다. 당시 전 세계에서 온 전문가들로부터 높은 관심과 호평을 받음으로써 한국의 기술력을 세계 속에 입증할 수 있었다.

 유니와이드의 블레이드 서버는 시장 출시 이후 나사를 비롯해 미해군연구소, 미국 정부기관, 해외 명문대학의 저명한 연구소, 컴퓨터사이언스, 레이디온, 노스롭그루먼, 쉐브론텍사코, 패러디온, 마그마디자인오토메이션 등과 같은 세계적인 수요처에 공급됐다.

 유니와이드가 작지만 강한 세계적인 기업으로 변모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처음 든 순간이었다. 미국에서 처음 사업을 시작하면서 가졌던 막연한 욕심이 유니와이드를 통해 이뤄지지 않을까 하는 자신감도 생겨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