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성장동력 테크노 좌담회](9)디지털콘텐츠/SW솔루션

차세대성장동력포럼이 주관하고 과학기술부와 전자신문이 후원하는 ‘제9회 차세대 성장동력 테크노 좌담회’가 지난 21일 오후 서울 리츠칼튼 호텔에서 ‘디지털콘텐츠·SW솔루션’을 주제로 개최됐다. 중앙대 최종수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좌담회에서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김현빈 박사, 정보통신진흥연구원 박세영 전문위원, 한국정보통신대학교 이만재 교수, 한국과학기술원 원광연 교수,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고희동 박사, 씨네픽스 조신희 사장 등 6명의 산·학·연 전문가들이 토론을 벌였다. 좌담회 내용을 간추려 소개한다.

참석자:

사회=최종수 교수(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장)

김현빈 박사(한국전자통신연구원 디지털콘텐츠연구단장)

박세영 전문위원(정보통신진흥연구원 전문위원, 정통부 IT정책자문단)

이만재 교수(한국정보통신대학교 디지털미디어연구소장)

원광연 교수(한국과학기술원 가상현실 연구센터 소장)

고희동 박사(한국과학기술연구원 영상미디어연구센터장)

조신희 사장(씨네픽스)

 ◇사회(최종수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장)=각자 추진중인 분야를 중심으로 디지털콘텐츠·SW솔루션의 발전방안을 말해 달라.

 ◇김현빈(한국전자통신연구원 디지털콘텐츠연구단장)=디지털콘텐츠는 문자, 이미지, 음향 등을 디지털화해 유무선 통신망을 통해 서비스하는 것이다. 디지털콘텐츠는 원소스멀티유스(One Source Multi Use)가 가능하다. 실제 영화 스타워즈의 극장 수입은 7억3000만달러였지만 비디오, TV, 캐릭터 판매는 47억2100만달러에 달했다. 영화 ‘니모를 찾아서’가 HD급으로 방영된 후 HD TV가 많이 팔린 것처럼 디지털콘텐츠가 산업 전반적으로 끼치는 영향력은 크다.

 ◇사회=정통부 추진사업의 흐름을 듣고 싶다.

 ◇박세영(정보통신진흥연구원 전문위원, 정통부 IT정책자문단)=지난해 11월부터 신성장 동력사업을 본격 기획했다. 현재 계속해서 신규 과제 포함 11개 정도 된다. 어떤 아이템을 찾을 지가 가장 큰 문제였다. 디지털콘텐츠·SW솔루션은 눈에 보이지 않고 범위가 굉장히 넓다는 애로점이 있다. 다른 성장동력 분야는 위원회를 하나만 구성하면 되지만 디지털콘텐츠 분야는 애니메이션, 게임 등 다양한 분야를 따로 모아야 한다. 과제 선정 기준은 현재 시장은 작더라도 성장 가능성이 큰 것들이었다. SW솔루션의 경우에도 단일 제품군으로 1조원 넘는 게 없다는 점이 문제다. 반도체처럼 몇 조원은 돼야 얘기가 되는데 그렇지 못하다. 대기업 참여가 없다는 점도 문제다. SW나 콘텐츠나 외국과 경쟁해야 하는데 외국은 마이크로소프트, 소니, 디즈니 등 대기업이 많다. 또 다른 문제는 여타 신성장 동력 아이템과 경쟁이 붙었을 때 아직까지 하드웨어 마인드를 가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설득시키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향후 중점개발분야로는 △전기나 수도를 사용하듯 중앙서버에서 내려받을 수 있는 콘텐츠 스트리밍, SW스트리밍 기술 △가만히 앉아서 모든 일을 할 수 있는 음성인식 기술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스스로 정제해 제공하는 시만텍 웹(차세대 웹) △공개 SW 등이다.

 ◇이만재(한국정보통신대학교 디지털미디어연구소장)=해외는 개별기업이 워낙 잘하고 있어 우리나라처럼 성장동력으로 지정해서 하는 데는 없다. 신성장동력은 2012년에 세계시장 장악을 목표로 한다. 5년 이내에 출시될 수 있는 제품에 집중하는 프로젝트다. ‘어떤 일을 추진할 테니 자금 지원해달라’는 말보다는 ‘이런 일을 추진하면 이렇게 됩니다’는 식으로 가시적인 전망을 내놓아야 한다. 웹브라우저의 예에서 볼 수 있듯 SW는 2등 하면 죽는다. 따라서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여지를 정부가 만들어 줘야 한다. 온라인 게임과 유비쿼터스 개인화 부분은 우리도 잘하고 있다. 관련 산업 발전에 일정한 트렌드가 있다. 우리의 역할은 그 트렌드를 보고 빨리 따라잡는 것이다. 콘텐츠 분야는 학교가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업계에서 잘하고 있다.

 ◇원광연(한국과학기술원 가상현실 연구센터 소장)=신성장동력에서 SW가 동력이 돼야 한다. 유비쿼터스처럼 연구 차원에서 진행되는 분야도 있지만 일단 현실적인 부분으로 눈을 낮춰야 한다. SW와 관련해 시스템통합(SI) 분야도 중요하다. 모 시중은행의 경우 외국 SW를 들여다 놓고 제대로 활용도 못하고 어찌할 줄 모르고 있었다. 어느 큰 은행이나 한 조직에 대해 우리 기술로 구축을 해보면 향후에는 수출도 할 수 있다.

 ◇고희동(한국과학기술연구원 영상미디어연구센터장)=사용자가 느끼는 서비스 차원에서 본다면 디지털콘텐츠를 받는 것인지 SW를 받는 것인지 하드웨어를 받는 것인지 구분이 안간다. 모두 연계돼서 응용 서비스를 받는 것이기 때문에 구분을 짓는 게 의미가 없어진다. 때문에 따로 떼어놓고 보는 접근도 필요하지만 수직적으로 통합된 관점으로 봐야한다. 산업체가 자체 수요에 따라 개발하는 것을 정부가 거들어줄 필요는 없다. 5년 이내 제품화되는 부분에 대해 지원하는 것이 국가가 할 일은 아닌 것 같다. 국가는 100년 앞을 보고 백년대계를 해야 한다. 초고속망을 깔 때 온라인게임이 잘 되기 위해 한 것은 아니다. 단기적으로 보면 쓸데없는 돈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도움이 됐다. 산업 위주의 연구사업 개발을 국가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정통부, 산자부에서 역할이 있겠지만 기존의 분야를 꿰뚫는 창의적인 통합 부분은 과기부 쪽에도 역할을 줘야한다. 연구의 잠재효과를 키우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사회=동의한다. 나라가 5년 후에 먹고살 것을 하면 차세대가 아니다. 백년대계로 가야 한다. 과기부 역할이 강조돼 중장기적인 부분들을 체크할 필요가 있다. 삼성전자가 갑자기 된 건 아니다. 중장기적인 안목이 있어야 한다.

 ◇이만재=차세대 성장동력은 결국 우리가 잘 살기 위해 나온 얘기다. 10년 후에 이겨야 하기 때문에 5년 후 제품출시 얘기가 나온 것이다. 중장기 연구에 대한 부분은 과기부에도 지원이 되고 있다.

 ◇조신희(씨네픽스 사장)=산업계의 목표는 현재 미국이 주도하는 시장을 빼앗아 오는 것이다. 미국과 한국의 격차를 기업 혼자서 극복하기는 힘들다. 다른 나라는 정부가 개입해서 투자를 하고 있다. 우리도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

 ◇고희동=기업에 도움을 주지 말자는 얘기가 아니고 R&D부분에 대해 얘기한 것이다. 실제로 기업을 도와주려면 세제지원이나 그런 것들로 된다. 차세대 성장동력은 기술개발 부분에 집중되므로 조금 다르다. 현재 연구수행사업의 기획이 잘되고 잘못되고를 떠나서 5년을 바라보고 하는 일과 10년을 바라보고 할 일은 다르다. 2010년에 세계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연구를 하지말라는 게 아니고 병행해서 다른 큰 부분도 신경써야 한다는 것이다.

 ◇원광연=부처를 떠나 정책 입안자들의 문화콘텐츠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우선 문화산업이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지를 짚어봐야 한다. 과거에는 우리 산업이 1차, 2차, 3차 산업으로 나눴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고 수평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 미래에는 문화가 모든 산업의 인프라 역할을 할 것이다. 지난해 인텔 워크숍에 패널로 참석했는데 이공계 사람은 한 명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다 인문계, 문화계 사람이었다. 인텔 관계자는 “칩 만드는 것도 문화에 기반해야 한다”고 말 하더라. 문화산업의 발전을 위해 우리 나름대로 철학을 가져야 한다. 다음으로, 교육 기술, 정책, 법 등의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 다음 단계가 전략 수립이다. 일본이나 미국 따라잡기를 탈피해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디지털콘텐츠 분야에서 논쟁거리는 문화가 먼저인가 기술이 먼저인가 하는 점이다. 지난 1000년간 인류 역사의 가장 큰 사건은 금속활자의 발명이었지만 좋은 콘텐츠와 만나 산업으로 발전한 독일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단지 아카이빙(저장) 수단으로만 활용됐다는 사실은 콘텐츠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기술개발과 창작, 인력양성 등이 한군데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박세영=문화가 중요하다는 점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가끔은 기술자들이 막연하게 매도되기도 한다.

 ◇조신희=산업계와 학계의 입장이 조금 차이가 있다. 시장 진입에는 타이밍이 있다. 승부는 앞으로 5년 안에 난다. 업계는 정부가 디지털콘텐츠를 육성한다고 해서 사업을 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의 의지와 기업의 이익이 맞아떨어졌다. 단지, 현재 내수시장이 너무 안좋다. 지금대로라면 2∼3년간 버티기가 힘들다. 정부가 시장활성화에 도움을 줘야 한다. 기업은 급한데 정부는 정치적인 부분들 때문에 느리게 움직인다. 기업만 새우등 터진다. 원천기술 개발도 중요하지만 산업화에 필요한 기술개발도 중요하다. ‘니모를 찾아서’를 만든 픽사의 나스닥 가치는 4조원이 넘지만 그래픽 핵심 툴을 만든 마야의 가치는 과거 5억달러에서 10분의1로 줄어들었다. 콘텐츠 분야에서는 핵심기술도 중요하지만 최종 제작자의 가치가 높다는 것이다.

 ◇고희동=KIST에서는 매년 30억∼40억원을 투입해 콘텐츠와 SW, 하드웨어를 수직적으로 통합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중이다. 일본의 선진기술과 중국의 거대시장을 연결하는 개념에서 중국과의 연구과제도 도출했다. 디지털콘텐츠·SW솔루션 분야에서는 국제 공동활동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개별적인 친분을 토대로 진행되던 방식을 탈피해 국가 차원에서 여러 지역에 파트너를 확보하고 실질적인 교두보를 만들어 가야 한다. 상암동에 조성될 서울 디지털미디어시티(DMC)에 해외 학술 및 연구기관들의 관심이 많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이 유럽 방문 때 ‘초고속 통신망을 활용한 제2의 실크로드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것처럼 국가적 차원에서 큰 물꼬를 트는 맥을 만들어서 산업체들이 활용토록 해야한다.

 ◇김현빈=지방자치단체별로 콘텐츠산업에 대한 관심도 많고 투자도 많이 진행하는데 중복여지가 많다. 중앙정부에서 강요할 수는 없지만 수요도 없이 공급만 늘어나면 문제가 크다. 일단 수요를 잘 파악해야 한다. 게임과 영화처럼 성공모델을 만든 분야에는 기술과 자본, 시나리오가 모인다.

 ◇박세영=콘텐츠와 하드웨어, SW의 수직적 통합에 대해 동의한다. 이번 일을 하면서 홈네트워크, 로봇, 네트워크 등 다른 분야 담당팀과 얘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얘기하다 보면 최상층에 콘텐츠가 있다.

 ◇고희동=콘텐츠 위에는 또 문화가 있다. 문화는 모든 기술의 인프라다. 발상전환이 필요한 시기다.

 ◇사회=의료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는 반드시 의사를 초청해 의견을 듣는다. 어떻게 만들면 편하게 쓸 수 있고 사줄 지를 생각하면서 개발한다. 디지털콘텐츠 분야에서도 우리가 개발하는 기술의 소비자가 보통 사람일 수도 있고 그 분야 전문가일 수도 있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과연 우리가 얼마나 그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만드느냐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 성장동력의 많은 부분은 기술자들이 만들어내면 소비자는 써야하는 개념이었지만 이제는 달라질 필요가 있다.

<정리=정진영기자 jych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