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한국과 주파수 혼신을 빚은 서남부 지역 일부의 디지털TV방송 주파수를 변경한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이로써 양국이 첨예하게 대립한 주파수 전쟁은 먼저 디지털TV 방송서비스에 들어간 한국측의 승리로 사실상 가닥이 잡혔고 나머지 주파수 선점을 위한 광역시 이하 지상파방송의 디지털 전환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일본의 방송정책을 총괄하는 총무성 아사미 히로시 정보통신정책국 방송기술과장은 27일 전자신문과 전화인터뷰를 통해 “지난해 12월 디지털방송 채널을 지역별로 할당하고 한국 정부와 전파월경 문제를 논의한 결과, 후쿠오카 및 기타큐슈의 채널이 부산쪽 채널과 겹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올해 초 전파관리심의회 자문을 얻어 일본의 채널을 변경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3면
일본 총무성은 지난 1월 내부 검토를 거쳐 문제가 된 후쿠오카의 채널을 28·34번으로, 기타큐슈 채널을 29번으로 각각 변경, 확정했다.
아사미 과장은 또 “지난해 발생한 한국 디지털방송의 일본내 혼신 문제가 올해도 발생할 경우, 혼신이 생긴 각 가정의 안테나 방향을 바다쪽에서 방송국쪽으로 일일이 변경해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규모 혼신 문제는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대규모 혼신이 발생하면 한국측과 협의를 통해 해당 (일본측) 아날로그방송 채널의 변경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난 40여 년 동안 일본의 아날로그방송 주파수 선점으로 인해 부산·울산·포항을 포함한 남해안 지역에서 우리나라가 일본 방송전파의 월경 피해를 감내해야 했지만 디지털방송에서는 오히려 일본측의 양보를 얻어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11월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 정부의 입장인 ‘한국이 디지털방송을 먼저 실시한 만큼 우선권이 있으며 일본측이 주파수를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인정할 수 없다’고 강력 시사한 바 있다. 그러나 일본의 이번 결정은 결국 위성과 AM 주파수를 제외한 전파 관련 국제 관례인 ‘선입선출(First come First serve)’ 원칙에 따라 디지털방송을 먼저 시작한 우리나라의 주파수 우선권을 인정함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에 대해 아날로그방송 때 일본측의 전파월경 대책에 고심했던 우리 정부가 이제부터는 대등하거나 혹은 우월적인 입장에서 일본측과 전파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입지를 굳힌 것으로 분석했다.
<유병수기자 bjorn@etnews.co.kr 성호철기자 hcs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