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PC수요 회복이 가시화되면서 국내외 PC업체를 진두지휘하는 수장들간의 맞대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 컴퓨터시스템사업부의 수장이 지난 1월 마케팅 전문가 김헌수 부사장으로 바뀐데다, 한국후지쯔도 지난 7월 지휘관이 안경수 사장에서 윤재철 사장으로 교체됐다.
이에따라 새 사령탑을 맡은 삼성전자 김헌수 부사장과 한국후지쯔 윤재철 사장은 이홍구 한국HP 부사장, 이행일 LGIBM 전무 등 국내 PC 시장의 터줏대감으로 꼽히는 용장들과의 새로운 지략대결이 예고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들은 대부분 고교동문이거나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 가까이 같은 회사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동지였다는 점이다.
국내 PC 시장은 보성고 출신 김헌수 부사장의 삼성전자 독주체제에 용산고 출신 이행일 전무가 이끄는 LGIBM이 하이프라자 등 오프라인 유통망 확대를 통해 추격의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다.
중위권 시장을 놓고선 경복고와 경기고의 출신 IT모임인 복전회와 화정회의 싸움이 가열되고 있다. 특히 경기고 출신 IT모임 화정회의 안경수 회장과 윤재철 사장이 있는 한국후지쯔, 경복고 모임인 복전회 소속 이홍구 한국HP 부사장, 차인덕 도시바코리아 사장은 노트북PC 시장에서 상위권 진입을 호시탐탐 노리면서 불꽃튀는 대결을 벌이고 있다.
게다가 이홍구 한국HP 부사장과 차인덕 도시바코리아 사장은 HP와 컴팩이 합병되기 전에 과거 컴팩코리아에서 동고동락을 했던 진한 인연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이젠 경쟁사의 수장으로서 노트북 PC 시장에서 한치의 양보도 없다. 특히 지난해 까지 중위권에 머물렀던 도시바코리아가 올 1·4분기 기업 특판시장에서 대거 물량을 확보, 한국HP를 바짝 추격하고 있어 2·4분기 결과가 주목된다.
과거 10년간 몸 담았던 삼성전자를 떠나 한국델컴퓨터에 합류한 박치만 상무도 중소기업 PC 시장을 진두지휘하면서 친정과 숙명의 대결을 벌이는 처지에 놓였다.
프린터분야에서도 한국HP 출신인 박명철 한국엡손 전무는 친정 회사인 한국HP IPG그룹을 이끌고 있는 이기봉 부사장과 디지털 포토 이미징 시장을 놓고 마케팅 열전을 벌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한국엡손호에 승선한 지 불과 10개월 밖에 되지 않은 박 전무가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업계 1위 기업 한국HP를 대상으로 어떤 카드를 내놓을 지 주목하고 있다.
박명철 전무는 “HP는 토털솔루션을 제공하면서 전사적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며 “HP에 비해 약한 대중성 대신 품질·기술 위주의 마케팅을 펼칠 것”이라며 선의의 경쟁 의지를 밝혔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