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람, 한글인터넷](6)정치와 한글인터넷주소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정당별 17대 총선 당선자 한글주소 등록현황

“그냥 노무현이라고 치면 됩니다”

이 한마디는 선거에서 인터넷의 영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게 했다. 넓게 해석하자면 선거의 ‘패러다임’을 바꾼 획기적인 한마디였다. 또 이 짧은 한마디가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에 큰 영향을 미쳤고 인터넷 참여정치를 이끄는 단초가 됐다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어 ‘맞습니다 맞고요’라는 유행어 역시 한글인터넷주소로 연결돼 인터넷 정치가 무엇인지 새삼 실감케 했다.

선거에서 인터넷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면서 한글인터넷주소의 위력은 날로 커져가고 있다. 지난 16대 대통령선거에서 불기 시작한 한글인터넷주소 열풍은 지난 4월15일에 실시된 17대 총선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인터넷 정치의 효과를 실감한 각 당이 총선에 들고 나온 전략은 단연 한글인터넷주소였다. 진보정당은 물론이고 보수정당도 인터넷을 통해 유권자에게 호소하는 사이버정치의 백미를 17대 총선은 유감없이 보여줬다.

특히 ‘돈 안드는 선거’를 표방하고 선거법 위반에 중형을 가한 이번 총선에서 인터넷을 통한 선거운동이 활발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총선을 앞두고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은 “17대 총선에서는 합동연설회가 없어져 인터넷을 통한 선거가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며 “정치 신념과 공약 등을 지역 주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50% 이상을 홈페이지를 통한 홍보에 역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젊은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가 늘어날 것을 의식해 인터넷 선거운동을 주력으로 했다는 뜻이다.

◇후보자 대부분 한글인터넷 주소 보유= 대선에서 패배를 맛 본 한나라당이 한글인터넷주소 잡기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국회의원 후보자 231명 전원이 선거 한 달 전에 일찌감치 한글인터넷주소를 등록했다. 대선에서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노력으로 열의를 보였다. 특히 탄핵정국에서 의석수 확보에 열세를 면치 못했던 한나라당으로서는 중점을 두지 않을 수 없는 분야가 인터넷 선거운동이었다.

한나라당의 경우 지난번 대선에서 영어로 된 인터넷주소를 활용하던 때와 이번 총선은 확연히 달랐다. 의례적인 사이트 개설에서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선회했으며 그 시작이 한글 인터넷주소였다.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은 “네티즌들이 쉽게 접속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한글인터넷주소를 사용하고 있다”며 “주소창에 ‘박근혜’라고만 치면 홈페이지로 바로 연결된다”고 말해 노 대통령식 선거마케팅을 인용했다.

열린우리당 역시 한글인터넷주소 등록이 활발했다. 총 후보자 282명 중 218명이 한글인터넷주소를 등록했다. 전략적으로 후보자 이름 외에 지역구와 관계된 한글인터넷주소를 등록해 다른 정당 후보자들과 차별화를 꾀했다. 국회의원 한글명패사용 운동을 전개한 신기남 의원과 김근태 원내 대표를 중심으로 한글사용에 대해 가장 진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한나라당과 달리 네티즌 지지층이 두터운 열린우리당으로서는 ‘젊은 표심’을 확고부동한 ‘내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영어에 다소 애로를 겪고 있는 노년층의 표를 끌어들이기 위해서 한글인터넷주소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도 열린우리당이 인터넷선거 전략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를 통해 진보정당으로 첫 번째 원내 진출한 민주노동당 경우 총 127명의 국회의원 중 70명이 개별적으로 한글인터넷주소를 등록했다. 민노당은 개별적인 등록외에도 당 차원에서 전체 등록과 함께 추진했다. 특히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구 후보와 비례대표후보를 중심으로 앞으로도 지속적인 이용이 가능하도록 다양한 한글인터넷주소 활용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이밖에 새천년민주당의 경우 당차원에서 전체 후보자에 대한 한글인터넷주소 등록은 추진하지는 않았지만 개별적으로 후보자들이 한글인터넷주소를 등록, 총 231명중 156명이 등록해 이번 총선에 나섰다.

지난 16대 대통령선거에서 당시 노무현 대통령후보가 선거전략으로 한글인터넷주소를 활용해 네티즌 및 인터넷접근이 어려운 국민들에게 높은 호응을 얻었던 것처럼 이번 17대 총선에서도 한글인터넷주소에 대한 각 정당 후보자들의 관심과 활용의사가 뜨거운 것으로 나타나 앞으로 선거에서는 한글인터넷주소가 선거전략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특별취재팀>

*한글인터넷주소의 위력

  인터넷을 통한 선거운동은 국민들과의 직접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유시민 열린우리당 의원은 “홈페이지 및 사이버 공간을 통해 이루어야 할 가장 큰 목표는 유권자들과의 원활하고 실질적인 소통”이라고 강조하고 “인터넷을 통한 쌍방향 간의 정보 전달 및 의사소통을 위한 메뉴를 마련하고 활성화시키겠다”고 말했다.

온라인 선거문화의 확립은 전자 민주주의 정착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는 한글인터넷주소를 통한 홍보 전략으로 정치에 무관심한 20대를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는 인터넷이 ‘전자민주주의’를 이끄는 견인차임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유권자들이 한글을 통해 쉽게 접속해 후보자를 평가하고 선거에 대한 의사를 쉽게 전달할 수 있게 돼 참여정치가 가능해 진 것이다.

이번 17대 총선에는 상대방 후보의 이름과 선거구 관련 주소를 선점해 인터넷 유세를 사전에 약화시키는 선거전략이 쓰이기도 했다. 이와 같은 현상에서도 엿볼 수 있듯 앞으로 한글인터넷주소는 또 다른 선거 유세 방법으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 정보소외계층도 인터넷 유권자로= 그동안 선거에 참여하는 각 지역 유권자 중 일부는 인터넷에 익숙하지 않은 데다 후보자의 홈페이지주소 마저 복잡한 영문으로 되어 있어 인터넷을 사용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는 한글로 후보자의 인터넷 사이트를 찾아갈 수 있어 유권자들이 보다 쉽게 인터넷을 통해 후보자들의 소신과 공약을 접할 수 있었다.

유시민 의원은 정보소외계층의 인터넷정치 참여를 위해 “일반인들이 편하고 빠르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며 “정보 소외계층이 노인, 장애인, 저소득층 등의 사회 소외계층인 점을 볼 때, 정보통신부는 물론 보건복지부 등 범 정부차원에서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총선에서 낙선한 민주당 조순형의원은 인터넷 선거의 발전 방향에 대해 “주소창에 한글로 주소를 치면 바로 그 홈페이지로 연결되는 한글주소가 노인 등 정보화 소외계층의 정보 접근을 용이하게 한다”며 “전자 민주주의 활성화를 위해서 인터넷 한글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투표소 안내에서 개표결과까지=17대 총선에서 한글인터넷의 위력은 선거운동 과정에만 그치지 않았다. 인터넷 주소창에 지역 투표소를 한글로 입력하면 선거관리위원회가 제공하는 해당 투표소 위치정보 서비스가 제공됐다. 예를 들어 한글로 ‘신사동 제1투표소’ 를 입력하면 해당 위치 정보가 나와있는 사이트로 바로 연결 돼 쉽게 투표소를 찾을 수 있었다. 또 ‘투표소’ 나 ‘우리동네투표소’만 입력해도 각 투표소 위치를 검색할 수 있는 페이지로 이동할 수 있게 했다. 개표결과도 한글인터넷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개표결과’, ‘선거결과’, ‘당선자’를 입력하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공하는 개표결과 페이지로 이동하는 것. ‘개표방송’, ‘개표현황’을 입력하면 KBS가 제공하는 인터넷개표방송 페이지로 연결됐다. <특별취재팀>



*`물갈이`등 인터넷 낙선운동 핫이슈

시민단체들의 인터넷을 통한 낙선관련 운동도 이번 총선의 핫이슈였다. 각 정당과 시민사회단체가 관련 한글인터넷주소 등록을 서두르고 있는 반면 이와 다른 입장을 가진 개인들이 관련 한글인터넷주소 선점 전쟁이 불붙었다.

이미 ‘물갈이’, ‘낙선운동’, ‘당선운동’ 등은 개인이 시민단체보다 먼저 등록하여 특정페이지로 연결, 사용하고 있다. 시민단체의 낙선운동에 반대하는 단체나 개인들과 실제 시민운동을 하는 단체의 한글인터넷주소 등록 경쟁이 심했다. 뒤늦게 ‘물갈이’를 등록하고자 하였던 물갈이 연대는 ‘물갈이’ 등록자와 협의했지만 결국 정견의 차이로 ‘물갈이’대신 ‘물갈이연대’를 등록할 수밖에 없었다.

또 ‘차떼기’를 입력하면 총선시민연대 페이지로 이동하게 되어 시민단체의 비판적인 온라인여론몰이 현장을 목격할 수 있었다.

한글인터넷주소를 등록한 한 등록자는 “시민단체들이 각 당 공천반대명단 발표 이후 주소창에 관련 한글인터넷주소를 입력하는 횟수가 눈에 띠게 증가 했다”며 “한글인터넷의 쉬운 접근성 때문에 접속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미니캠페인: 인터넷용어 이렇게 바꾸면 어때요?

커서(cursor)→ 깜빡이, 반디 커서키(cursor key)→ 깜빡이 쇠, 반디 쇠

커서는 컴퓨터 표시장치 화면에서 문자나 도형 등을 표시하는 위치를 나타내는 기호. 라틴어로 ‘달리는 것’, ‘달리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보통 문자를 입력할 수 있는 상태라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 점멸하며 이것을 커서 블링크(cursor blink)라고 한다. 대부분은 화살표가 붙은 커서 이동키나 마우스에 의해 상하좌우 어느 방향으로도 이동할 수 있다. 커서의 점멸을 우리말로 바꿀 경우 ‘깜빡이’가 적합하다. 또는 반딧불이가 꼬리리 부분의 불을 밝힐 때 점멸하므로 ‘반디’라고 해도 좋다. ‘깜빡이’나 ‘반디’는 일상생활에서 많이 사용하는 단어이므로 굳이 커서라는 말보다 훨씬 다정다감하며 친숙감을 불러 일으킨다. ‘커서키’ 역시 도구를 나타내는 순 우리말 쇠를 붙여 ‘깜빡이쇠’, ‘반디쇠’로 사용하면 적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