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이사람]KTF `좋은세진` 박경호 사장

“진정한 영업맨은 흰 와이셔츠를 검게 만들 정도의 실천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광주시 남구 주월동 KTF대리점 좋은세진 박경호 사장(35)의 영업신념이다.

 10년 가까이 영업을 해 온 박사장은 이러한 신념에 따라 대리점 사장을 맡기 몇 해전까지만 해도 매일 와이셔츠를 두벌씩 준비해 출근하곤 했다.

 첫 직장인 O식품회사에서 그의 임무는 경쟁업체가 시장의 대부분을 장악한 지역에서 입지를 다지는 것이었다. 대학을 갓 졸업한 사회 초년생으로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제품관리와 주문을 담당하는 고객(창고장)을 집중 공략하기 시작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창고장과 함께 자사 제품 뿐만 아니라 경쟁사의 제품까지 등짐으로 물건을 창고에 날라줬다. 그러는 사이 창고장과 점심을 함께 하거나 맥주를 마시면서 자연스레 신뢰가 쌓였다.

 그 결과 몇 백만원에 그친 주문이 3개월만에 3000만원으로 증가했고 어음결제기간도 크게 단축시켰다.

 “창고에 재고가 많이 남아 있으면 당연히 주인은 재고제품을 매장에 더 진열하게 되고 판촉행사를 하게 됩니다. 이 점에 착안해 창고에 제품을 많이 쌓아놓자는 전략이 주효했습니다. 비록 하루에 2∼3번 옷을 갈아입는 불편이 뒤따랐지만 영업비법을 터득한 귀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지난 2001년 KTF대리점을 개설한 그는 현재 21명의 직원에 2만7000여명의 가입자 확보, 연매출 80억원을 웃도는 어엿한 사장으로 변신했지만 과거의 기억을 되살리며 최일선에서 뛰고 있다.

 철저하게 대리점 주변의 고객명단을 파악해 지역밀착형 마케팅을 벌이고 정기적으로 사은품과 제품정보도 제공하고 있다. 또 직원들에게는 앞으로 매장을 직접 운영할 사장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불어넣어 주기 위해 다양한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다.

 이러한 그에게는 다소 독특한 영업목표가 있다. ‘순간적인 1등 보다는 영원한 3등이 되자’다.

 “물론 1등을 계속할 수 있다면 제일 좋죠. 하지만 매출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것보다 지속적으로 성실하게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인간관계처럼 영업도 지속성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 사장은 지역 유통업계에 통신가족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큰형은 통신장교로 복무중이고, 둘째와 셋째형, 그리고 박 사장과 남동생이 통신공사업체나 이동통신 대리점을 운영하는 등 남자형제 5명 모두가 같은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매주 형제들과 자리를 함께 하며 정보를 교환하고 영업 노하우도 서로 전수하고 있다는 박 사장은 “형제들이 순간적인 이익에 집착하지 말고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행동하자고 서로 다짐하고 격려할 때가 통신가족으로의 의미와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휴대폰을 창고 가득 쌓아놓고 영업을 해봤으면…”하는 희망을 갖고 있다. 재고물량을 팔기 위해 정신없이 뛰어다닐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하는 박 사장은 “마흔살까지 이동통신 분야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일한 뒤 대리점을 직원에게 물려주고 이후에는 또 다른 영업일을 해 볼 계획”이라고 말한다. 그의 말에서 영원한 영업맨으로 살겠다는 강한 의지가 배어나왔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