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어닝서프라이즈를 연출한 NHN이 올해 꺼낸 첫 화두는 ‘글로벌 마케팅’이다. NHN은 중국의 하이홍그룹에 1억달러를 과감히 투자키로 했는가 하면, 일본의 NHN재팬에도 공격적인 마케팅 투자로 올 한해에만 200억원의 매출실적을 올리겠다고 장담했다.
NHN 최고 마케팅 경영자(CMO) 한승헌 이사(42)는 이러한 NHN의 해외진출 기치아래 지난해 12월 전격 영입된 인물이다. 한 이사의 이력은 그야말로 글로벌 마케팅으로 점철돼 있다. 85년 대우그룹 입사를 통해 사회 첫걸음을 내딘 한 이사는 이후 다국적기업 P&G의 아시아 본부와 한국코카콜라 등에서 글로벌 마케팅의 ABC를 체득해 나갔다. 전세계 코카콜라 지사 중에서는 처음으로 인터넷 마케팅그룹을 만든 것도 그다.
NHN 입사후 시작한 사업은 새롭게 단장한 ‘네이버 카페’의 광고·마케팅이다. ‘네이버 카페’는 유독 커뮤니티 분야는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아 온 NHN이 절치부심 속에 내놓은 서비스였다. 한 이사의 전략은 카페분야에 철옹성을 쌓아온 경쟁 포털 다음에 정면 승부수를 던지는 것이었다.
‘있을 때 잘하지 그랬어’ ’다음에 잘 하겠다는 말 믿지 말라고 했지’ 등 네이버 카페 광고 카피는 전지현을 내세운 톱모델 전략까지 더해져 선발인 다음의 심장부를 정조준했다.
“네이버를 단숨에 다음과 ‘맞짱’ 뜨는 빅플레이어의 반열에 올려놓았고 커뮤니티 시장을 양강구도로 재편해 나갔습니다. 큰 인기를 끌었던 ‘지식검색’의 순풍을 최대한 활용하는 정공법을 택한게 주효했습니다”
한 이사의 마케팅에 대한 1차 평가다. 실제로 네이버 순방문자수가 12월 대비 3배 가까이 증가했고 랭키닷컴 등의 조사에서는 다음을 따돌리고 포털 분야 1위로 올라선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한 이사는 이러한 실적을 마케팅 자체보다는 NHN의 건실한 기업문화에 더 많은 공을 돌렸다.
“NHN은 ‘옳은 것을 옳은 방법으로 해라(Do right things, in a right way)’는 마케팅교과서를 그대로를 실천하는 기업입니다.”
그래서일까, 한 이사는 최근 한게임 등의 성공신화를 역추적하는 ‘학습’에 들어갔다. 이 모델을 중국과 일본 등에 적용하기 위한 사전작업 차원에서다. 글로벌 마케팅이 NHN의 최대 화두가 아니던가. 회사가 급성장하다보니 미처 정리되지 못했던 ‘금쪽같은’ 노하우들을 차분히 기록하고 분석하고 있는 중이다.
한 이사는 스스로가 실험대에 올랐다고 생각한다. 다국적 기업에서 취득한 경험을 국내 기업인 그것도 인터넷업체인 NHN의 글로벌 마케팅 사업에 어떻게 녹여낼 지, 인생은 역시 도전이라는 것이다.
“마케팅 전문가란 없습니다. 예언자는 더더욱 없죠. 항상 겸손하게 소비자들의 요구를 읽어 내려는 노력을 경주하지 않을 때 제대로 된 결과가 나옵니다.”
그가 소개한 마케팅 비법이 토종 기업의 해외 진출 성공으로 이어질 지 시장의 기대는 크다.
<류현정기자 dreamsho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