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단순히 9(9대 신성장동력품목)만 있을 때에 비해 8(8대 서비스)과 3(3대 인프라)을 추가하면서 정통부가 제 역할을 확실히 찾은 것으로 본다.(강철희 고려대 교수·전한국통신학회장)”
“서비스 허가정책이나 산업육성정책과 달리 법제도의 개정은 크게 뒤쳐진다. 현장에서 걸림돌이 되는 법과 제도를 기술발전에 걸맞게 정비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이정욱 일진전기고문·정보통신기술인협회 수석부회장)”
새 정부들어 정보통신부가 추진해온 9대 IT신성장동력산업 육성정책이 1년을 넘기면서 839(8대 서비스, 3대 인프라, 9대 신기술 및 제품)전략으로 구체화돼 옷을 갈아입고 있다. 한국IT리더스포럼(회장 윤동윤)은 이를 구상하고 진두지휘해온 진대제 정통부 장관을 28일 조찬강연에 초청, 지금까지의 성과를 평가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모색했다. 진 장관은 ’국민소득 2만달러, 광대역IT로 실현하자’ 제목의 강연에서 “IT수출이 호조를 보여 올해 목표 700억 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2007년 IT수출 목표도 지난 해 대통령 보고시 1000억 달러에서 1100억 달러로 목표를 수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경쟁력 확보분야가 삼성전자와 같은 일부 대기업이나 휴대폰, 반도체 등 일부 품목에 편중된 현상이 여전한 것이 문제”라고 진단하고 “전통산업의 IT도입을 통한 경쟁력 확보와 중소벤처기업 육성, 신규산업분야의 세계시장 기술표준선점을 통해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진 장관은 “우리는 로드맵이 명확히 설정된 분야에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컴퓨터의 기능을 쫒는 휴대폰 기술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홈네트워크사업이나 IPv6(차세대인터넷주소체계) 등도 시범사업으로 선도투자를 적절히 하면 목표달성에 문제가 없다는 생각이다. 적절한 표준정책으로 주파수를 선점한 디지털TV에도 기대를 걸었다. 그는 그러나 반도체설계 부문인 ITSoC(시스템온칩)에 대해서는 “좀 늦은 감이 있고 투자 부담이 많다”며 “우리만의 비법을 마련하지 않으면 뒤질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해 비관적인 전망을 드러냈다. 인력부족이 심각한 임베디드소프트웨어(SW)도 “하드웨어를 아무리 잘 만들어도 임베디드SW가 잘못되면 성능이 크게 떨어진다”며 “인력양성부터 시작하고 있지만 엔지니어들이 꺼리는 분야여서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반면 지능형로봇, 차세대PC 등 분야에 대해서는 “민간기업처럼 매달 IT839전략회의를 정례화해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자신했다.
이에 대해 포럼 회원들은 법·제도의 미비, 해외진출전략 점검 등 실효성 강구 방안을 주문했다. 장세탁 부산정보산업진흥원장은 “기술개발은 빠른데 시장개척에 미흡한 것이 우리의 약점”이라고 지적하고 “특히 글로벌 시장전략을 마련해야 하며 동북아중심국가 도약을 위해 지방과의 연계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정욱 부회장은 “기술개발이 빨라도 법제도가 늦으면 혼란이 생긴다”며 각가정에 광케이블이 도달함에도 불구하고 방송용으로는 동축케이블만 규정돼 있는 법제 등을 하루빨리 정비해줄 것을 요청했다. 강철희 교수는 “산업의 가치사슬상 서비스와 인프라에 집중하는 정통부의 방향은 적절하다”며 “안정적으로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줘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
[주제발표]"표준화 문제 등 정부가 나서 해결"
진대제 장관은 이날 예정보다 30∼40분을 넘기면서까지 열강하며 839프로젝트를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진 장관은 이 자리에서 신규서비스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표준전략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통상압력을 이겨낸 위피(WIPI)는 비슷한 경우에서 참패한 중국에 비해 크게 성공한 케이스”라며 “휴대인터넷, 전파식별(RFID), PLC 분야에서 표준선도 정책에 주력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와이브로(WiBro)로 명명한 휴대인터넷도 외국회사(인텔)와 협력해 국산기술(HPi)의 국제표준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국제표준의 이름을 와이브로로 붙여보려 하고 있으며 오는 6월쯤 결과를 정식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 장관은 “전력석통신(PLC)도 LG와 삼성의 표준이 조정이 안되고 있다”며 “신규서비스 도입과 인프라구축의 관건인 표준화 부분을 정부가 적극 해결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분야별로 추진과정을 구체적으로 소개해 관심을 모았다. 지능형로봇 분야에서는 “올해말까지 두 발로 걸음을 걷고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답변할 수 있는 지능형 로봇을 반드시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그는 “9대 신제품중 지능형로봇은 시장규모가 예측이상으로 커질 수 있는 분야”라며 “일본 혼다의 아시모 보다는 못하겠지만 2족보행 로봇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IPv6의 경우도 “수요가 부족해 도입이 미진하다고 판단, 추진회의를 통해 통신사업자의 투자를 끌어낸데 이어 오는 2010년 IPv6를 의무화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광대역통합망(BcN)에서는 초대형컴퓨터 빼고는 모든 장비를 우리나라가 직접 소화하겠다”는 의지다.
세계를 돌며 ‘IT코리아 주식회사’의 영업일선을 뛴 경험도 전했다. “이집트의 나지프 통신정부기술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이동전화 시스템 도입에 중국장비를 고려하는데 대해 우리나라 장비를 적극 권유 ’비딩을 다시 하겠다’는 답변을 끌어냈다”고 소개했다. 또 “전자정부나 통신사업 등은 국가사업이라 정부가 나서야할 일이 많더라”라며 “SK텔레콤의 베트남 이동전화 사업에서 요금체계에 불리한 부분이 있어 베트남 정부에 직접 요청해 해결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해야할 일들을 정리하고 계획을 세우기 위해 해외 IT주재관들을 모두 불러모아 회의를 갖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모저모]
○... 이날 조찬강연에는 새 얼굴이 여럿 참석해 눈길. 박기영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 이홍섭 신임 정보보호진흥원(KISA)원장, 서영길 티유미디어 사장이 처음 참석해 인사를 나눴다. 또 정홍식 데이콤 사장이 취임후 처음으로 조찬회에 참석, 반가운 인사를 나눴다. 같은 테이블에 앉은 진대제 장관은 “데이콤이 시내전화 허가를 신청하는 바람에 정보통신진흥국 식구들이 고생을 많이 하고 있다”며 농담하기도.
○... 진대제 장관은 우리나라의 디지털방송 표준화 정책을 소개하면서 “우리가 선도하지 못할 경우 적절한 표준을 선택한다는 전략이 주효했다”며 자체 표준을 선택한 일본과 비교. 그는 “우리가 먼저 서비스를 시작했기 때문에 아날로그TV로 골치를 썩인 일본과의 전파혼신문제도 우월한 입지를 가지게 됐다”며 본지가 이날 자 신문에 1면 보도한 ’한-일 디지털방송 주파수 문제 해결가닥. 일본서 주파수 변경.’ 기사를 언급하기도 했다.
○... IT산업계 주요 인사들이 한 자리에 모이기 힘든 만큼 조찬강연이 끝난 뒤에도 여러 참석자들이 자리를 뜨지 않고 의견을 나누는 모습. 한 참석자는 ‘IT이용자포럼’에서 만든 번호이동성 관련 설문조사를 오피니언리더들을 대상으로 실시하기 위해 설문지를 돌리기도 했다. 장세탁 부산정부산업진흥원장은 질의응답 시간에 “국가 산업·기술전략을 세우는데 지방의 의견에도 귀를 열어달라”고 주장, 그 자리에서 “다음부터 확대하겠다”는 진대제 장관의 약속을 받아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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