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도 험한 자체 제작의 길’
국내 애니메이션이 하청위주의 산업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원장 서병문)이 국내 최초로 발간한 ‘대한민국 애니메이션산업백서 2004’에 따르면 지난 2002년을 기준으로 163개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업체들이 거둔 총매출 1914억원 가운데 950억원(49.6%)이 ‘하청 및 후반작업’에서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창작제작 및 판권’사업 매출은 657억원으로 34%를 차지했다. ‘배급서비스’ 매출은 304억원(15.9%)으로 뒤를 이었다. 특히 해외로부터 올린 총 매출 999억원 가운데 79.6%인 798억원이 ‘하청’ 매출이었다는 점은 세계 시장 속에서 국산 애니메이션 산업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국내만을 놓고 봤을 때 ‘창작제작 및 판권 분야’ 매출이 497억원(54.4%)으로 ‘하청 및 후반작업’ 매출인 152억원(16.6%)을 크게 앞섰다는 점이다. 사업분야별로는 84%(복수)의 업체가 ‘창작제작 및 판권’이라고 답해 ‘하청제작(61.3%)’을 앞질렀다. 이는 창작중심으로의 변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창작제작 및 판권’ 매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매체는 357억원의 매출을 올린 ‘TV용 애니메이션’이다. 이는 총 357억원의 매출을 올려 ‘극장용 애니메이션(205억원)’을 눌렀다.
이밖에 1500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지난해 극장용 애니메이션을 관람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35.7%였으며 많이 관람한 작품은 ‘니모를 찾아서(42.3%)’ ‘고양이의 보은(27.9%)’ ‘신밧드(25.4%)’ ‘원령공주(20.2%)’ 등의 순이었다. 국산 애니메이션은 ‘오세암’만이 13%로 5위에 이름을 올렸을 뿐 대부분 해외작품들이었다.
<정진영기자 jych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