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로 되살아나는 우리의 문화 예술’
우리의 문화 예술을 디지털콘텐츠로 보존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보존기술도 2D 이미지나 동영상에 이어 3D 스캐닝 기술이 보편화되면서 현실감 있는 가상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또 원본 훼손시 저장된 데이터에 따라 손쉽게 복원할 수 있어 문화유산의 디지털화 작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경우 이미 지난 2000년부터 종합정보시스템 구축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해온 유물 1000여점에 대한 3D화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 국립현대미술관도 조각, 공예 등 200여점의 작품을 3D 콘텐츠로 제작하기 위해 최근 사업공고를 내는 등 문화예술계 전반에 디지털화 바람이 불고 있다.
◇원본을 그대로=3D스캐닝 기술의 가장 큰 장점은 원본의 크기나 모양을 그대로 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레이저를 투사해 유물 각 부분의 수치나 굴곡 데이터를 추출해내고 단면도까지 만들어준다. 다양한 각도에서 사진을 찍어 360도 영상을 만들어내는 기존 OVR(Object Virtual Reality)방식과 달리 이 기술을 활용하면 완벽한 입체 이미지를 구현할 수 있다. 100미크론 이상의 정밀도를 가진 도면 데이터 작성도 가능해 원본 유물이 훼손될 경우에도 이를 토대로 복원해낼 수 있다. 고려청자 하나를 3D 디지털콘텐츠화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2∼3시간 정도. 데이터 용량도 수백 메가비트에 이른다. 여기에 유물의 역사나 주변 이야기 등 방대한 세부 정보가 추가되면 각각의 유물은 과거에 상상할 수도 없었던 가치를 더하게 된다.
◇대국민 서비스로도 ‘최고’= 유물과 예술작품을 아무리 세심하게 살려내도 활용성이 떨어진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방대한 분량의 원본 데이터는 대국민 서비스를 위해 다시 600KB내외의 파일로 제작된다. 국립중앙박물관 종합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하이테크미디어는 전시장과 야외공간, 주요시설물 등 약 1만평의 데이터를 담고 있는 3D 가상전시 시뮬레이션시스템을 함께 준비중이다. 제작된 유물들이 실제 위치에 배치돼 있음은 물론 조명효과까지 넣어 최적의 전시효과를 내기 위해서다.
국립현대미술관 역시 ‘대국민 문화욕구 충족 및 미술정보 향유 기회 확대’를 사이버미술관 확충 사업의 목표로 삼고 있다. 지난 98년 OVR 방식으로 디지털화한 200여점의 작품에 이어 이번에 3D 스캐닝 방식을 적용해 추가로 200점의 작품을 입체이미지로 저장하고 홈페이지를 대폭 개편하기로 했다.
◇그래도 실물을 봐야=지난 2001년 영화 ‘파이널판타지’가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100% 컴퓨터그래픽으로 제작된 이 영화의 여성 주인공이 진짜 인간과 구별하기 힘들 정도였기 때문이다. 2000억원의 제작비 중 30%가 여주인공에 투입됐으며 그 중 30%는 머리카락을 만드는 데 사용됐다고 하니 기술의 힘은 놀랍기만 하다. 하지만 영화는 흥행에 실패했다. 사람들이 기술력에 놀라면서도 인간 배우들이 펼치는 미묘한 감정연기를 볼 수 없다는 점에 실망한 것이다.
때문에 가상공간에서 예술 작품을 감상하려는 시도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전문가들도 많다. 국립중앙박물관의 한 관계자도 “최대한 현실감을 느낄 수 있도록 최신 기술을 도입하지만 결국 가상공간에서의 감상은 반쪽짜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복원해내는 디지털 기술이 우리 문화의 체계적인 정보축적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문화예술 분야에서 디지털 기술 도입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정진영기자 jych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