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벳 26자도 모자란다’
지난 1월 등장한 이후 피해를 양산하고 있는 베이글 웜과 넷스카이 웜의 변종이 계속 등장해 급기야 변종을 구분하는 알파벳이 모자라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보통 웜의 변종은 이름 뒷자리에 알파벳을 붙여 변종을 구분한다. 처음 발견된 웜에는 ‘A’를 붙이고 이어서 나오는 변종에는 순서대로 알파벳을 붙인다. 문제는 베이글과 넷스카이 웜의 변종이 너무 많이 쏟아져 알파벳 26자가 바닥난 것.
적어도 2∼3일에 하나씩 변종 웜이 등장하고 있으며 지난 3월 18일에는 하루에 3개의 변종 베이글 웜이 몇 시간 간격으로 나타난 적도 있다.
급기야 최근에는 넷스카이 웜의 27번째 변종이 발견돼 ‘Z’이후에 ‘AA’를 붙이게 됐다. 현재 베이글 웜은 ‘Z’까지, 넷스카이 웜은 ‘AB’까지 변종이 나왔다.
계속된 변종 웜의 등장으로 백신 업체는 거의 탈진 상태다. 신종 웜을 막기 위한 엔진 업데이트는 보통 1주일 단위로 이뤄지지만 최근에는 거의 매일 엔진을 업데이트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기흠 안철수연구소 시큐리티센터장은 “한명이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변종을 만들어내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며 “끊임없이 등장하는 웜 때문에 백신 업체도 24시간 긴장을 풀지 못하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베이글과 넷스카이 웜은 서로를 삭제하는 기능이 있기 때문에 백신 업계에서는 각각 1명의 웜 제작자가 눈에 보이지 않는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웜 제작자의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백신 업계와 컴퓨터 사용자가 고충을 겪고 있는 셈이다.
백신 업계에서는 이에 따라 컴퓨터 사용자들은 윈도 등 각종 프로그램의 보안 취약점을 없애는 보안 패치 파일 설치를 생활화하고 백신을 매일 업데이트해야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당부했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