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사교육비 경감 대책’ 일환으로 시행된 교육방송(EBS)의 인터넷·위성 수능 강의가 한달이 다 돼가지만 ‘실효’를 거두지는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속단하기는 이른 감이 있지만 혜택을 입어야할 당사자인 학생과 학부모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컴퓨터 및 가전업계 중심의 경제적·산업적 효과만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수능 방송 현황=인터넷 사이트 회원 가입자수는 28일 현재 73만8000여명. 이는 올해 예상 수험생수 67만명을 넘어선 것이다. 방송 초기에 비해 줄긴 했지만 하루 신규 가입자도 1만1000∼1만2000명씩 꾸준히 가입하고 있다. 그러나 시간대 최대 주문형비디오(VOD) 접속자수는 27일 최대 9445건으로 지난 7일 1만3859명과 비교할때 현저히 줄은 수치다. 이는 또 최대 10만명의 VOD 동시 접속자를 수용할 수 있는 총 용량의 9%에 불과한 것이다. 사이트 접속자는 27일 현재 6만5699명. 이 같은 통계는 이용자들이 다운로드를 선호하거나 사이트 접속만 할 뿐 실제 강의는 시청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일방적인 VOD 강의는 기피한다는 뜻이다.
◇방송 한달, 그 영향은=“초기에는 강의실에서 방송을 틀어달라고 아우성이었는데 지금은 쏙 들어갔습니다.” 서울의 한 유명 입시 학원 관계자의 말이다. 교재 부실과 현장감이 떨어지는 강의로 학생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다른 학원 관계자도 “5월 수강생을 모집해 보니 4월에 이탈했던 학생들이 돌아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실제 학원계에서도 방송 초기 나돌았던 “학원계를 죽이기 위한 정책”이라는 반발이 사실상 사라졌다. 교육부 의지가 확고해 긴장을 놓을 수는 없지만 큰 걱정은 덜었다는 분위기다. 이에따라 정작 학생과 학부모들만 힘들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교육은 사교육대로 받으면서 EBS를 시청해야 해 시간적· 경제적 부담만 늘었다는 것이다.
◇PC·가전업계 최대 수혜=이 때문에 가장 큰 수혜는 PC 및 가전 업계로 돌아가고 있다. 특히 PC업계는 TV수신기능이 내장된 PC기기 등에 괄목할 만한 판매신장이 있었다. 전자랜드21에 따르면 PC는 4월말 현재 수능특수 직전인 2월에 비해 20% 이상 증가했다. TV수신기능이 탑재된 LCD모니터도 18%정도 판매가 증가했다. 평소 월 1만5000∼2만대 가량 판매되던 TV수신카드는 3∼4만대로 늘었다. 가전 업계도 프로젝션TV 등 시청각 교재 구입을 늘리는 학교가 많아 특수를 누렸다. 전자랜드21에서 판매된 LCD TV의 경우 상승율이 5%로 나타났다.
안정적 인터넷접속을 위한 ‘프리미엄급’ 초고속인터넷서비스 가입자 및 위성방송 신규 가입자도 다소 늘어났다. KT의 경우 4월이 통상적 비수기로 접어드는 시기임에도 불구, 전달과 비슷한 5만2000여명의 신규가입자를 확보했다. 하나로통신측은 “수능강의가 기존 상품을 재정비하고 마케팅 활동을 시작하는 등 고객과 새롭게 커뮤케이션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면서 “앞으로는 서비스 품질을 높이고 콘텐츠, PC보안점검 등 부가서비스를 개발해 수익 창출과 연계하겠다”고 말했다.
◇향후 대책=교육부와 EBS는 오는 6월 11일 모의수능을 앞두고 5월부터는 이용이 활발해져 이 추세가 수능때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능 출제를 방송강의와 연계하겠다는 방침이어서 학생들이 더욱 몰릴 것이란 예측이다.
하지만 투자대비 효과는 크게 미흡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무엇보다도 강의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학원 관계자는 “EBS강의는 기존 방송 강의를 답습하고 있어 학생들로부터 지루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단순 전파가 아닌 온라인 학습의 취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KT측은 “동시접속자 10만명이라는 목표에 맞게 장비증설은 순차적으로 진행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1, 2차 투자만으로도 사용하는데 큰 무리가 없다”면서 “추가 조치는 접속자 증가나 이용 현황 등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