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IT주식회사’의 현주소’ 반도체와 휴대폰만으로는 국민소득 2만 달러 달성이 어렵다는 당면과제를 풀어보기 위해 전자신문은 29일 아침 이틀째 회의를 앞둔 6명의 주재관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었다.
29일까지 이틀간의 해외 IT주재관 전략회의를 위해 한꺼번에 귀국한 주재관들은 ‘일주일 단위로 보고를 받겠다’는 본부(정통부)의 방침에 “사람을 잡는다”며 너스레를 떨면서도 “정부가 할 일과 민간이 할 일을 엄격히 나눠 손발을 맞춰 수출시장 창출까지 이끌어내겠다”는 의욕을 보였다.
주재관들은 우리나라가 IT강국의 위상을 확고히 다졌으나 이에 걸맞게 실리를 챙기는 것은 미약해 앞으로 할일이 더 많겠다는 분석을 한결같이 내놓았다.
좌담 참석자는 ▲설정선 부이사관(주미대사관) ▲차양신 부이사관(주중대사관) ▲이기주 부이사관(월드뱅크) ▲정진규 서기관(ITU) ▲안성일 서기관(OECD) ▲모영주 소장(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북경사무소·아이파크 베이징) ▲민원기 국제협력관실 협력기획담당관 ▲신화수 전자신문 IT산업부 차장 ▲정지연 기자 ▲김용석 기자.
◇“IT코리아 유명세”=
“‘한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미국 연방통신위(FCC)나 통신산업협회(TIA)에 우리의 경험을 전달했고 부시 대통령의 브로드밴드 비전에 우리 사례가 많이 반영됐다”(설정선 부이사관)
“우리가 IT산업과 그에 따른 고민에서 한발 앞선 게 크게 부각됐다. 최근 ITU가 설정한 방향도 △인터넷거버넌스 △컨버전스네트워크 △정보사회 구축방법 등 세가지인데 모두 우리가 먼저 고민했던 것들이다. 우리 사례를 스터디한 자료를 여럿 참고하고 있다.”(정진규 서기관)
정통부 해외IT주재관들은 ‘IT코리아 브랜드’의 가치가 급상승했으며 국제기구와 선진국들도 경쟁적으로 한국의 정책사례를 벤치마킹한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위상에 걸맞는 파워는 행사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아직 국제기구 고위직에 진출해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례는 적은 게 단적인 사례다.
정 서기관은 “ITU에 한국인 직원은 4명에 불과하나 중국이나 일본은 20여명씩 있다. 후배들을 이끌어줄 고위직을 전략적으로 진출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유명세를 IT해외진출 확대로”= 주재관들은 IT코리아의 브랜드가치를 제대로 수익으로 창출하지 못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는 시각이다.
월드뱅크 주재관인 이기주 부이사관은 “IT선진국이라는 게 돌려보면 국제기구와 개도국으로부터 기여와 지원을 더 하라는 요구만 늘어날 수 있다. 띄워주는 분위기에 휩쓸리다 보면 부담과 실망만 커질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출발선 20미터 앞에 서 있는 것일 뿐, 골인지점까지 들어가려면 노력이 필요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안성일 서기관은 “OECD에도 브로드밴드 1위라는 이미지가 확실히 심어졌으나 어떻게 산업과 연관시킬 것이냐는 별개다. LG나 삼성은 6대 네트워크장비업체보다 뒤처져 있는 게 현실”이라며 “콘텐츠, 광대역통합망, 보안이 연관성을 가지고 성장하는 기류를 파악하며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전략을 마련해야= 차양신 부이사관은 “처음 중국에 갔을 때 경쟁을 협력보다 우선시했으나 지금은 중국의 해외투자유치와 기술R&D전략·능력을 보면 협력을 앞에 놓아야 하는 기류변화가 생겼다. 중국에 제대로 뿌리내리기 위한 기술전략과 투자가 필요하다”며 새 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모영주 소장도 “뚜렷한 목표나 방법론없이 중국진출을 시도하는 문제가 아직도 해결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우리나라가 표준화로 신규 시장을 창출하는 전략을 본격화함에 따라 우리의 논리적 근거를 명확히 해 주로 미국이 제기하는 통상문제 대응력을 키워야 한다(설장선 부이사관)는 제안도 나왔다. OECD나 월드뱅크가 과거 ITU의 전유물이다시피했던 유무선통신 이슈를 주도하고 IEEE와 같은 사실상의 표준화 기구로 중심 이동하는 기류에도 대응해야 한다(정진규 서기관)는 과제도 도출됐다. 민원기 담당관은 “△특화한 지역정보제공 △주재관 파견국 확대 △다른 기관과의 유기적 업무 연결 △통상문제 법률대응 등 보완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
[정통부 글로벌전략 재점검]해외 주재관 최대 20곳까지 확대
정통부는 해외파견 IT주재관 전략회의를 통해 IT산업 글로벌 전략을 재점검한다. 미국과 EU국가에서는 전략적 홍보활동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제고하고 BRICs라고 불리는 신흥시장(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에는 정책자문단과 인력 초청연수로 IT거점 국가로 설정한다는 방침이다. 아프리카와 독립국가연합, 중남미 국가에는 장기적 시장확대를 목표로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자금지원과 인력연수를 집중하기로 했다. 동시에 해외주재관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활동영역을 높이는 작업에 들어갔다. 정통부는 주재관의 숫자를 현재 4명에서 최소 10개, 최대 20개로 대폭 늘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정보와 교섭 지원능력을 배가시킬 계획이다. 목표관리를 위해 매주 활동내역을 보고하도록 하는 한편 산업계에 제공하는 이메일 클럽을 만들어 해외의 생생한 정보를 국내 기업이나 연구진이 받아볼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또 마케팅과 같은 민간기업의 몫은 철저히 분리하고 정보제공과 법률·회계 지원 등 정부의 할일을 명확히 정리할 계획이다. 주재관이 빈번히 교체되는데 따른 폐단을 최소화하는 노력도 기울인다. 업무의 틀을 만들어 조직내에 지식이 남아 계승될 수 있도록 하고 통상문제와 같이 전문성이 요구되는 부분은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내 통상지원팀에 외국인 변호사를 채용, 대응력을 높이기로 했다.
[주재관 활용 방안]
진대제 정통부 장관은 해외파견 IT주재관 전략회의 개최에 대해 “우리나라 IT산업체, 특히 중소기업이 해외로 진출하는데 정부가 나서야 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회의를 통해 IT주재관들이 글로벌마켓에서의 우리 IT산업의 현주소를 파악하고 시장을 창출하는 방안모색에 나서겠다는 생각이다. 또 활용을 극대화하는데서 나아가 해외 파견 주재관을 4명에서 10∼20명까지 늘리기 위한 수순까지 밟기 시작했다. 전자정부사업이나 통신사업은 정부가 관여하기 때문에 정부대정부로 풀 일이 많다는 것. 위피(WIPI)로 확연히 드러난 통상문제 해결도 국제적 대응력으로 좌지우지된다는 인식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각 부처의 해외 파견인력 증원은 ‘공무원들의 자리 늘리기’ 행태라는 비난의 시각이 적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IT분야에 특화된 정보제공과 시장창출이라는 명제가 걸려 있지만 사실상 현지를 방문하는 VIP 의전이 주업무가 돼버리는 문화도 걸림돌이다. 일본의 한 정통부 유관기관 관계자는 “본부의 고급관료가 방문할 때 내가 왜 공항까지 나가야 하는 지 알 수 없다. 본부 마음대로 해버리는 의사결정구조도 현지의 업무를 방해하는 요소”라고 꼬집었다. 정통부의 해외진출 전략기지인 아이파크에 대해서도 “시장을 창출하고 현지 수요자와의 연계고리를 만들어주지 못하고 단순히 사무실 임대업에 그친다”는 지적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정통부는 이같은 시각을 염두에 두고 “매주 성과를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국내 수요자들에 생생한 정보를 이메일로 보내주는 서비스 등을 만들겠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주변의 시선을 실적으로 극복하겠다는 의도다. 민원기 협력기획담당관은 “가장 효율적이고 유기적인 체계를 만들고 정책 수혜자들이 선택해 향유할 수 있는 쇼핑 리스트를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통부는 현재 주미대사관·주중대사관 등에 4명의 주재관을, OECD·ITU·월드뱅크 등 국제기구에 7명을 파견하고 있으며 미국 일본 중국 등 해외 8곳에 중소기업 해외진출 전략기지인 아이파크를 운영하고 있다.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