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권의 책]­손연기 한국정보문화진흥원 원장

◇디지털권력/장승권·최종인·홍길표 공저 

얼마 전 치러진 17대 총선은 ‘디지털 선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합동 유세는 더 이상 볼 수 없는 풍경이 되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대신 그 자리를 인터넷이라는 사이버공간이 메웠다. 디지털 문화가 선거의 패러다임을 바꾼 것이다.

해외 언론에서 한국을 ‘디지털 민주주의의 실험실’이라고 평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프랑스의 유력 일간지 르몽드는 최근 보도에서 “인구의 3분의 2가 40세 미만인 인구통계상의 변화와 급속하고 지속적인 인터넷 확장으로 한국은 인터넷 접속면에서 세계 1위이며 ‘디지털 민주주의’의 실험실이 됐다”고 평했다.

우리가 겪은 선거 양태의 변화는 곧 앨빈 토플러의 ‘권력 이동(Power Shift)’을 떠올리게 한다. 이제 권력은 마오쩌뚱의 말처럼 더 이상 총구(銃口)에서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새로운 권력의 창구는 무엇인가. 바로 디지털이다. ‘디지털기술, 조직 그리고 권력’이란 부제를 단 ‘디지털권력’(삼성경제연구소 펴냄)은 디지털이 어째서 권력인지 잘 설명해준다.

‘디지털 권력’이란 인터넷을 통한 여론 형성과 정보교환, 새로운 의제 창출과 사회 운동을 통해 행사되는 권력이다. 2002년 월드컵, 대통령 선거, 여중생 추모 촛불 집회, 그리고 최근 총선까지 우리는 지금껏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권력을 이미 목도했다.

그러나 이 책은 이런 새로운 권력의 세상이 과연 ‘호환 마마보다 더 무서운’ 정보를 평등하게 나누고 있는가 라고 묻고 있다. 그러면서 21세기 ‘정보 부자’와 ‘정보 빈자’의 문제는 그 어떤 사회적 문제보다 더 심각한 재앙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정보격차 문제를 해소하지 못하는 한 ‘디지털 복지국가’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우리의 디지털 사회가 유토피아가 아닌 디스토피아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보격차 해소 노력을 게을리 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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