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공개소프트웨어(SW) 확산 움직임에 동참 가능성이 엿보이면서 리눅스업계의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최근 방한한 윌스웝 인텔 SW&솔루션그룹 부사장은 지난 4월 30일 국내 다국적 서버 업체 및 삼성전자 등 주요 기업의 리눅스 관련 임원들을 초청, 자사의 솔루션 전략을 밝히는 간담회를 개최했다.
비공식 오찬 간담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 비상한 관심이 모아진 것은 참석대상이 리눅스 관련 인사들이기 때문이다. 공개SW 운동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는 소프트웨어진흥원 고현진 원장이 직접 참석한 것은 물론 한국HP·한국IBM·한국오라클·삼성SDS·삼성종합기술원·레드헷코리아·기코리눅스 등 주요 IT 기업의 리눅스 관련된 임원 20여명이 초청됐다.
이에 따라 이번 행사는 ‘인텔이 국내 시장에서 리눅스 전략을 공식화하는 사전 정지 작업’이 아니냐라는 평가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공식 행사 후 고 원장과 윌스웝 부사장은 1시간여 동안 독대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두 인사가 주고 받은 대화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인텔측이 비공식 회담을 전제했기 때문에 진흥원측에서는 정확한 대화 내용을 밝히지 않고 있으나 고 원장은 현재 진흥원이 추진하고 있는 리눅스표준 플랫폼 관련 사업이나 홈네트워킹, 모바일 관련 사업 등에 대해 인텔측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했고 이에 대해 윌스웝 부사장도 긍정적인 답변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와 관련, 진흥원 한 관계자는 “원론 수준의 합의는 됐으며 조만간 인텔측과 다시 만나 상호 공조할 수 있는 구체적인 부분에 대해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해 향후 인텔과 진흥원간의 ‘공조’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했다.
특히 진흥원측은 국내 업체로 공개SW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관계를 고려할 것이라고 밝혀 삼성전자가 내부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리눅스 관련 정책과도 연관돼 있음을 나타냈다.
간담회 참석한 한 리눅스 담당 임원은 “윌스웝 부사장은 사견이라는 전제를 했지만 64비트 아이테니엄 시장에서 만큼은 향후 HP-UX·리눅스·유닉스가 비슷한 비율을 차지할 것”이라며 “특히 장기적으로 윈도와 리눅스는 비슷한 세를 형성해갈 것이라는 전망을 밝혔다”고 전했다.
또다른 참석자도 “인텔이 서버 플랫폼 전략 차원에서 리눅스 환경을 확산시킬 수 있는 컴포넌트나 액세스 툴 킷 개발 등 다양한 솔루션 분야에서 투자하고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진흥원이 진행하고 있는 공개SW 관련 각종 프로젝트에 인텔이 참여하면 국내 중소 공개SW솔루션 개발자들을 지원하는 등 시너지 효과는 충분히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모임에 초청된 업계 임원들은 이 같은 이유를 들어 인텔측이 국내 공개SW시장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당사자인 인텔측은 이번 행사에 대해 극도로 몸조심을 하고 있다. 이 같은 인텔의 행동에 대해 업계에서는 ‘혈맹관계’ 수준인 마이크로소프트를 의식한 조치로 해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32비트 IA서버 시장에서는 굳이 리눅스를 강조할 이유가 없지만 64비트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는 리눅스를 무시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 아니겠냐”며 “특히 공개SW 활성화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한국 시장에 대한 대응책이 필요한 시점에 이른 것”이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