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전자업계, 투자 확대 배경과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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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전기·전자 대기업들이 일제히 투자 확대에 나선 것은 수년 간에 걸친 구조조정 효과와 디지털 경기에 대한 자신감의 발로다. 지난해 소니를 제외한 대부분 일본 기업들은 흑자 폭을 늘리며 공격 경영의 기틀을 마련했다. 특히 일본 기업들은 장기 불황을 경험하면서 나름대로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경쟁력에서 우위에 있다고 판단되는 분야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설비 투자를 반도체, 액정패널, 각종 디지털 기기용 부품 등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기계, 소재 등 주변 산업에 대한 파급 효과까지 고려한 흔적이 역력하다. 이에 따라 대규모 투자 붐과 함께 가시권에 접어든 일본 전자산업계의 부활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연구개발(R&D)과 설비투자, 두 마리 토끼를 잡아라=올해부터 내년에 걸쳐 일본을 대표하는 전자 대기업들은 약 3조엔(약 32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R&D에 투자한다. 이는 지난 2003 회계연도에 이어 2년 연속 증가한 것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지난 2002 회계연도(2조8976억엔)보다도 많은 수치다. 이처럼 R&D 투자에 집중하는 것은 불황 탈출에 대한 자신감과 핵심사업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진다. 여기에 대폭 늘어난 설비 투자액은 공격 경영으로의 전환을 여실히 증명한다. 일본을 대표하는 9개 전기·전자 업체들이 작년 대비 무려 16.5%나 늘어난 2조3240억엔을 쏟아부을 예정이다.

 ◇투자의 중심에 반도체가 있다=소니는 총 9600억엔 규모의 신규 투자액 중 반도체 분야에만 작년 대비 8.6% 증가한 최대 1900억엔을 투자한다. 특히 도시바·IBM 등과 공동 개발한 초소형 MPU인 ‘셀’에 전체의 60%인 1200억엔을 투자할 계획이다.

 마쓰시타는 총 9800억엔 중 반도체를 포함한 디바이스 분야 설비투자에만 1320억엔을 계획하고 있다. NEC, 도시바 등은 300㎜ 웨이퍼 생산 라인 설비 투자에 주력한다. 업계 일각에선 반도체의 대구경화·미세화의 진전으로 투자비 상승이 불가피하지만 업체당 2000억엔 전후를 쏟아부은 지난 2000년 ‘과잉 투자’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된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들린다.

 ◇디지털 가전, 신규 투자 확대=DVD리코더, 박형 TV, 디지털 카메라 등 디지털 민생기기의 수요 확대가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이 분야 신규 투자도 대폭 늘어난다. 마쓰시타의 나카무라 구니오 사장은 “올해는 해외 시장에서 디지털 가전기기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2000억엔에 달하는 신규 투자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히타치제작소는 디지털 가전기기를 중심으로 설비투자 규모를 지난해 대비 18.2% 증액했다. 산요전기도 디지털 카메라 및 휴대폰용 리튬이온전지 대용량화 등을 위해 전체 투자액을 17.4% 늘렸다.

 <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