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곤 정보통신부 차관은 3일 기자들과 가진 오찬자리에서 ‘0차사업자 선정 검토’를 언급, 휴대인터넷(일명 와이브로) 사업자선정 방안에 대한 정통부의 대략적인 방향이 섰음을 시사했다.
이에 앞서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은 IT리더스 포럼 기조 발제에서 “PCS사업자 선정때같이 다치는 실국장이 나올까 걱정”이라고 언급할 정도로 향후 사업권의 향방을 놓고 벌이는 사업자간 경쟁 양상을 우려했다. 이에 따라 이번 김 차관의 발언은 이 같은 상황을 의식, ‘여론 떠보기 용’으로 내놓은 것으로 분석된다.
◇0차 사업자란=유선과 무선, 선발과 후발, 단일사업자와 컨소시엄 등 꼬일대로 꼬인 휴대인터넷 사업자 선정을 놓고 정통부가 내민 카드는 처음 거론되는 ‘0차 사업자’라는 개념. 김 차관의 설명을 해석해보면 기존에는 기간통신사업 허가를 받으면 망 구축 운용과 서비스를 한 사업자가 동시에 허가받는 것이 기본(1차 사업자)이었으나, 0차 사업자는 이와 달리 망 구축 운용만 허가하는 개념이다. 정통부가 기간통신사업자를 허가하면서 이같은 망구축 및 운용과 서비스 분리방침을 내세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의미=0차사업자 카드는 정책결정의 부담이 큰 가운데 ‘유선중심의 2개 사업자’를 선정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인다. 실제 망운용 사업자와 서비스사업자를 분리한 뒤 망임대 계약으로 서비스를 하려면 MVNO제도를 도입해 정비해야 한다.
이 경우 무선사업자들이 유선사업자의 망을 빌려 독립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반대로 유선사업자들에게도 무선망을 개방하는 빌미를 제공하게 되기 때문에 유선중심의 서비스가 자연스럽게 조성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망 개방 제도 자체가 무선보다는 유선부문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0차사업자 개념은 유선을 의미한다는 해석이다.
김 차관은 이와 함께 ‘경쟁과 중복투자방지를 동시에 해결하는 방안’을 언급해 2개 사업자를 시사했다. 이와 관련, 하나로통신이 최근 “데이콤, 파워콤이 망구축 운용하는 사업자로, 하나로통신이 망을 이용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로 묶이는 협력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힌 바 있어 유선사업자들과 정통부간의 사전조율이 있었음을 내비쳤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책결정에 큰 부담을 가진 정통부가 유선의 휴대인터넷과 무선의 3G(WCDMA)간 경쟁이라는 구도를 만들고, 중복투자우려 등 예상되는 비난을 고려해 고심 끝에 내놓은 내부논리로 본다”고 해석했다.
◇전망=최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한 고위관계자는 “휴대인터넷 사업권과 관련, 유선과 무선간 시장의 공정경쟁 구도를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사업자 선정과 관련, 그간 지적돼온 이른바 ‘무선으로의 쏠림현상’을 고려한다는 의미다. 또 다른 업계관계자는 “유선과 무선사업자가 휴대인터넷과 WCDMA를 경쟁적으로 투자하는 구도를 만들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 차관도 이날 “WCDMA가 와이브로 성능을 제공하면 와이브로를 고집할 필요가 없는 것 아니냐”고 말해 이같은 시각을 드러냈다.
한편 김 차관 발언에 대해 KT와 하나로통신은 “유선사업자에 사업권을 주겠다는 의미”라고 해석한 반면, SK텔레콤측은 “사업자가 망 투자와 서비스를 유기적으로 연결해야 서비스가 제대로 제공될 수 있다”며 “차관이 불쑥 얘기할 것이 아니라 공청회라도 거쳐야 하는 것 아니냐”며 반발해 향후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